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주절주절.. 근황을 한 번 써보려고 한다.
속절없이 지나가는 시간과 잠깐이면 휘발되는 기억이 참 아쉬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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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말에는 갑자기 눈이 잔뜩 오더니, 4월 초에는 날이 풀리면서 꽃이 피었다.
(저 벚꽃나무가 전라도에서 공수해온 700만원짜리라고 해서 괜히 자주 보게 됨)
like 나의 감정 변화... 줏대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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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이 너무 좋은 게, 이벤트를 잘 챙겨준다. 기분 전환이 잘 된다.
랩실 상관없이 반 대항전으로 턱걸이 대회를 열기도 하고, 만우절이라고 뽑기 이벤트를 준비해주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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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짝한 동갑내기 요가 고수님과 함께 요가도 하고,
정글에 온 이후 처음으로 주말에 남자친구를 보러 나가서 데이트도 하면서 콧바람도 쐬었다.
반 사람들과도 이때쯤 많이 친해진 것 같다.
난 우리반 사람들이 참 좋다... 밝고 재밌고 열정적인 사람들이 많고 다들 무해하다.
사실 우리 반에 아버지랑 이름이 똑같은 형이 한 명 있다.
문제는 누군가 이 형 이름을 부를 때마다 흠칫한다.
팀이 돼서 함께 문제를 풀 때, 내 본명과 그 아버지에 관한 얘기가 주어져서
둘이 눈 마주치고 빵 터진 일도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
사실 이 시기는 집중력 부족과 잘못된 공부 방식에 현타가 쎄게 한 번 온 다음,
나만의 루틴을 만들고 멘탈을 되찾으려고 노력하는 시기였다.
역시 사람은 환기가 중요한 게 살짝 마음을 내려놓고 주변을 보니까 마음이 편안해졌다.
결과적으로 열정열정맨에서 약간 스마트해진 대가리 꽃밭으로 복귀했다.
분명 내 본성을 좀 억누르고 지내보려고 했는데 결국엔 봉인 해제 된 듯하다.
처음보다 늘어진 감이 없잖아 있지만, 오히려 공부는 더 잘 되는 느낌이다.
공부? 니가 어쩔건데 ㅋ 좀 치냐? 하고 덤비다가 맨날 쳐맞지만, 그게 나쁘지 않은 느낌?
내가 써놓고도 뭔 말인지 모르겠다.
이 기간의 가장 큰 수확이라면... 공부에 재미가 조금 붙었다.
C언어와 컴퓨터 시스템을 같이 배우면서, 자료구조를 구현해보는 게 흥미로웠다.
물론 모든 진도를 다 쳐내지 못했고, gpt가 많은 걸 해줬지만
조급해하지 않고 차근차근 내 기반을 쌓아가려고 생각하니까 여유가 생기고 재미가 생겼다.
근데 좀 많이 여유가 생겨버린 게 문제다.
알럼나이(이전 기수의 졸업생) 분들이 방문하셔서 대화할 기회도 있었다.
내가 진짜 가고 싶던 제조사의 내부 infra SW쪽으로 가신 분, 창업을 하신 분,
내로라하는 대기업의 백엔드쪽에 계신 분, 급속히 성장 중인 해외 기업으로 가신 분과
대화를 나누고 연락처를 공유하면서 든든한 선배님들이 생긴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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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인 언니 오빠들 생일 축하도 해주고 술을 먹기도 했던 주간이었다.
자정이 넘었는데 공부한다고 반에 남아있던 사람들이
다같이 박수치면서 생일 축하 노래 부르는 데 뭔가 웃겼다.
오른쪽 사진은 코치님이 주신 정글 굿즈 공평하게 분배한다고 핀볼 룰렛 돌린 거다.
착한 사람들 증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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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반에서 보부상을 담당하고 있는데,
남자친구가 쿠팡에서 5만원어치 먹거리를 더 시켜줘서 거상으로 업그레이드 됐다.
컵밥 + 트윅스 + 아이셔 + 컵라면(불닭/신/짜파) + 삶은 계란 + 소세지면 입이 심심할 틈이 없다.
덕분에 살이 "매우 많이" 쪄서 군것질을 다시 줄여보려고 한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음식을 많이 나눠주곤 했는데, 그들의 체중도 증가했기를 바란다. 나만 찔 수 없지
5주차때 같은 팀을 했던 분께서 엽떡에 허니콤보를 사주셨다(압도적 감사).
오랜만에 자극적인 게 들어와서 군침이 싹 돌아서 행복했다.
