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99에서 하선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프로그래밍에 대한 어떤 지식도 없는 상태에서 '가장 빠르게, 최단기간으로' 라는 카피에 이끌려 덜컥 결제부터 한 것이 내 과오라고 생각한다.
물론, 노베이스 상태에서 과정을 잘 따라가는 사람도 여러명 보았다. 하지만 사람들 각자 배우는 속도가 다르고 나는 항해99와는 합이 잘 맞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오늘은 여러모로 참 씁쓸한 날이다. 노베이스 비전공자도 할 수 있다는 과정을 대부분 과락으로 마쳤고, 어쩌면 내가 하고싶은 일과 할 수 있는일은 다르다는것을 느낀것도 같다. 항해99의 과정이 어렵더라도 작은 성공을 맛보고 동기부여가 되었다면 성급하게 하차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항해99 프로그램은 오직 나에게는 두려움, 초조함, 불안함을 느끼게 할 뿐이다. 동기부여는 잃어버린지 오래다. 그저 열심히 하면 해내고야 마는 항해99 동료들이 새삼 부럽고 대단하다고 느낄 뿐.
밤을 새워 공부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항해99의 가장 큰 모토중 하나는 '모르는것은 구글링을 통해 스스로 해결한다!' 이지만 이것이 나에게는 가장 부담스러운 요소였다. 무엇이 문제이고 해결법도 모른채 의미없이 모니터만 보고있는 시간이 늘어갔다.
그동안 좋은 팀원들을 만났고 이분들과 선의의 경쟁의식을 느끼며 공부했던 순간이 항해99에서 가장 크게 얻은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들이 빠르게 성장할때 나는 혼자 덫에 걸린 느낌이었다. 꾸역꾸역 버티어서 수료를 한다 해도 다른 팀원이 거의 모든 기능을 구현한 포트폴리오 하나를 보고 400만원을 탕진할수는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항해99가 가장 중요시 하는 스스로 해결하기, 구글링이 개발자의 중요한 덕목이라고 말한다면 어쩌면 나는 능력있는 개발자가 되기에 애초에 글렀을지도 모른다. "누구나 할 수 있다. 구글링 해보시라!"는 말은 나를 주눅들게 할 뿐이었다. 하지만 배우는 속도가 모든것을 결정하지 않는다는것을 나는 내 경험을 통해 배웠다. 항해 99가 지향하는바는 그들의 철학이고 교육방식일 뿐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다. 그저 항해99 과정이 나에게는 부합하지 않는것일 뿐이다.
나는 나의 페이스대로 느리더라도 제대로 착실하게 공부해서 개발자라는 꿈에 다가가기로 결심했다.
이전 회사에서 인정받으며 좋은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내가 지향하는바와 다르다 생각하여 제안을 뿌리치고 회사까지 그만두었다. 내가 직접 선택한 길이기에 나만의 방식대로 작은 성공을 맛보고, 느리더라도 결국 최고의 동료들과 꼭대기에 함꼐 서있는 사람은 나일것이라는 다짐에는 변함이 없다.
끝으로 너무나 감사하게 항해99를 진행하며 만났던 조원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