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동적으로 일하는 기분은 어디서 올까?

soryeongk·2025년 9월 21일

"나 너무 회사에서 시키는 일만 라고 있는거 아닌가?"

이 생각을 처음 활자로 남긴 날,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이런 생각을 한 건… 3개월, 아니 더 오래 되었을지도 모른다. 수동적으로 일하고 있다는 기분은 자긍심 높은 나를 아주 괴롭게 했다. 인터넷 썰에서나 보던 “노답 MZ 사원”에 가까워지고 있으면 어떡하지?

물론 아니다.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하는 버릇 때문에 잠시 우울해지곤 했지만, 결론 도출은 빨랐다. 나는 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와 피드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주일에 1-2번은 이런 생각을 했다. 결론이 아님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불쾌함이 자주 나를 괴롭히는 것은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것. 나는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 했다.

수동적으로 일하는 기분이 드는 것은 언제일까?

업무의 중요도와 상관없이 단순한 업무를 할 때 이런 생각을 한다. 그럴 땐, 내가 좋아하는 말을 되새긴다. “컴퓨터 앞에서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다면 무언가 잘못된 것이다.“ 단순 업무를 자동화해서 얼른 이 지루함을 탈출해야 한다. 이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한 문제이다.

주어진 업무 만으로 일주일이 순삭되었음을 느끼는 순간에도 이런 생각을 했다. 좀 더 많은 생각을 하고 주체적으로 일하고 싶었는데, 그럴 새도 없이 지나가버렸을 때의 허탈함이랄까. 내가 더 아이디어를 내고 새로운 제안을 하거나 PO에게 영감을 주고 싶었는데, “이번 주도 그러지 못했구나”가 쌓인다.

이 이야기를 사수에게 털어놨다. 사수는 의아하다는 톤으로 “그렇게 생각한 적 없었다. 외려 최근에는 프로젝트 개요 외 모두 스스로 소통하고 결정하는 상황이었는데, 기한 내에 좋을 결과물을 주었다”며 구체적인 예도 들어 주었다. 다른 팀에게도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 “잘해주고 계신다고 생각하는데, 스스로가 이상이라고 생각했던 모습과 달라서 그런 것 같다”고 하셨다.

원인은 무엇일까?

나와 가장 가까이 일하는 두 사람의 말을 들어보니, 2가지 원인으로 좁혀졌다.

만족스럽지 못한 나

내가 어릴 때 혹은 막연히 상상한 나의 20대 후반과 실제 내가 다르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목소리가 크고 말하기를 좋아하는 나는 팀의 중심이 되는 것을 좋아한다. 리드가 되고 싶다기보단, 내 의견과 목소리가 팀에게 좋은 영향을 줬을 때 가장 뿌듯함을 느낀다.

입사 후 내가 목표한 것 역시 “이 회사의 중심에 들어가자”였다. 최근에는 그런 일이 많이 없었다. 지금 서비스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내 분석력과 도메인을 포함한 여러 경험이 부족함을 알고 있다. 사수의 제안으로 한동안은 도메인 경험 쌓기에 집중하기로 했다. 목표 뿐 아니라 방법까지 상세히 알려주고 길을 잡아주어 감사한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기가 죽었다;;

위 내용을 적으면서 또 하나 느낀 것은 “기가 죽었다”는 것이다. 소심해지거나 자신감을 크게 잃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닌데, 똑똑한 사람들 사이에서 기가 죽을 때가 있다.

영재고와 카이스트, 서울대 등 출신의 이름만으로 내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같이 일하면서 이들의 사고 방식과 더불어 문제 정의 능력과 결단력, 분석력 등에 크게 감탄하고 있다. “아 진짜 똑똑한 사람들이구나”를 느끼는 포인트가 있다. 이들을 따라하고 닮고자 노력하지만, 실패한 날에는 살짝 쭈구리가 된다. 내가 이들처럼 사고하지 못하는 것이 하나의 콤플렉스가 되었나보다.

이건 아마 평생 가지고 갈 기분이겠지. 부정적으로 말하면 콤플렉스, 열등감겠지만, 덕분에 성장한 나를 돌아보면 원동력 정도가 적당한 단어려나.

그들만큼 아니 어떤 면에서는 그들보다 나은 능력도 있다. 나는 적응력이 매우 뛰어나다. 어디 던져두어도 금방 내 환경으로 만들어 뛰어 놀 수 있다. 동료분의 말을 빌리자면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배우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고. ㅋㅋ 아 엄청나잖아?

의외로 기분이 나아졌다.

생각을 정리하니, 수동적으로 일하는 기분이 덜어졌다. 단순 반복 업무는 자동화하고 개선해갈 수 있고, 아직 생각을 확장하지 못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적어도 무엇을 더 하면 좋을지를 알았으니 그걸로 됐다.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계속 발버둥치자. 열등감일지 원동력일지 모르는 그 에너지로 언젠가 내가 가장 사랑하는 동료들을 이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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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프론트엔드 개발자 령이의 어쩌구 저쩌구

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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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22일

이렇게 스쳐지나갈 수 있는 감정을 포착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피드백까지 받고 스스로 원인을 분석해본다니 너무 대단한 것 같아요! (진심)
저도 스스로 생각했을 때의 '이상적인 모습'이 아니었을 때 그런 기분을 느꼈던 것 같아서 공감이 많이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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