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 왜 프랑스에서 미술사하시다가 지금 개발하시는거죠?

쏘쏘임·2022년 3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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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3월 부터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교육을 공부하다가
🥐 2018년 8월 부터 Lyon2대학에서 미술사, 인포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하고
📕 2020년 7월 귀국하여 자바 개발자 양성 국비 과정을 들은 후
💻 2021년 4월 한국의 솔루션 SI 회사에서 근무하다
👩‍💻 2021년 7월 패스트캠퍼스 네카라쿠배 2기에 참여하기 전까지의 회고

왜 갑자기 개발을 시작하셨나요?

"다수의 사용자들과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인터넷'이라는 공간에 대한 관심, 그리고 물리적 제약이 없는 '디지털'을 다루는 능력을 갖추고 싶다는 생각으로 개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비전공자로 개발 직군에 지원하는 만큼 거의 모든 면접에서 받게 되는 질문입니다. 고민 끝에 추리고 추린 이유지만, 그간의 다양한 경험과 깊은 고민을 담아내기엔 부족해 늘 아쉬웠습니다. 회고의 이 자리를 통해 조금이나마 더 자유롭게 풀어보고자 합니다.

개발 시작

개발자 회고록에서 보기엔 뜬금없지만, 개인적인 이유를 되짚다 보면 미술사를 공부하던 중 접한 벤야민이 말한 '예술 작품의 아우라 상실'을 떠올리게 됩니다.

아우라의 붕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성격의 예술로 나아가야 한다.
Walter Benjamin, 1935,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반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 프린팅된 에코백

반 고흐의 그림 '별이 빛나는 밤'을 길거리의 흔한 에코백에서 볼 수 있는 요즘, 예술 작품의 아우라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독일 철학자이자 미술사학자인 벤야민(Walter Benjamin)은 아우라를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원본'이 가지는 '미묘하고 고유한' 기운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유일무이한 공간에서 특별한 관람객에게만 공개되던 작품의 아우라는 기계와 디지털을 통해 복제되며 상실되어갑니다. 심지어 영화와 같은 미디어는 원본과 복제에 대한 차이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벤야민의 말을 과장되게 적용해보자면 반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의 아우라는 상실되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단 한 곳에서만 소유할 수 있고, 일부만 감상할 수 있던 작품이지만 현재는 길거리의 흔한 에코백에서도 볼 수 있기 때문이죠.

아우라 그 자체에 대한 논의보다 중요한 점은 과거 아우라의 상실에 따른 예술작품을 공유하고 소개하는 방식의 변화입니다.

작품을 얼마나 소유하느냐보다 능동적으로 사용자와 소통하며 재창조하는 능력이 중요해졌고,

  • 원본의 작품들을 재해석한 미디어 아트 전시 빛의 벙커

을 활용하여 아카이빙 뿐만 아니라 다수의 대중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이런 관심사들로 인해 미술사 연구가 아닌 아닌 인포그래픽 디자인(실기) 분야로 석사를 진학하였습니다. 교육 과정은 영상, 이미지, 웹, 3D, 웹 개발 등 다양한 디지털 분야를 폭넓게 접하며 프로젝트를 디렉팅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새로운 도구를 배우고 표현해 내는 일은 무척 즐거웠습니다. 특히 가상 전시에도 종종 활용되는 3D 작업에 관심이 많아 인턴십을 신청하여 학교 과정 수준 이상까지 도전해 보았습니다.

3D 모델링

하지만 작업을 할 수록 예술 분야에서 작업하는 것이 맞지 않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아름답게, 혹은 느낌있게'에 대한 기준을 판단하기가 너무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많은 고민을 하던 중 개발자 친구들과 웹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개발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문제가 있으면 에러가 발생하는, 객관적인 판단의 근거들을 가지고 토의하는 작업 과정이 매우 즐거웠습니다.

무엇보다도 사용자와 능동적으로 소통하고 디지털을 이용해 다양한 기술을 접목시킬 수 있는 웹 개발 분야가 '아우라'가 상실된 요즘 시대에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곳 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으로 귀국, Java 웹 개발

1년, 해보지 않고 후회하느니 마음껏 실패하고 돌아가기 충분한 시간

2020년,

당시 코로나로 인해 예술계에서 인턴십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제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 무난한 인턴 후 석사 학위 취득
  • 관심이 가는 웹 개발 공부

코로나로 인해 줄어든 선택지는 오히려 도전적인 계획을 실행할 용기를 주었습니다. 결국 석사 과정을 1년 유예하고 한국으로 귀국하였습니다.

