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홈 랩 구축기 (1) - Project Overview

Juhwan Song·2025년 1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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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컨테이너에 홈 랩을 만든다"

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Hobby Garage 문화가 잘 발달되어 있는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자신의 취미를 위한 공간을 직접 마련하는 일이 드물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일을 행동으로 옮긴 사람들이 있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한 한국에서는 홈 랩을 위한 공간을 처음부터 만든 것은 우리가 최초이다.

그 과정에서 여러 시행착오들을 겪고, 작년 7월로 예정된 시험 가동 시점이 올해 1월까지 밀렸지만, 드디어 준비 작업이 거의 마무리되어 이 글을 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 좀 더 직설적으로는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 것이 생겼다" 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내가 왜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며, 이것을 통해 어떤 목표를 달성하고자 했는지, 이렇게 만든 홈 랩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으려 한다. 그리고 앞으로 올릴 포스트에서는 컨테이너 홈 랩을 처음부터 끝까지 만드는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와 경험을 차례차례 다룰 것이다.

끝, 그리고 새로운 시작

내가 올린 글을 꾸준히 읽은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나는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도 이미 친구들과 함께 상가를 임대하여 홈 랩을 위한 공간을 만든 적이 있다.
상가 기반 홈 랩에는 전기 공사와 공조를 포함해 상당한 비용이 투자되었으나, 연말에 부동산 계약을 갱신할 때 문제가 생겼다.

그 공간을 함께 만들었던 친구들 중 일부가 오른 월세를 부담하고 싶지 않다는 의견을 내비쳤고, 부동산 비용과 전기 요금에 대한 부담을 계산했을 때 남아있는 인원만으로 그 비용을 계속 지불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림 1. 임대 상가 홈 랩의 마지막]

이렇게 하여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 첫 번째 랩 환경이 무너지고, 나는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했다.

앞선 사례를 교훈삼아 매몰 비용의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탐색하였고, 나와 비슷한 직업적 배경을 가진 (그래서 랩의 필요성도 비슷한) 친구 한 명과 함께, 부동산 비용과 공조 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였다.

이 단계에서 고려한 것은 크게 세 가지다.

  • 첫째, 부동산 임대 비용이 없거나, 매우 저렴할 것
  • 둘째, 단열 성능을 보장하여 여름철 공조 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
  • 셋째, 서버 가동과 냉각에 필요한 전력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을 것

가장 먼저 기존과 동일한 상가 건물 임대를 알아보았으나, 부동산 비용과 단열, 전력 공급 측면에서 모든 요건을 만족하는 임대 매물이 없었으며 계약 갱신 시 임대인이 설비 투자를 인질로 잡고 임대료를 인상할 수 있다는 위험이 존재하여 제외하였다.

그 다음으로 알아본 것은 지식산업센터이다.

23~4년에 과잉 공급된 지식산업센터에는 상당히 많은 공실이 있었지만, 서울 근교의 지식산업센터는 여전히 월 임대료가 비쌌고, 전력 공급 허용량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지식산업센터의 구조 상 추가적인 단열을 꾀하는 것에도 제약이 많았다.

최종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환경을 임대 부동산에서 갖추는 것은 힘들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상가를 매입하거나 건물을 새로 지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이 지점에서 우리는 새로운 발상을 떠올렸다.

"건물을 지을 수 없다면, 컨테이너를 지으면 된다!"

이렇게 하여, 함께 이 일을 계획한 친구의 자투리 부동산 위에 컨테이너 홈 랩을 만들어서 올리는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목표 설정

컨테이너를 만든다는 목표가 세워졌으니, 컨테이너 홈 랩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세울 차례가 되었다.
컨테이너와 제반시설을 처음부터 설치하는 것에는 상당한 초기 투자 비용이 발생할 것이므로, 운영 비용 절감을 통해 초기 투자 비용을 상쇄할 수 있어야 했다.
그리고 컨테이너 홈 랩은 우리가 원하는 수준의 전력/공간 확장성을 보장할 수 있어야 했다.

컨테이너 규모 결정

최소한 기존의 상가 홈 랩과 동등한 수준의 확장성을 확보할 수 있기를 희망하였으므로, 아래와 같은 컨테이너 구조를 디자인하였다.

[그림 2. 컨테이너 설계 초안]

어느 정도 랙 간 간격을 두고 4개의 랙이 설치될 수 있으며, 유지보수 작업을 위한 책상이 설치되고, 창고 겸 공조실을 따로 분리하였다.
이 초안을 컨테이너 업체에 전달한 뒤, 실사 단계에서 청천벽력과 같은 말이 들려왔다.

컨테이너가 설치될 위치의 진입로가 협소하여 일정 크기 이상의 컨테이너를 트럭으로 반입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 제약사항에 맞춰 다시 만든 설계안이 아래의 그림이다.

[그림 3. 컨테이너 설계 최종안]

최초의 설계안과 달리 폭이 2미터 축소되었고, 이를 위해 랙 하나와 창고 공간을 상당 부분 포기하였다.
향후 창고 공간이 추가로 필요해진다면, 서버실 컨테이너 옆에 새로운 창고 컨테이너를 짓는 것으로 합의점을 만들 수 있었다.

