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

Suyeon·2020년 12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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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개발자가 되기로 결심했을까? 오늘은 그 이유에 대해서 서술해보려고 한다.

Who am I?

나는 만 24세 강수연이라고 한다. 현재의 나를 설명하기 위해서, 나의 이야기는 고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재미있는 고등학교 생활을 실껏 만끽하다가 3학년이 되어서 갑작스럽게 대학교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큰 이유는 없었다. 친구들이 모두 대학교에 가기 위해서 준비하고 있었고 막연하게 "대학 생활이 재밌을 수도 있겠다" 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뒤늦게 공부를 시작해 수능을 보고 서울여자 대학교에 들어가게 된다.

부푼마음을 가지고 대학교에 입학했지만 나의 예상과 달리 대학 생활은 재미가 없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처음으로 나의 인생의 방향성에 대해서 고민을 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고등학생때까지 내가 하는 공부들에 대해서 "왜 해야하는지" 크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왜냐하면 남들도 모두 똑같이 공부하고 그게 당연하다고 여겨졌기때문이다. 하지만 대학교를 입학하고나서 나에게 처음으로 '자율성'이라는 것이 주어졌다. 결국 많은 고민끝에 결국 1학기를 마치고 휴학을 하게 된다.

"나는 이제 무엇을 하면서 살아갈까?", "내가 사랑하는 일은 무엇일까?" 처음으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물론 무조건적으로 사랑할 수 있는 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하기 싫은 일" 혹은 "불쾌한 감정"을 수반해야 한다. 하지만 내가 진정으로 일을 좋아한다면 그 일을 하기 위해서 불쾌한 감정까지도 거뜬히 수반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에게 그런 일은 과연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매일밤 내 자신에게 던졌다. 이러한 종류의 성찰을 계속 하다보니 자연스레 삶의 철학적 질문으로 이어졌다. "나는 어디서 왔고 앞으로 어디로 가는걸까?" 특히 실존주의에 관심이 갔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정말로 모르겠다 였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매순간 단순히 "존재(exist)"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매 순간을 느끼며 살아(live)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길에 오르다

이 질문을 계기로 나의 여정은 시작 되었다. 세상에는 셀 수 없이 수많은 직업이 존재하지만 나는 그 것들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어떤 직업이 존재하고, 그 직업이 하는 일은 무엇이며, 그 직업을 가지기 위해서 필요한 자격 요건등 말이다. 내가 여태껏 생각해온 직업은 주위에서 익히 들었거나 나의 성격으로 짐작컨데 이런 일을 하면 재밌겠다 정도였다. 나도 "나"를 아직 잘 모르는데 나는 "나"를 스스로 규정하고 나의 바운더리를 좁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위해서 나는 배낭여행을 떠났다. 세상의 다른 사람들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내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었다. 다양한 삶을 사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면,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어떠한 마음가짐과 태도로 세상을 살아가는지에 대한 좋은 답변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21세, 첫 배낭여행을 떠나게 된다.

난 돈이 없었기 때문에 여행가고 돌아와서 아르바이트 하고 다시 여행가고를 반복했다. 베트남을 시작으로 동남아, 유럽, 터키, 인도, 이집트등 세계 이곳 저곳을 누비며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다양한 삶의 방식을 접했다. 공원 벤치에서 만난 나이가 지긋했던 할아버지, 태국의 화장품 사업으로 부자가 된 30대 여성 친구, 함께 비를 맞으며 밤새 이야기했던 대만 친구, 자유로운 사고 방식을 가진 프랑스 친구들, 인도의 화장터에서 마지막 고인의 모습을 촬영하는 사진가등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함께 대화를 나눴다. 길 위에서 인생의 스승들을 많이 만났던 것 같다.

스쿠버다이빙 강사가 될래!

