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 후 의욕 없는 취업준비를 하며 1년을 허비했다.
그러다가 문득, 지금이 내가 하고 싶은 걸 도전해볼 수 있는 마지막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플하게, 난 개발자가 되고 싶었다.
어떤 서비스를 기획하고 개발해서 사업화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고,
회로와 컴퓨터를 가지고 원하는 걸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실력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고,
괴팍하지만서도 본인만의 확실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개발자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내가 그들 속에 어울리는 상상도 해봤다.
지금이 아니면 평생 도전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럼 바로 시작해야겠쥬?
1월쯤에 주변 인맥을 통해 내가 궁금해하는 분야인 웹 백엔드쪽, 임베디드쪽 현업자분과 대화를 나누며,
내가 '의미가 있는' 질문을 할 정도의 지식조차도 없다는 걸 느꼈고,
혼자서 제대로 공부하지 못할거라면 어떤 부트캠프라도 일단 참여해서 경험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CS 지식 기반을 먼저 닦고 싶었다.
전에 SW 전공자들과 팀플하면서 기초의 부재로 인한 한없는 무력함을 느꼈었기에 나온 생각이었다.
아직 어떤 분야로 가고 싶은지 마음을 결정하진 못했지만,
어디로 가더라도 제일 중요한 부분은 챙기고 가야 나중에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 크래프톤 정글 과정 공고가 떴고,
몰입이 가능한 환경을 제공하고 공부 방향에 확실한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는 걸 알게 된 후엔
지체없이 지원했다.
서류와, 미리 나눠준 학습 자료를 기반으로 한 시험(기초 웹사이트 개발), 면접을 거쳐
운이 좋게 합격했고, 3월 10일부터 정글 8기생으로서의 생활을 시작했다.
입소하자마자 3일간 밤을 지새우며 웹개발 프로젝트 하나를 완성한 소감은, 확실히 힘들긴 하지만 재밌다.
내가 정말 말하는 감자에 불과하고(..)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지만
맨땅에 헤딩을 여러 번 하다보면 머리가 딱딱해져서 박치기를 잘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계속 부딪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마음을 남은 5개월동안 끝까지 가지고 갔다가, 취업할 때까지 가지고 갔다가,
평생 가지고 갈 수 있길 바란다.
항상 공부를 대충 하는 삶을 살아온 내가,
제대로 공부하는 방법을 깨닫고 뭐라도 얻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