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테크코스 2기 - 기록] 조금 늦으면 어때

Sony·2020년 4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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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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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4일 부터 우아한테크코스 2기로 50명의 크루들과 함께 공부중 이다.
아래 글은 우아한테크코스 한 달 생활기라는 주제로 글이다.

늦음을 걱정해주는 사람들

"개발 공부를 한다고? 너무 늦은 거 아니야?"

2년 전, 20대 후반의 취준생인 나를 걱정하며 친구는 말했다. 개발 공부를 시작한 지 6개월 정도 됐을 무렵이었다. 잘 나가는 대기업에 다니며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한 친구는 나의 취업 시기가 늦어지는 걸 걱정했다.

"지금 시작해서 전공자들이랑 경쟁하는 건 좀 위험하지 않겠어?"

"그동안 쌓아 왔던 스펙이 아깝지 않아?"

"대기업 공채 준비하는 건 어때?"

지금까지 무언가를 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걱정했던 건 대부분 방향보다 속도였다.

재수를 한다고 했을 때, 삼수를 한다고 했을 때, 육군이 아닌 공군을 간다고 했을 때도 다들 너무 늦어진다고 걱정했다. 그리고 우아한테크코스(이하, 우테코)에 합격해서 10개월간 공부한다고 했을 때의 반응도 비슷했다. 30대에 들어선 나는 늦음에 대한 불안과 초조함을 안은 채로 우테코를 시작했다.

빠르게 보단 바르게

우테코에서의 한 달은 즐거웠다. 무엇보다 비슷한 목표와 관심사를 갖고 함께 공부하는 크루들이 있어서 좋았다. 서로 긍정적인 자극을 받으며 재미있게 공부했다. 그럼에도 초조하고 불안할 때가 있었다. 그럴 땐 어김없이 남들과 나의 속도를 비교할 때였다.

'저 친구는 벌써 다 구현했네. 어떻게 저렇게 빨리 하지?'

'저 친구는 배운 걸 바로 적용하네. 어떻게 습득력이 저렇게 빠르지?'

'나는 왜 빨리 못 할까. 나도 (빨리) 잘하고 싶다.'

어느 순간 남들과 비교하는 나를 발견한다. 남들보다 느린 나를 걱정한다. 더 늦어지면 안 된다는 조급함에 나를 더 재촉한다.

그런데 잘하는 사람들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취미로 개발을 해왔다거나.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해봤다거나. 타고난 재능이 있다거나. (타고난 재능이 있어도 처음부터 잘한 게 아니라 그 재능을 발현시키기 위한 일련의 경험들이 있었다.)

즉, 지금 잘하는 사람들은 과거에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결코 한 순간에 잘해진 게 아니다. 일정 기간 이상 개발에 몰두하여 실력을 쌓는 기간이 있었다. 결국 그들과 속도를 비교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 남들이 4년 이상 쌓은 탑을 내가 2년 만에 쌓으려는 건 너무 큰 욕심이다. 무너질 탑을 빨리 쌓느니 튼튼한 탑을 천천히 쌓는 게 낫다.

우테코 교육 과정도 속도보단 방향에 맞춰져 있다. 자바 문법을 익히는 것을 넘어 객체지향적인 설계와 코드를 고민하도록 한다. 단순히 돌아가는 코드가 아닌 유지 보수하기 좋은 코드를 만들도록 한다. 미션을 진행 할 때 혼자 개발하기 보단 페어로 하도록 유도한다. 페어 프로그래밍을 하면 혼자 하는 것에 비해 구현 속도가 느려진다. 하지만 그만큼 더 나은 설계를 고민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더 좋은 품질의 코드가 나온다.

남들과 비교할 땐 속도가 아닌 방향을 비교하자. 왜 저 사람들처럼 빠르지 못할까 비교하지 말고 나도 저 사람들처럼 바르게 가고 있는지 비교하자. 지금은 빠르게 가는 것보다 바르게 가는 게 더 중요하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결국 우리는 모두 '실력 있는 개발자, 함께 일하고 싶은 개발자'라는 같은 목표를 향해 각자의 속도로 달려가는 사람들일 뿐이다. 이곳은 조금 느리더라도 올바르게 가려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니까.

조금 늦으면 어때

며칠 전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퇴사를 한다고 했다. 이 길은 자신과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새롭게 다시 시작한다고 했다. 친구의 선택을 진심으로 지지하고 응원해주었다. 친구도 자신에게 맞는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일 것이다.

2년 전 내가 올바른 선택을 했는지, 10년 후 나는 그 선택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다행인 건 개발자의 길을 걸어가는 과정이 재미있다는 것이다. 조금 더 일찍 이 길에 들어섰다면 더 좋았겠지만 늦게나마 이 길에 들어설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늦게 발을 들인 만큼 갈 길이 멀고, 개발에 재능이 있는 사람보단 배우는 속도가 느리다. 그 느림을 인정하고 내 속도에 맞춰 앞으로도 계속 개발자의 길을 걸어보려고 한다.

인생은 마라톤이라던데. 그렇다면 나만의 호흡과 리듬으로 페이스를 맞춰가도 되지 않을까.

조금 늦으면 어떤가. 내가 선택한 길이고. 가는 길이 즐거운데.


p.s. 코치분들이 우아한테크코스 2기를 나타내는 이름을 공모했다. 우주선 이름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고민 끝에 우테크루즈라는 이름을 제시했는데 내가 제시한 이름이 채택되었다. 우테크루즈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우테크루즈 : 우아한개발자가 되기위한 크루들이 탄 우주선

Cruise의 사전적 의미는 '순항하다, 정속으로 나아가다' 로, 우테크루즈는 '각자의 속도로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자'는 뜻.

51명의 크루들 각각의 실력과 성장하는 속도는 서로 다르다. 하지만 각자의 속도로 '함께 일하고 싶은 개발자'라는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위와 같이 지었다. 이것은 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조금 느리더라도, 조금 늦더라도, 한 걸음 한 걸음 꾸준히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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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하며 배운점과 회고를 남기는 공간입니다.

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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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2일

안녕하세요. 30대 퇴사후 개발공부를 진행중입니다.
우테코 프리코스에 참여하면서 너무 좋은 기회이면서 동시에 잘하시는 분들을 보며 경쟁력이 있는가 걱정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포스트를 보고 걱정보단 실행 할 시기임을 다시한번 다짐하고 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항상 좋은 일만 가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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