솔루션 개발자 6개월 회고

이신영·2025년 11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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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루션 기업에 입사한 이유?

우선 간단하게 생각했다. SI보다 환경이 낫겠다 라는 생각과 "솔루션"을 개발하는 업무 자체가 흥미로워보였다. 이지만? 인생은 뜻대로 펼쳐지지 않는법..

한국의 솔루션은 반 SI다

알고보니 내 업무가 솔루션을 개발하는게 아닌 솔루션을 활용하여 연동하는 업무였다는 것 😂 자사 검색 솔루션의 코어를 활용해서 고객사의 WAS 서버에 올려 검색을 연동하는 작업. REST API를 통해 검색 기능을 제공하는 거지만, 결국 내가 검색 엔진을 만드는 게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API를 고객 요구사항에 맞춰 커스터마이징하는 일이었다.

더 아쉬운 건, 한국의 솔루션은 사실상 반 SI 성격을 띄고있다. 왜냐하면 그러지않으면 안팔린다고 하더라구요.. 검색관련 솔루션이지만 구글도 한국의 솔루션 판매를 보고 당황했다고 카더라 😅 그만큼 엔지니어들이 어디까지 해주는지에 대한 범위가 한국은 넓은편인거같다. 일종의 판매전략이 아닌가 싶더라. 그만큼 업무가 많아지는건 우리들이겠죠?

업무를 꼼꼼하게 읽어보고 면접시에도 꼭 물어보도록하자..! 그래도 입사한거 일단 다녀보긴 하자 라는 생각으로 다녔다.

입사 초기에 한 일

아무튼 입사를 한 뒤로는 솔루션에 대해 학습하기에 바빴고, 두 달 간 학습을 하고있다보니 프로젝트가 배정됐고 첫 프로젝트는 원격이라 환경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요구사항이 만만치 않았다.

자사 검색솔루션을 활용해야 하는 요구사항들이었는데, 검색이라는 게 생각보다 복잡한 방식이다. JDBC 수집에서부터 난항이 시작됐고, 형태소 분석기를 커스텀하는 부분도 쉽지 않았다. 특히 AS-IS 기술보다 훨씬 더 복잡한 옵션들이 추가되어 API 수정 로직이 복잡해졌다.

가장 힘들었던 건 멘탈 관리였다. 몇 가지 방안으로 수정에 수정을 하다 보면 결국 도돌이표가 되거나, 롤백할 때마다 "아 내가 뭐하고 있는 거지?" 싶었다. 갈피를 잡고 방향이 아닌 거 같다 싶으면 과감하게 롤백해야 하는 경우가 엄청 잦았다. 그럴때마다 분명히 배운거 같은데 실무를 하니 내 능력이 의심되기도하고 아무튼 "하기싫다" 라고 생각이 들어도 길을 잃어선 안되는게 가장 중요한 역량인것같다.

또 배운 게 있다면, 혼자 생각하기보다는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만 해도 어느 정도 갈래가 정리된다는 것. 역시 사람은 머리를 맞대야 더 나은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느꼈다.

폐쇄망 경험

그리고 현재는 어느덧 혼자 폐쇄망에 상주하여 솔루션 마이그레이션을 하고 있는 사원이 된 상태다. (사실 이게 맞나 싶긴 함)

인터넷도 복지다

폐쇄망에서의 업무와 이클립스, 망분리가 되어 있는 환경이라 적응하는 시간 자체도 오래 걸렸다. 레거시한 코드와 JSP들은 덤..

근데 로컬 테스트 허용까지 2달이 걸렸다. 무슨 말이냐면, 로컬 자체에서 내 솔루션이 설치된 서버에 접근할 수 없고 중계서버를 통해 접근해야 하는데, 방화벽 요청 시간이 짧으면 3일, 길면 14일까지 걸리게 된다.. 서버자체도 늦게 열렸고 방화벽요청도 늦다. 그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걸 찾다 보면 지루함이 엄청 느껴졌고 종종 현타가 왔다.