여행을 하며 내 자신을 여러번 마주했다. 내가 몰랐던 나의 모습들을 많이 발견했던 것 같다. 추악한 모습부터 내가 이렇게 마음이 넓었나 하는 부분까지 말이다. 그러던 와중 처음으로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한가지 찾았다. 바로 스쿠버다이빙이다. 태국의 작은섬 꼬따오에서 시작해서 발리를 거쳐 나를 결국 이집트 다합까지 인도한 것은 스쿠버 다이빙이였다. 스쿠버다이빙을 하는 순간은 너무 행복했다. 행복해서 눈물이 난 적도 있다.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과, 자연앞에서 무력한 인간의 모습을 보며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스쿠버다이빙이라는 행위 자체도 좋았지만 강사님들을 보며 누군가에게 바다에 대한 첫 인상을 새롭게 심어줄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흥미로웠다. 강사의 재량에 따라서 어떤 사람에게 바다는 무서운 곳 이거나 아주 행복한 곳 으로 기억된다. 사람들에게 행복한 기억을 심어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스쿠버 다이빙 강사였다.

그리하여 난 이집트에 있는 다합이라는 작은 동네에서 다이브 마스터로 일하며 강사님들을 바로 옆에서 관찰했다. 대부분의 강사님들은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본인의 직업을 진심으로 사랑하며 일을 즐기는 분들이였다. 모든 교육에 참여해서 어시스트를 하는동안 내가 깨달은 한가지 사실은 스쿠버다이빙 강사라는 직업은 엄청난 책임감이 요구된다는 점이다. 책임감에 비해서 매우 적은 페이는 덤이다. 물 속에서 강사는 누군가의 라이프가드이다. 말그대로 물 속에서 한 사람의 생명을 책임져야 한다. 그 때 당시에, 여러 사건 사고를 겪으며 아직은 나의 그릇이 정말 좋은 강사가 되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내가 그 일을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강사가 되다면, 과연 정말 좋은 강사가 될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나의 열정뿐만 아니라, 나 이외에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위할 수 있는 마음, 때로는 다른사람을 안전하게 지켜낼 수 있는 능력과 용기등이 필요했다. 아직 나의 그릇이 그 만큼을 소화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어서 나의 그릇을 더욱 키우고 멘탈을 열심히 단련후에 제대로 된 강사가 되기 위해서 일단 보류해두기로 했다.

여행길에서 배운 것 한가지

참 아이러니 했다. 한국에 돌아오면 다시 여행을 하고 싶고 여행을 가면 다시 한국에 돌아가서 무언가 열심히 하며 살고 싶었다. 내가 여행 길에서 배운 한가지는, 인간은 결국 어떤 일을 하던간에 100% 만족할 수 없다는 것이다. 클리셰같지만, 마냥 놀고 쉴 때보다 오히려 체계적인 생활을 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 할 때 고통과 함께 성취감이 밀려온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이 사실을 깨달은 뒤로부터는 어느정도 고통을 즐길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이 stoicism은 나의 모든 것을 바꾸었다. 아침에 일어나는 습관부터 식습관, 공부, 운동, 삶에 대한 태도등 모든 것에 이 법칙이 적용되었다.

그리고 여행은 나에게 사고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평범하고 단조로운 일상안에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아름다운 순간들이 가득하고 그러한 순간을 느끼며 감사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아침의 차가운 공기, 엄마와 낄낄거리며 잡담을 나누면서 먹는 시끄러운 식사, 눈부시게 아름다운 노을,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 가늠하기도 어려운 우주의 긴 시간동안 찰나의 순간 동안 존재할 수 있다는 것. 당연해보이지만 당연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게되었다. 낯선 도시에 늦은 밤에 도착해서 내 손으로 힘들게 구한 낡아빠진 숙소의 허름한 침대는 아주 좋은 럭셔리 호텔의 침대보다 훨씬 더 안락하고 포근하다.

