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마

ssu_hyun·2023년 2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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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20
    "잘 다듬어진 화살은 궤적 위에서 방향을 틀지 않는다. 올곧은 여행자는 자신의 여정 중에 길을 바꾸지 않는다. 소마는 잘 다듬어진 화살이고 올곧은 여행자다. 언젠가 삶의 여정 어딘가에서 길을 잃을 때도 있을 게다. 하지만 소마는 다시 본래 자신의 길을 찾게 될 거다. 걱정의 시간도 후회의 시간도 너무 길어질 필요는 없다. 아버지의 말을 명심하거라"

  • p. 115
    그는 자신에게 씌워진 신분이나 지위로 대우받는 사람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로 받아들여지는 사람이 되어갔다.

  • p.125
    그는 다른 세상에 대해 생각했다. 다른 세상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저택을 떠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닷새 전까지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는 것이 새삼 신기했다.

  • p.129
    "내가 떠나려는 것은 헤렌 때문이 아니에요. 그저 다른 세상이 보고 싶어요. 이 언덕을 넘고 마을을 지나 광야로 나아가면 어떤 세계가 있는지 알고 싶어요."

  • p.195
    '고통뿐이다. 남은 것은 오직 고통뿐이다. 그런데도 죽지 않을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너에게는 가족도 없고 친구도 없고 사랑하는 이도 없다. 네가 살기를 바라는 자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도 마치 고향에라도 돌아가는 사람처럼 어디를 향해 그리 애를 쓰며 다리를 끌고 있단 말인가?'

  • p.197
    '왜일까. 나는 왜 여정을 끝내지 못하는 것일까. 왜 문을 닫지 못하는 것일까. 왜 안식에 이르지 못하는 것일까. 다가오지 않은 내일에 내가 그토록 얻으려 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 p.201
    '나는 이자를 잘 안다.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무기력하고 나약한 자. 상처 입은 짐승처럼 공포에 사로잡혀서는 적으로부터 도망친 자. 누가 자신의 적인지도 모르면서 겨우 상상 속에서 복수를 꿈꾸는 자. 그래. 너였구나. 네가 나의 고통을 만들어낸 자이고, 동시에 고통받아야 할 자구나. 이 고통의 영원한 순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밖에 없다.'

  • p.212
    '인간은 진짜 고통에 이르기 전까지는 삶으로 돌아오고자 하지만 진짜 고통에 이른 후에는 어서 빨리 그것을 넘어 죽음에 이르기를 소망하게 된다. 너는 어떠한가. 죽음을 갈구할 만큼의 고통에 이르렀는가.'

  • p.225
    그것이 아니었다 보다. 나는 살고 싶은가보다. 그 생각이 들자 소마는 자기 자신이 웃겼다.나는 정말 겁쟁이였구나.

  • p.370
    하지만 그는 곧 깨닫게 되었다. 다리가 없어도 걸을 수 있음을. 어차피 내면세계를 걷고 있지 않았던가. 자기의 내면을 걷는 것은 다리가 없어도 할 수 있는 일임을 새삼스레 알게 되었다.

  • p.375
    넷째 날에 그는 자기의 의식을 보았다. 내면의 주인, 내면 안에 앉은 자, 내면 그 자체와 대면했다. 그것은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었다. 생겨나는 것도 아니고 소멸하는 것도 아니었다. 영원한 것도 아니고 사라지는 것도 아니었다. 가는 것도 아니고 오는 것도 아니었다. 그것은 그저 세상의 구심점이고 세상을 일으킬 준비가 되어 있는 그 상태 자체였다. 그저 존재하지 않는 얇은 경계로 구획되어 있는 무엇. 그것이 자기의 의식이고 그것이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마지막 다섯째 날에 경계는 사라졌다. 거품이 터지듯 자아의 경계는 사라지고 그것은 곧 세계 자체가 되었다. 이제 자아는 없고, 자아 아닌 것도 없었다. 안도 없고 밖도 없으며, 존재도 아니고 부재도 아니었다. 그것은 단일자이면서 최초의 시작이고 동시에 다자이면서 최후의 끝이었다. 극단은 구부러져 맞닿고, 그 맞닿은 면에 경계는 드러나지 않았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그 초월 속에서 그것은 머물렀고 쉬었으며 침묵했다.

  • p.379
    아버지가 말했다. "잘 다듬어진 화살은 궤적 위에서 방향을 틀지 않는다. 올곧은 여행자는 자신의 여정 중에 길을 바꾸지 않는다. 소마는 잘 다듬어진 화살이고 올곧은 여행자다. 누구나 삶의 여정 어딘가에서 길을 잃고 헤매게 된다. 하지만 언젠가는 본래 자신의 길을 찾게 되지. 그러니 걱정의 시간도 후회의 시간도 너무 길어질 필요는 없다. 화살이 아니라 화살을 찾아가는 과정이 너를 담대하게 하고, 너를 어른으로 만든다. 그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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