게다가 과거 프로젝트를 버전업해서 마이그레이션하는 작업인데, 업무 파악 시에 산출물이 부족하고 이곳 사람들도 잘 모르는 거라 굉장히 어려웠다. 또한 새로운 환경에서 가이드도 부족한 게 너무 어려웠다. 폐쇄망 + 망분리 + 이클립스 + SVN이라 좀 많이 번거롭다는 게 느껴졌다. 사내에 인터넷이 된다는 것도 복지라는걸 느낌

1층 로비 카페에서 업무하는 개발자

연구소와 소통해야 하는 이슈가 있었는데, 파일을 반출하는 절차도 엄청 오래 걸렸다. 다행히도 카메라를 쓸 수 있는 환경이라(봐주는듯) 카메라를 통해서 빠르게 빠르게 소통했다. 근데 인터넷이 안 되니까 내 노트북을 들고 1층 로비의 카페로 가서 커맨트를 달고 소통하는 게 너무 번거로웠다..

이 과정에서 느껴진 건, 난 비효율적인 업무 스타일을 적응하는 데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 거 같다. 그래서 다시는 폐쇄망을 하고 싶지 않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신입으로서 느끼는 압박감

모든 상황에서 나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게 큰 압박감으로 다가왔다. 간접적인 업무 협의는 본인 스스로 진행하기 때문에 회사가 나를 많이 믿나..? 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아무튼 해내고 있다.

그런데 너무 팀장님에게 물어보면 번거로워할 거 같아서 최대한 내선에서 해결하자는 마음이랑, 이건 물어봐야 알겠는데 라는 마음이 충돌해서 늘 업무가 좀 멈칫멈칫하게 된다. 신입으로서 압박감을 이겨내면서 긴장하는 상황이 가장 어려운 듯하다.

6개월 동안 무엇을 배웠나

가장 크게 늘어난 건 회사가 돌아가는 구조와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다양한 환경에서의 적응력이다. 각 고객사가 요구하는 다양한 스펙에 맞춰서 협의하고 요구사항을 정의하는 게 사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사원이 직접 하기엔 어렵지만, 해낼수록 성장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특히 RNR에 대해서 협의하는 부분이 처음엔 너무 어려웠다. 내 경우는 허용하면 내가 하면 안 될 일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입장이라 잘못된 일까지 할까 봐 스트레스를 받았다. 근데 이젠 하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RNR에 대해서는 이런이런 것이라고 들었으나~ 영업대표님에게 말씀드려보겠다~" 라는 식으로 거슬리지 않도록 넘어가는 바이브가 벌써 만들어졌다 😅 살아남기위한 스킬이다 그죠?

그런데 이게 코더로서의 성장인가?

다만 이 성장이 코더로서의 성장이냐 하면 그건 잘 모르겠다.

내가 하고 있는 게 형태소 분석에 대한 커스텀, 다양한 분석기에 대한 이해는 코더로서의 역량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나마 관련되는 건 JDBC를 다루니까 초중급 정도의 SQL 난이도, 검색 API에 대한 아키텍처 설계 정도를 제외하고는 코더로서 발전이 없다.

API를 만드는 일도 결국 솔루션에서 제공되는 API대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 검색에 대해서 커스텀이 들어가는 건 아니고 검색 결과를 제어하려면 API에 대한 이해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코더로서 성장이 부족한 거 같아 불안하다.

다양한 환경에서 혼자 투입되어 경험을 해보고 있다는 건 큰 장점이지만, 따로 코더로서의 발전을 기대할 만큼 API의 엔지니어링 난이도가 높지 않은 게 너무 크다. 결국은 내가 모든 걸 스스로 구축하는 게 아닌 솔루션의 API를 활용하여 구축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즈니스 로직보다는 솔루션을 다루는 실력이 늘어났다.

솔직히 말하면 여기는 내가 원하는 환경은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이다.

입사하고 느끼는 것

1. 본인이 어떤 회사를 좋아하는지 알게됨

보통 말하길 일, 연봉, 사람 이 중에 두 개가 마음에 안 들면 이직을 고려한다고 한다. 내 경우엔 기준이 통근거리, 일, 성장 이 세 개가 내가 원하는 회사의 척도라고 생각이 들었다.

특히 통근거리.. 광역버스가 진짜 압도적으로 편하다. 파견으로 서울역까지 지하철로 가니까 진짜 하.. 사람이 미워지고 성격이 나빠지는 느낌이 든다.

