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코딩할 건 아니잖아

snoop2head·2020년 4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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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2일부터 4월 19일까지 일주일 간 fitcuration.site 제작을 성실히 하지 못했다. 보통 나는 일주일에 40시간을 코딩에 쓰는데, 최근 일주일 동안에는 코딩을 할 수 없었다.

최근에 코딩을 많이 못했던 이유는 건강이 안 좋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오늘부로 많은 부분이 회복됐다.

경제학에서 제일 첫 번째로 배우는 개념은 "모든 자원은 한정적이다"라는 전제이다.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우리는 때때로 이 기본 전제를 잊어먹고는 한다.

이번에 아프면서 다음과 같은 자원들이 한정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1. 모니터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간
  2. 앉아 있는 시간
  3. 프로젝트에 갖는 흥미와 의지
  4. 각종 Alert에 반응할 수 있는 여력

1. 모니터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간

모니터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은 시력이랑 직결된 자원이다.

시력이 조금이라도 흐린 날은 오탈자 실수가 많아진다. 코딩은 기계가 이해할 수 있는 문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자바스크립트나 CSS에서 세미콜론(;)을 빼먹거나, 파이썬에서 쉼표(,)를 빼먹는 것은 에러를 만들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다음과 같은 안전장치를 해놓았다.

  • 코딩하는 기계인 Macbook을 제외하고는 화면이 전부 흑백이다(grayscale).
  • 모든 기계에 dark mode를 설정해놓았다.
  • Chrome Browser Extension으로 Dark Reader을 설치했다.
  • 휴대폰 디스플레이 > 아이패드 디스플레이 > Macbook 디스플레이 순으로 눈의 피로도가 높다. 따라서 바라보는 시간을 그 역순으로 잡는다.

덕분에 모니터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길어져도 눈이 덜 피곤하다. 하지만 절대적인 양을 줄이기로 했다.

  • 하루에 8시간 이상 모니터를 바라보지 않기로 했다. 이는 Wakatime 기준 5시간 30분 정도 된다.
  • 쉬면서 봤던 유튜브 비디오들은 이제 라디오로 대체를 할 것이다.

2. 앉아 있는 시간

앉아 있는 시간은 신체의 소화력과 직결된 자원이다. 하루종일 앉아있기만 하면 소화가 안 된다.

소화가 안 되면, 집중력과 의지가 사라진다. 하루종일 우울하고, 축 쳐져있게 된다.

SARS-COV-2가 유행함에 따라서 현재 외식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몇 달 동안 혼자서 삼시세끼를 준비하는 건 정말 귀찮은 일이다. 작업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4월 초반에 거의 맨밥으로 끼니를 때우기도 했다. 그런데 이게 4월 중순에 와서는 소화불량으로 터진 것 같다.

따라서 앉아 있는 시간도 절대적인 양을 줄이기로 했다.

  • 앉아있는 시간도 역시 8시간을 최대치로 잡자.
  • 아침 시간, 점심 시간, 저녁 시간을 각각 최소 1시간 반으로 잡자. 요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 제일 쳐지는 시간에 운동을 하자.

3. 프로젝트에 갖는 흥미와 의지

자기가 생각하는 진짜 싸움을 위해서, 소모적인 작은 싸움은 웃으면서 지나갈 줄 아는 게 사람 삶에서 필요한 것 같아요. 간첩 리철진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대사 있잖아요. 남한 사람하고 똑같이 변해버린 간첩 아저씨 왈, “신념도 쓰니까 닳아서 없어지더라구?”.

특정 프로젝트에 쏟는 열정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 주중에는 Main Project에 힘쓰고, 주말에는 Main Project에 손도 대지 말자. 주말에는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자.
  • 한 프로젝트에 데드라인을 잡고 끝내는 것이 중요한 것은, 데드라인을 넘어가면 흥미가 뚝 떨어지기 때문이다. 자체적으로 데드라인을 잡거나, 공모전을 데드라인으로 설정하자.

4. 각종 Alert에 반응할 수 있는 여력

성인 여성은 하루 2000kcal를 필요로 하고, 성인 남성은 하루 2400kcal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저 열량의 대부분은 근육에 쓰이는 게 아니라, 신경계의 항상성(homeostasis) 유지에 쓰인다.

신체는 최대한 신경 물질을 원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 이 때 외부 환경에서 자극이 오면, 신경 물질에 교란이 생긴다. 신경 물질의 변화가 생긴 것을 기반으로 신체는 반응을 한다. 그리고 다시 신경 물질의 양을 원상태로 되돌린다.

그래서 요즘 사람들이 끊임없이 오는 재난알림문자들에 피곤한 것은 당연하다. AWS 특정 서비스들에 request 제한이 있듯이, 인간도 마찬가지로 request 제한이 있다.

중요한 알림들을 제외한 나머지를 무음으로 해놓는 것도 내 신경계를 위한 배려가 아닐까?

관리 능력은 제일 중요한 Stack

야구에서 김재박 LG 감독님은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Down Team Down)"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요즘까지도 LG 야구팀을 놀릴 때 "DTD"라는 표현으로 놀린다. 5월까지는 LG를 당해낼 팀이 없지만, 그 이후에 팀이 퍼져서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 LG 코칭스태프들이 투수들과 야수들을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좀 잘한다 싶은 마무리 투수는 일주일에 세 번 등판하기도 한다. 선발 투수는 공 120개 이상을 던져야만 마운드에서 내려올 수 있다. 야수는 햄스트링 부상으로 절뚝거리면서 뛰면서라도 출장을 해야 한다. 거짓말 같지만 나는 이에 해당하는 투수와 타자들의 이름을 전부 댈 수 있다.

반면에 두산은 코칭스태프들이 프로불편러들이다. 투수가 던지는 공의 위력이 조금 떨어지면 어느새 투수코치랑 포수가 쪼르르 마운드 위로 올라온다. 어느 날은 "오늘은 왜 백업 선수들로만 로스터를 짰지?" 싶을 정도로 주전 야수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준다. 심지어는 연타석 홈런을 치는 컨디션 최고조인 타자를 "오늘 경기에서 너는 할만큼 했어! 이제 들어와"라며 경기 도중에 뺀다.

두 팀의 성적은 어떨까? "DTD는 과학이다"는 말이 나올만큼 LG는 매번 가을야구에 가지 못한다. 반면 두산은 '18시즌에는 준우승, '19시즌에는 우승을 했다.

선수들의 역할은 경기에서 활약하는 것이고, 코칭 스태프의 역할은 선수들을 관리하는 것이다. 코칭 스태프는 선수들의 피로도와 의지력에 제일 민감하게 반응하고, 선수들을 경기에서 제외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스스로를 코칭하는 능력이 개발 스택에서 제일 중요한 스택인 것 같다. To-do list에서 체크 박스가 쓱쓱 잘 지워지는 날이라도, 과감히 컴퓨터 화면을 덮을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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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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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22일

너무 좋은 글이네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ㅎㅎ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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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27일

좋은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p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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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30일

재밌게 읽었습니다 :)
저도 시력관리를 잘 해야 할 것 같아서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 하나 바로 질러버렸네요...XD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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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1일

잘 봤습니다!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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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9일

저도 비슷한 이유로 러닝을 하고 있습니다.
유산소 운동을 하면 뇌까지 피가 잘 돌아서? 좋다고 들었던것 같아요 ㅎㅎ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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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21일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도 다크모드 없으면 못살아요ㅋㅋ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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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21일

너무 공감되는 글인데 실천하기가 어렵네요 :)

1개의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