공조 및 전력 비용 절감

컨테이너 홈 랩도 규모만 다를 뿐 근본적으로 IDC와 같은 핵심 요소를 공유하고 있다. 즉, OPEX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부분은 전력과 공조이며, 이 부분을 최적화하는 것이 비용 절감을 달성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공조 비용 최적화를 위해 처음으로 고려한 것은 일체형 프리쿨링 (Free-cooling) 시스템이었다. 프리 쿨링은 열교환기를 통해 내기의 에너지를 외기와 에너지를 교환하여 공조 효율을 높이는 기술로, 데이터센터의 규모에 따라 다양한 방식의 냉각 시스템이 판매되고 있었다. 그 중 우리의 환경에 가장 적합했던 것은 냉방기 일체형 프리 쿨링 시스템이었는데, 내기와 외기 사이의 온도차가 클 경우에만 선택적으로 열교환기가 동작하여 냉방기의 부하를 줄여주는 방식이다.

[그림 4. Mavair 사의 일체형 프리쿨링 공조 시스템]

이 방식은 간접적으로 외기와 상호작용 하기 때문에 높은 습도로 인한 결로 현상을 걱정할 필요가 없고, 외기 인입 단의 공기 정화 필터가 필요하지 않은 등 여러가지 장점이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약 2천만원에 달하는 높은 비용 때문에 도입을 포기하였다.

그 다음으로 검토한 것이 직접 외기 도입이었다. 다행히도 컨테이너가 위치한 곳의 공기가 깨끗한 편이었으므로, 외기 도입으로 인한 컨테이너 내 공기 오염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었고, 기본적인 공기 정화를 위해 교체 가능한 필터를 환기 팬 앞에 부착하기로 하였다.

외기 공조 요구사항 정의

컨테이너 규모와 외기 사용이 확정되었으니, 어느 정도의 출력을 가진 환기 팬을 사용해야 할 지 결정해야 했다.
환기 팬의 성능은 정압 (Static Pressure)과 단위 시간당 환기량으로 결정된다.

환기 팬은 정압이 낮을 수록 더 많은 공기를 순환시킬 수 있고, 정압이 높아지면 점점 단위 시간당 환기량이 감소하는 특성을 보인다.
특히, 우리는 공기 필터를 사용할 것이기 때문에, 해당 공기 필터의 종말 수명을 기준으로 내기 온도를 일정 온도 이하로 유지하기 위한 단위 시간당 환기량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

먼저, 특정 외기 온도를 기준으로 어느 정도의 공기 순환이 필요한지 계산해야 했다.

발열체의 발열량, 외기 온도를 알면, 내기 온도를 특정 온도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단위 시간당 환기량을 계산할 수 있다.
계산을 단순화하기 위해 습도 변화는 제외하였다.

[그림 5. 단위시간당 외기유입량 계산 공식]

여기서 V는 단위시간당 외기 유입량, Q는 발열체의 발열량, ρ는 공기의 밀도, Cp는 공기의 비열이다. 계산의 단순화를 위해 공기의 밀도는 1.2kg/m^3, 공기의 비열은 1005J/(kg*K)로 가정하였다.

나는 가을부터 외기 냉각을 사용하기를 희망하므로, 외기 온도가 14도일 때 내기 온도가 28도를 유지하는 것을 기준으로 계산을 수행하였다.

이 경우 시간당 3200m^3의 외기 순환이 필요했고, 필터의 말기 정압 손실을 기준으로 약 3000m^3의 출력을 가지는 환기 팬을 구매/설치하였다.
외기 공조를 위한 설비의 설계와 대해서는 다음 포스팅에서 더 자세히 다룰 것이다.

전기 설비 요구사항 정의

전기 계통의 설계는 랙 당 5kW를 기준으로, 3개의 랙이 최대 15kW를 소비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였고, 공조 설비의 전력소모에 대한 마진으로 5kW를 추가, 총 20kW의 전기를 수전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었다. 차단기의 분배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트에서 좀 더 자세히 이야기 할 것이다.

[그림 6. 시공이 완료된 분전반]

홈 랩 아키텍처 디자인

[그림 7. 장비를 기준으로 한 개인 랩 아키텍처]

"이 환경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내가 관심을 가지는 모든 기술'을 이 랩에서 테스트하고 평가할 수 있기를 희망하며, 동시에 Best Practice 디자인을 직접 구성하고 테스트 해 보면서 실전에서 적용할 수 있을 수준의 경험치를 쌓는 것이 홈 랩의 최종적인 목표이다.

기존 랩 환경과 달라진 점을 예시로 들면, 이번에 컨테이너를 만들면서 기존에 다루었던 광 케이블 사용을 좀 더 확대하여 Panduit의 HD Flex 제품군을 추가로 도입했고, 광 패치코드를 통한 배선의 이점을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그리고 Aruba 사의 엔터프라이즈 Wi-Fi 시스템을 직접 운용하고 테스트 할 수 있는 테스트 베드도 새롭게 구축하고 있다.

[그림 8. Panduit HD Flex 파이버 카트리지]

이렇듯 물리 배선부터 애플리케이션에 이르는 전체 엔터프라이즈 IT 환경을 한번에 다뤄볼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이며, 이를 통해 단순히 자신의 전문 분야 내에서 얻을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을 넘어선, 통시적인 시각을 확보하고 지속적으로 최신화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림 9-10. 랙 케이블링과 테스트 준비가 완료된 전체 랩 시스템]

마치며

차주 중 파이버 케이블링 작업을 마무리하고, 원격지에서 랩을 운용할 수 있도록 기초 설정을 끝내면 이제 홈 랩을 본격적으로 운용할 준비가 갖춰진다. 이 시리즈의 다음 포스팅은 아마도 네트워크 구성을 보다 자세하게 다루는 내용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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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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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19일

멋져요. 다음 포스팅도 기대됩니다. 혹시 GPU 서버도 있나요?!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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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23일

그래서 이걸 왜 하시는거예요 선생님 ㄷㄷㄷ

1개의 답글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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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30일

와 진짜 대단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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