개발을 선택한 계기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이것 저것 배우던 중이였는데, 이번엔 뭘 배워볼까? 하다가 여태껏 미뤄왔던 웹개발이 생각났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웹개발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갈 수록 겉잡을 수 없이 빠져들었다. 나의 공부의 목적은 취업이 아니였다. 취미삼아서 공부를 하다보니까 너무 재미있었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 쪽으로 진로를 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내 손으로 입력한 코드 몇줄이 아름다운 UI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감격스러웠다. 그리고 공부를 하다보니 알게 되었는데, 여태껏 내가 아무렇지 않게 사용해왔던 대부분의 물건들이 프로그래밍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나서 더더욱 겉잡을 수 없이 빠져들었다.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다보니 내가 그토록 싫어하던 수학 공부가 재미있어 보이기 시작했으며 호기심은 날이 갈 수록 커져서 결국 당분간은 프로그래밍에 미친듯이 집중해봐야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공부를 하면 할 수록 너무나도 부족한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됨과 동시에 공부를 하면 할수록 더 많이 알고싶어졌다. 난생 처음으로 공부가 재미있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1년동안 다른 걱정없이 마음껏 탐구하며 공부해보자 라고 마음을 먹었다.

프론트엔드

프론트엔드로 공부를 시작했는데 아무래도 결과가 화면에 바로 보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내에 보람을 느낄 수 있었고 또한 바로 오류를 잡아낼 수 있었다. 프론트엔드로 입문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프론트엔드로 첫 목표를 잡았다.

이 쪽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다보니 어떻게 공부할지 고민이 됬다. 부트캠프도 잠시 고민을 해봤지만. 공부라는 것은 결국 "혼자"하는 것이기에 독학을 하기로 결심했다.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공부를 계속 해야할 텐데 그 때마다 누군가 나를 이끌어줄 수는 없다. 따라서 이 기회에 혼자 공부할 수 있는 좋은 습관을 기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개발이 좋은 이유

첫번째,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한다. 물론 어느 직종이나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스스로 공부를 해야하지만, 개발의 세계는 매우 빠른 속도로 트랜드가 바뀐다. 따라서 유능한 개발자가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 끊임없이 공부하고 소통해야한다. 내가 자주 하는 소리중 하나가, 할머니가 되서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때로는 무모하고 철없게 도전할 거에요 인데, 나의 신념과 잘 맞는 것 같다. 이러한 도전 의식은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Underdog Mentality를 가지고 끊임없이 도전하다보면 언젠가 꽤나 괜찮은 개발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두번째, 처음부터 끝까지 무언가를 계획해서 만들어낼 수 있다. 예를 들면, 사이드 프로젝트 하나를 해도 어떤 언어를 사용할건지, 혹은 어떤 프레임워크를 사용할건지, 전반적인 설계부터 시작해서 배포까지 모든 것을 내가 스스로 구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끔 내 눈에는 코드에디터가 하얀 도화지로 보이곤 한다. 개발자라는 직업은 화가와 같은 일종의 아티스트 인 것같다. 도구가 다를뿐이다. 화가에게 붓이 있다면 개발자에게는 컴퓨터가 있다. 작품안에 나의 창의력, 철학등을 녹여내어 다른 사람들 혹은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있다. 나에게 "직업"이란, 단순히 돈을 버는 행위를 넘어서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개발자는 나의 "직업"이 될 수 있다고 생각이 든다.

세번째, 커뮤니티이다. 타 직종에 비해서 커뮤니티가 활발한 편에 속하는 것 같다. 마음만 먹으면 전세계 사람들과 온라인 혹은 오프라인에서 관심사를 공유할 수도 있고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도 있다. 그리고 관련 세미나도 굉장히 자주 열린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가 활성화 되어있다는 사실은 정말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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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World.

18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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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2일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
화이팅 입니다 :)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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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2일

너무 멋있어요 :) 가끔 다시보고 싶은 글이 될 것 같아요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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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14일

잘읽고 갑니다 좋은하루되세요~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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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14일

긴 감상평을 적다가 그냥 다 지우고... 좋아요. 꾹👍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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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19일

잘 읽고 갑니다!
저도 코딩을 이제 막 배우기 시작했는데 너무 무언가를 해내겠다는 의욕이 앞서기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하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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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21일

지나가던 개발자
ㅋㅋㅋ 홧팅~ :D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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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28일

[나에게 "직업"이란, 단순히 돈을 버는 행위를 넘어서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일]
저에게 생각을 하게 만드는 좋은 문구입니다.
잘 읽고 가요~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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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8일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ㅎㅎ 멋지세요 :-)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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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17일

너무 멋있는 글이에요 감사합니다:) 자극받고가요 ㅎㅎ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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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22일

멋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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