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프레미스 환경을 디자인 할 때, 네트워크 설계는 가장 중요도가 높은 일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네트워크는 모든 인프라 시스템과 애플리케이션이 안정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척추와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덕션 환경의 네트워크 아키텍처는 요구사항을 만족시키는 선에서 최대한 보수적으로 디자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홈 랩의 경우도 큰 맥락에서는 이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실제 워크로드가 돌아가는 환경이 아니기도 하고, 때로는 네트워크 디자인 그 자체를 테스트하기 위한 환경으로 사용되는 일도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유연성을 보장할 수 있는 아키텍처를 선호한다.
이번에 새로운 홈 랩 환경의 네트워크를 디자인하면서, 다음과 같은 목표를 세우고 이를 만족시킬 수 있는 네트워크 아키텍처를 설계하였다.
아직 랩 환경이 완전하지 않아 위 구상 중 일부만 적용된 상태이긴 하지만, 랩 구성이 완료된 이후 차차 반영해 나갈 계획이다.
가장 먼저, 물리적인 패브릭을 구성하는 케이블과 패치 패널 시스템, 그리고 네트워크 장비를 알아볼 것이다.
[그림 1. Panduit UTP28X]
이번 홈 랩 구축에 사용한 UTP 패치코드는 Panduit 사의 CAT 6A 케이블인 UTP28X이다.
일반 UTP 케이블 대비 상대적으로 적은 단면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고밀도 케이블링 구성에 유리하며, 후면 배선 시 간섭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장점이 있다.
광 패치코드는 Panduit의 F92RLU1U1ON과 Commscope의 FDWLCLC 제품을 사용하였다.
Panduit의 제품은 후술할 HD Flex 고밀도 패브릭 시스템과 함께 사용하기 적합하도록 얇은 단면적을 가지고 있고, Commscope의 제품은 평범한 LC-LC 케이블이다.
[그림 2. Panduit F92RLU1U1ON]
한국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듯 하지만, RJ-45 케이블을 패칭하는 것과 같이, 광 케이블을 패칭할 수 있는 솔루션들이 시장에 나와 있다. 이번 랩 구축에서는 그 중에서도 MPO 케이블을 활용해 여러 파이버를 한번에 연결할 수 있는 솔루션인 Panduit의 HD Flex 제품군을 사용하였다.
HD Flex는 데이터센터 환경을 위한 고밀도 파이버 패칭 솔루션으로, 1U당 최대 144개의 파이버 (72개의 포트)를 수용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HD Flex는 파이버를 연결하는 파이버 카트리지와 파이버 카트리지를 탑재하는 샤시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HD Flex 제품군 중에서 다음과 같은 제품들을 사용하였다.
카트리지 간 연결에는 Method C 타입의 MPO 케이블을 사용하였으며, MPO의 Method 구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다음 링크를 참고하면 좋다.
[그림 3-4. FHC9N-24F-10A 실물 사진]
[그림 5. HD Flex 케이블 패칭 예시]
핵심 구성요소인 네트워크 스위치는 Arista 사의 제품을 사용하였으며, 총 두 종류의 스위치를 사용한다.
서버에서 올라오는 10G 링크는 Spine-Leaf 구조의 패브릭을 타고 전달되도록 디자인 했으며, 라우팅이 필요하지 않은 25/100G 트래픽은 Spine 스위치에 직결하는 형태로 구성하였다. 주어진 환경에서 대역폭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Spine-Leaf 아키텍처를 구성할 수 있는 적절한 타협점이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7304가 두 대였다면, Leaf에서 양 팔을 벌리는 이중화 구성이 가능했겠지만, 이것을 위해 100G 모듈러 스위치를 한 대 더 구매하는 것은 비용과 전력 소모 면에서 부담이 컸기 때문에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 약간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이번에 랩을 재구성하면서 새로 도입한 솔루션이다. HPE Aruba의 솔루션이며, 이번에 설치한 장비들의 모델명은 다음과 같다.
이 장비들은 엔터프라이즈 무선랜 환경 실습과, Zigbee 기반의 외기 흡기 팬 원격 제어를 위해 사용할 것이다.
[그림 6. M600/GPS의 전면 패널]
랩 내 시간 동기화를 위한 타임 서버는 Meinberg 사의 M600/GPS를 사용한다. 이 모델은 PTPv2를 지원하기 때문에 PTP 기반의 sub-ms 수준의 정밀 시간 동기화도 직접 테스트 해 볼 수 있다.
초기 가동 시 다수의 인공위성으로부터 신호를 수신하였음에도 위치를 초기화하지 못했는데, 수동으로 현재 위치를 설정해 준 뒤 변화를 지켜볼 생각이다.
현재는 Fortinet의 FG-60F를 사용중이나, 국내에 정식 발매되는 대로 FG-120G를 구매할 계획이다.
FG-120G는 총 4개의 10G 인터페이스를 지원하기 때문에 Spine 스위치로부터의 업링크를 수용하기에 보다 적합하다.
위 내용들을 정리하여 논리적 구조를 도식화 시켜 보았다.
[그림 7. As-Is 아키텍처]
아직 구성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의 네트워크 아키텍처이다. 방화벽과 Leaf 스위치 사이에서는 Static Routing을 사용하며, 100G 모듈러 스위치는 사실상 독립적으로 동작한다.
Spine-Leaf 아키텍처가 아닐 뿐만 아니라, 테넌트 구조로의 확장 또한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림 8. To-Be 아키텍처]
신규 장비들이 도입되고, 랩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하면 eBGP 또는 OSPF를 사용하여 업링크에 대한 라우팅 수준의 고가용성을 확보하고, Spine-Leaf 아키텍처로 이전, 테넌트 환경을 모사할 수 있도록 구성을 변경한다. 테넌트 간 통신은 VXLAN을 이용할 수 있으며, 만약 양 쪽이 모두 NSX를 사용한다면 NSX의 오버레이 네트워크를 경유하여 통신하는 구조도 만들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100G 대역폭이 필요한 서비스들은 이전과 동일하게 모듈러 스위치에 직결되어 L2 통신을 수행한다.
아직 랩 네트워크의 물리 작업이 약간 남아있고, 무엇보다 FG-120G의 국내 발매 시점이 4월이기 떄문에 To-Be 아키텍처로의 전환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데이터센터 지향적인 아키텍처를 밑바닥부터 쌓아올려 가면서 새로운 인사이트와 경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