여기 근처 시장에 돈까스집이 맛있는 곳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는데,
처음으로 우리 대학교 앞의 돈까스집을 이기는 곳을 만나서 행복했다.
고딩 때까지만 해도 잘 안 먹던 메뉴를 이렇게 사랑하게 되다니... 나도 공대생이긴 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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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다 지고 새 잎이 돋았다.
이상하게 저 나무에 감정 이입하게 되는 것 같다.
살짝은 차가운 밤공기가 달빛과 뒤섞이며 온몸에 스미면,
차분해지는가 싶다가도 넘실대는 감정이 줄기를 뻗어나가곤 한다.
공부할 때 고민인 건, 난 손으로 쓰면서 공부해야 머릿속에 정리가 잘되는 스타일인데
SW 공부는 모든 걸 손필기할 수 없다는 점이다.
블로그에 기록을 남겨보려고 이런 식의 정리가 익숙치 않고 답답해서 잘 안하게 된다.
그래도 공부하면서 대충 휘갈겨쓴 건 다시 보기 힘드니 어떻게든 자료로 남기려고 노력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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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아침에 헬스를 했다.
원래 일주일에 2~3번씩 헬스를 하는데 항상 공부 끝나고 늦은 새벽에 갔다.
루틴을 바꾸고 싶긴 했지만 일찍 일어나는 게 쉽지 않았는데, 한번은 해냈다는 게 소소하게 기분이 좋았다.
식사를 한 후 산책이나 농구 자유투(커피 내기)를 자주 한다.
요즘 공 던지는 기술 좀 늘어서 한 번은 캐리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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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티가 나왔다!
알고리즘 주차에 백준 고양이 문제를 풀고 있던 at this moment님이 너무 웃겼는데
이걸로 반티가 만들어지니 너무 귀여웠다.
옷 온 기념으로 사진 찍자고 우리반 사람들 끌고 나갔는데 다들 응해줘서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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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미 풀배열 키보드를 샀다.
입소할 때 언니한테 키보드를 빌려왔는데 게이밍용이라 시끄럽다고 민원이 잦았기 때문인데,
써보니까 이것도 시끄럽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ㅠ
도각도각 소리가 좋아서 타자치는 재미는 있지만 또 민원 들어오면 저소음 축을 사야할 것 같다.
장비 욕심이 아예 없었는데, 같은 코드를 돌려도 맥북 최신 버전인 사람들이 점수가 잘 나오는 걸 보고
조금... 생기려고 한다..... 마우스도 바꾸고 싶다...... 빨리 돈 벌어야겠다
하드웨어 동아리에 가입했다.
실제로 사용 중인 조립 컴퓨터를 해체쇼하면서 보여주고, 구형 램들을 구매하고,
열심히 강의자료를 준비한 동아리장 오빠를 보면서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전공 과목을 다 던져버리긴 했지만) 나름의 전자과 출신으로서 들어본 용어들이 나오는 게 재밌긴 했다.
그래도 이 오빠처럼 정보들을 하나하나 다 찾아보고 즐거워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나 임베디드 가면 안되려나
이제 공부하면서 자료들을 찾아보면 다 영어다.
영포자는 도망칠 곳이 없어... 자꾸 보면 정들겠지의 마인드로 자료 째려보고 있다.
바뀐 코치님과 반 전체와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었다.
누군가가 코딩하다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마주쳤을 때는 어떻게 해야하냐고 질문했는데,
"그건 아주 잘못된 생각이에요.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라는 건 없어요. 해결 못하면 잘려요."
라고 답변 주셨다.
SW의 대부분의 용어는 건축에서 왔다.
그만큼, 프로그래머들이 하는 일은 사람이 살 건물을 짓는 일과 비슷하다.
오퍼가 들어왔는데 기간 안에 완성하지 못한다면? 당연히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거다.
건물을 짓지 못한다는 가정은 없다. 부실공사를 해서도 안 된다.
일부를 제외하고 나머지가 완성되었다고 해서 공사를 마무리 지을 수는 없다.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라.
미국 빅테크 기업에서 넘사벽 커리어를 쌓아오신 코치님께서
본인은 아직까지도 항상 공부하고, 코딩하면서 밤을 샌다고 하시는 걸 보면서
정신 좀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초적인 거 하면서 찡찡거리지 말자.
딴길로 새지말고 지금 주어진 거에 집중하자.
이번주부터 한 6주간은 죽어나갈 예정이라 미리 생존 신고를 남겨 놓는다.
남은 95일? 달려보자.
사진 저렇게 표로 어떻게 넣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