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6월, 싸피를 끝내고 회고글을 적은 것도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그새 한 해가 훅 지나 다시 한 번 글을 적게 됐다.
(아니 사실 두 번 째다. 다섯시간 동안 열심히 쓴 게 날아갔다. 이 한 줄 빼고...😭)
결과부터 말하자면 취업에 성공했고, 한 달 차 직장인이 되었다.
최근 취업 시장이 꽁꽁 얼어 붙으면서 지원자수가 기본 200명으로 시작하고, 내가 입사한 회사도 이름이 알려진 곳이 아님에도 최종 지원자 수가 400명이 넘었었다. 이 빙하기를 살아가고 있는 소소한 기록이자 누군가에겐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며..! 힘을 내어 다시 써본다.
싸피 2학기가 끝날 때 쯤 되면 일부 친구들이 취업을 해 멀티캠퍼스를 떠나가고, 그렇지 못한 친구들도 학기 이후 찾아오는 잡페어와 함께 본격적인 취준 모드를 맞이한다.
하지만 나는...
이전 회사를 그만두며 조금 쉬어갈 생각이었으나 어쩌다보니 싸피와 함께 바로 일년을 내리 달렸었다. 그러다보니 일단 쉬는 게 우선이다 라는 생각 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약 3주 정도를 마음의 고향 튀르키예에 가서 보냈다. 매주 진행 중인 스터디를 제외하고는 어떤 공부도, 취업 활동도 하지 않고 푹 쉬었다. 누군가에겐 생각 없는 사람처럼 보였을 수도 있겠지만 나에겐 너무 필요한 시간이었고, 다시 한 번 달려나갈 힘을 얻었으니 정말 잘 한 선택이었다.
(카파도키아 벌룬투어 정말 정말 추천한다.)
난 원하는 회사의 기준이 나름 명확한 편이었는데,
이렇다 보니 흔히들 준비하는 대기업의 코스와는 조금 달랐다. 공채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채용 공고가 언제 올라올지도 모르고,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도 알기 어려웠다.
그래서 커피챗을 적극 활용했다. 많은 스타트업이 회사 자체 사이트에 커피챗 신청 링크를 달아두고 있기 때문에 신청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다만 어떤 기업과 이야기를 나눠볼 것인가? 에서는
기존 관심을 가져왔던 기업 뿐 아니라 링크드인 뒤지기, 스타트업 투자 관련 프로그램의 지원 아르바이트 하기 등등 다양한 방법으로 정보를 수집하려고 노력했었다.
그렇게 B2B 서비스 회사나, 재활용기 관련 회사 등 여러 회사들의 대표님과 CTO님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는데
가장 크게 느꼈던 점이
내가 정말 개발자가 될 수 있나? 무서운 의문이 다시 한 번 찾아왔다.
사실 싸피 때부터 쭉 해왔던 생각이었다.
기능 구현만 할 수 있다면, 그걸 개발자라고 부를 수 있을까?
실제 업무에선 어떻게 코드를 짜는지, 어떻게 협업을 하는지, 어떤 코드를 작성하는 사람이 좋은 개발자인지 등에 대한 의문이 정말 많았다.
그러던 중 친구의 소개로 원티드 프리온보딩 인턴십 코스를 알게 됐다.
인턴십이라고 되어있으나 교육 및 팀프로젝트 + 취업 지원이 연계된 약 한 달 반 정도의 과정이다.
교육 과정이 배포, 클린코드, 테스트 등 정말 궁금했던 부분에 관련되어 있다는 점과 팀 프로젝트를 다시 한 번 진행할 수 있는 점이 마음에 들어 과정에 참가하게 되었다.
교육은 물론이고 팀 프로젝트가 기대 이상으로 마음에 들었는데,
각자 한 주제에 대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이후 모여서 각자의 코드를 리뷰하며 기능별로 하나의 Best Practice를 지정해, Best Practice만 모인 하나의 완성된 프로젝트를 만들어내는 식으로 운영되었다.
팀원 대부분이 다른 부트캠프 수강생이었어서 각자의 장점과 지식들을 공유하기 좋은 환경이었고 이후 해당 부분에 대한 멘토님의 리뷰 세션도 크게 도움이 되었다.
이 과정을 통해 코드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할 수 있었고 코드의 질적인 측면만 고려한다면 싸피 그 이상의 배움이 있었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팀의 Github 레포나, 개인적으로 정리한 노션 페이지가 있으니 참고하면 될 것 같다.
원티드 프리온보딩 코스도 끝내고 나니 시간적 여유가 다시 생겨 조금 더 많이 지원하기 시작했다.
원래는 노션에 정리한 이력서 겸 포트폴리오 하나가 전부였다.