당시 자바 소프트웨어 개발 국비 과정을 수강하였던 때를 돌아보면 '구현에 급급하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도 몰랐고, 그저 '웹 개발'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된 기쁨에 당장이라도 훌륭한 개발자가 될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솔루션 SI 업체에 들어갔지만 생각보다 다른 상황에 고민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당장이라도 훌륭한 개발자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2021년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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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로서의 첫 고민: 어떤 개발자가 되고싶은가?

기술에 제약을 받지 않고 코드를 마음껏 다루며 폭 넓은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개발자

처음 개발의 길에 들어선 계기가 디지털이라는 매개체를 자유롭게 다루고 싶다는 욕심이었던 만큼,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 필요한 기술이나 구조를 충분히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싶었습니다.

다만, 당시 회사 업무와 저의 능력은 제가 그리는 개발자로 성장할 수 있는 양분이 되지 못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최소한의 개발 지식을 갖추기 못한 저의 상태였습니다. 백엔드와 프런트엔드에 대한 구분도 모르는 채로 시작한 개발이었고 돌아보니 단순한 구현만 경험한 상태였습니다.

이 외에도 SI 업체의 특성상 효율적이고 좋은 코드를 개발하기 위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지 않고 조언을 줄 사수의 부재했던 점, 시각적인 요소들을 전혀 다루지 못하고 사용자와의 소통에 대해 고민할 수 없는 업무를 지속하는 것에 대한 회의가 들었습니다.

회사 업무 중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힘들어 업무 외 활동 및 공부를 찾으려 노력하였습니다. 서비스의 기획 과정에 대해 경험하고 싶어 서울시 SBA 아카데미에서 운영하는 'UX/UI 과정'에서 가상의 서비스를 기획하는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였고 '컴공 전공자 따라잡기' 같은 강의도 수강해 보았지만 일과 병행하며 따로 공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기획 프로젝트 토박토박: MZ 세대를 위한 공유 기반 여행 어플리케이션
토박토박

그러던 중 '프런트엔드 개발'을 제대로 배워볼 수 있다고 홍보하는 부트캠프 모집 글을 보았습니다. 1기 기준 15명을 뽑는데 4100여 명이 몰린 만큼 경쟁률이 어마어마한 자리였지만 일단 해보자는 생각으로 지원하였습니다.

성장하기 위해 어떤 환경을 만들어야할까?

저렇게까지 홍보하는데, 적어도 그들이 제공할 수 있는 최선의 교육 퀄리티겠구나

네카라쿠배 슬로건

'무조건 네카라쿠배'에 간다는 슬로건을 믿지는 않았습니다. 그보다 그들의 마케팅 목적(유명한 IT 회사로 보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주니어 개발자들을 배출하여 패스트캠퍼스에서 제공하는 교육의 퀄리티 홍보)이 주니어 개발자로서 탄탄한 기본을 갖추고 싶은 저의 목적과 일치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곳에서 공부하여 프런트엔드 개발자로서의 기본적인 역량을 다진다면, 또 그 결과로 개발자의 성장과 회사의 성장이 분리되지 않는 업무 환경을 가질 수 있다면 제가 그리는 개발자 모습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것 같았습니다.

놀랍게도 이곳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고, 어느덧 그 과정이 마무리되어 첫 회고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다음 회고에서 본격적으로 '네카라쿠배 2기' 과정에 대한 기록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다음 회고 미리보기

평일 10:00 ~ 22:00이라는 빡빡한 일정으로 프론트엔드 기초를 공부하고 있다. 말이 10 to 10이지, 매일 프로젝트, 시험, 과제로 눈을 뜰 수만 있다면 늘 개발하고 있는 것 같다. 동료들이 없었다면, 함께하는 시간이 즐겁지 않았다면 진작에 나가떨어졌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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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후, 회고 2편을 작성하여 링크 연결 예정)

profile
무럭무럭 자라는 주니어 프론트엔드 개발자입니다.

4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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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8일

멋지네요 ㅎㅎ 응원합니다~!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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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15일

그간의 여정과 앞으로의 다짐이 읽혀서 너무 좋았어요. 항상 응원할게요 🧡

1개의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