한여름에 낑기는 지하철에서 어깨를 좁힌 채 핸드폰을 하고 있었는데, 앞사람의 등땀으로 손이 축축해질 때 뭔가 머리에서 선이 끊어지는 기분이 들 정도로 분노했다. 통근이 무조건 1순위라고 다짐하게 된 일화임..

그 외에도 회사 동료들이랑 이야기하다 보면 얻게 되는 인사이트들도 추후 이직 시에 도움이 될 것들이다.

2. 왜 부트캠프에서 레거시를 가르치는지 알게됨

부트캠프에서 ModelAndView를 가르치고 왜 스프링 레거시를 가르쳤는지 좀 이해가 된다 😅

대부분 프로젝트가 폐쇄망이고 기술들이 진짜 옛날에 짜여진 코드다. 내가 그중에 수정해야 할 부분은 일부분이기 때문에 기술 자체를 변경하기 어렵다. 타사의 로직들과 얽혀있어서 어떤 사이드 이펙트가 발생할지는 진짜 모르기 때문이더라..

결국 나 또한 최소한의 변경점으로 작업하게 되고 영향을 덜 미치는 방안을 찾고 있더라. JSP는 신기한 거보다는 주석이 부족해서 모르는 문법이랑 하드코딩이 엄청 길어서 루즈한 방식이었다.

이런 환경 때문에 개발이 재미없다는 생각이 요즘 들었다. 다음 회사는 절대로 폐쇄망 작업이 많은 곳으로 이직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다.

3. 문서작업 잘하는 개발자가 진짜 고수다

온전히 개발을 집중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엄청 적다. 방화벽 요청, 업무보고서, 사내결재 등 뭐가 엄청 많다 😅

또 말단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예의와 사무적인 용어를 쓰는 게 익숙치 않기 때문에 의도치 않게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된다. 프로젝트가 마무리될 때 써야 할 양식이 5개가 넘던데 벌써 아찔하다..

특히나 여기는 무슨 아직도 대면결재를 하는 문서가 좀 있다. 이건 진짜 불편하다고 생각한다.. 뭔 90년도도 아니고 말이야.. 아무래도 난 문서 작업은 못하는 사람인 것 같다고 느껴진다 🤯

그리고 업무용은 슬랙좀 써줘요 제발..!! (MZ마인드)

4. IT회사의 사정을 알게됨

6개월 전의 나와 지금의 나,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을 꼽자면 IT회사의 사정을 알게 되니 그간 의문이었던 일들이 다 어쩔 수 없이 하던 거였음을 알게 됐다.

  • 어째서 효율적으로 개발 안 하는지? → 업무 과중으로 너무 바빠서 그럴 여유가 없음
  • 폐쇄망 개발자들은 코더가 아니다? → 파견 온 사람들이 짠 로직들이 겹쳐져서 내 RNR 상 고칠 수 없음

등등.. 현실을 알게 되니 불만보다는 이해가 생기더라. 그래도 이런 환경에 안주하고 싶진 않지만.

마치며

6개월을 돌아보니 성장은 했지만, 내가 원하는 방향의 성장인지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프로젝트 매니징 능력, 고객 커뮤니케이션, 다양한 환경 적응력은 분명 늘었다. 하지만 코더로서, 개발자로서의 기술적 성장은 기대에 못 미친다.

앞으로의 원하는 회사는 명확해졌다.

  • 폐쇄망 업무가 없는 환경
  • 통근 1시간 이내 ★★★★★
  • 비즈니스 로직을 직접 설계하고 개발할 수 있는 곳
  • 효율적인 개발 문화가 있는 곳

이번 경험이 나쁘다고만 할 순 없다. 적어도 내가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은지, 어떤 환경에서 일하고 싶은지는 확실히 알게 됐으니까. 남은 시간 동안은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하되, 병행해서 개인 프로젝트나 스터디를 통해 코더로서의 감각을 잃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다음엔... 제발 광역버스 타고 다닐 수 있는 회사로 셔틀이 있으면 더더욱 좋고~ 🚌


오늘 한 프로젝트의 이슈를 완전히 다 끝내서 시간이 나길래 간만에 올려봤습니다 ㅎㅎ; 개발자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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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하지 않는 사람이 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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