하지만 지원을 하다보니
이력서 및 포트폴리오란에 링크를 적을 수 있는 곳보다 파일을 업로드할 수 있는 곳이 훤씬 많았다.
이 때, 노션을 그냥 pdf로 변환해 저장하게 되면 가독성이 순식간에 악화된다. 그래서 결국 figma로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분리해 다시 만들어야 했다.
이마저도 최선이 아니었던 것이, figma로 제작한 이력서를 낸 곳에서 면접을 본 적이 있었는데 이력서에 필요한 내용이 너무 여기저기 배치되어 있어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결과적으로는 사람인 등 채용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기본 이력서 + Figma 포트폴리오를 기본적으로 사용했고 합격률도 노션이나 자체 제작 이력서 대비 높았다.
내용에 대한 부분을 살짝 덧붙이자면,
최대한 내가 고민한 부분과 그 프로젝트를 통해 배운 점 (단순히 개발적 부분이 아니더라도)을 담으려 했었다.
결과적으로 51개의 기업에 지원서를 제출했고, 11개의 기업에서 서류를 합격했다.
처음 프론트엔드를 결심한 당시만 해도 채용 공고에서 코딩테스트보다는 과제전형이 많이 보였다. 그래서 프론트엔드 == 과제전형 이라는 아주 단단히 잘못된 생각을 한 나는 알고리즘을 놓아버리는 과오를 저지르는데...
한 절반 정도는 과제전형이 아닌 코딩테스트를 봤어서,
과거의 선택을 수습하느라 욕 좀 봤다 ^^...
과제 전형
그렇다고 과제는 잘 봤느냐? 무려 합격률 0%를 자랑하는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나름 구현에는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주어진 시간 내에 제시된 기능을 모두 구현하려다 보니 코드의 질을 놓쳤고 다시 생각해봐도 정말 쓰레기와 다름 없는 코드를 제출했었다.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야 드는 생각이지만, 모든 기능을 구현하지 못했더라도 최대한 고민한 흔적이 드러나게끔 과제를 수행했다면 합격률이 이보다는 낫지 않았을까...한다.
코딩테스트
많은 기업이 알고리즘에 언어 제한을 두고 있지는 않지만 간혹 프론트엔드는 자바스크립트로 제한을 거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새로 준비할 때는 새마음 새뜻으로 자바스크립트로 준비했고,
합격률이 높지는 않았지만 준비하는 과정 자체로도 꽤 많은 도움이 됐었다.
라이브 코딩테스트
서류 합격한 곳 중 두 곳에서 라이브 코테를 봤다.
모수가 크지 않아 감히 이렇다 저렇다 쓰기는 애매하지만,
나의 경우에는 라이브 코테가 다른 과정에 비해 난이도가 높지 않았다.
모두 간단한 알고리즘 + 간단한 구현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얘 정말 자기 손으로 코딩 할 줄 아나? 를 보려고 했던 것 같았다.
무엇보다 과제를 수행하고 나서 왜 그렇게 했는지,
못 풀었다면 어떻게 풀 수 있을 것 같은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바로 나눌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좋았고
유일하게 모두 합격한 전형이기도 해 더 더 좋았다.
우선, 시중에 떠도는 프론트엔드 면접 질문이 정말 기본이 된다는 걸 많이 느꼈다. 그 외에는 대부분 개인의 프로젝트나 경험에 대한 질문이기 때문에
가장 준비할 게 많지만 가장 명확한 채용 과정 이라고 생각한다.
면접을 크게 무서워 하는 편은 아니어서
최대한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러 가는 곳이다 라는 생각으로 임했다. 가치관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개념이기도 해서 커피챗 경험도 꽤나 도움이 됐다.
기술적인 질문의 경우 모르는 건 솔직하게 모른다고 답변했고,
아는 부분에 대해서는 최대한 경험한 내용과 연관해서 답변했었다.
예를 들어 디바운싱과 쓰로틀링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는 해당 개념에 대한 답변과 함께 검색어 자동 완성 기능을 만들었을 때 고민한 부분이나 어떤 기술을 택했는지에 대한 내용도 덧붙여 얘기했었다.
51개의 지원 끝에 2개의 최종합격을 했고, 현재 회사에 입사 해 한 달 째 다니고 있다. 취업을 하면 나 이제 진짜 개발자다! 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사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내가 좋은 개발자인지에 대한 물음이 끊이지 않아 조금 부끄럽기도 하다.
하지만 부끄러워도 드러내야 더 강해지지 않을까!
이 고민을 내년에도 계속해서 이어나가면서 좋은 개발자는 아니어도 어제보단 나은 개발자가 되어있어 보는 게, 나의 24년 목표다.
글을 날려먹고 다시 써도 까먹지 않는 내 소소한 자랑거리와 함께
이만 23년 마지막 포스팅을 마무리해본다.
새해에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