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에게 기업가 정신이 필요한 이유

이승연·2022년 2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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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는 태생적으로 조심스럽다. 작은 실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유산이 되기 때문에 조심스러워야만 한다
스타트업은 태생적으로 모험적이다. 모험하지 않으면 1등할 수 없기 때문에 무서워도 모험을 강행한다.

인터넷과 네트워크의 등장으로 enterprise라는 개념이 생겼다. 신뢰성과 안정성이 중요한 은행, 전화, 인터넷 시스템을 만드는 개발자는 그 무엇보다 모험하지 않는 것이 맞는 방법이었으리라. 트랜잭션을 걸고 그 어떤 경우에도 영구적인 실수를 만들지 않기 위해 보수적으로 개발했을 것이다.

웹 애플리케이션의 등장은 그 양상이 조금 다르다. 엔터프라이즈는 내 삶에 없어서는 안되는 서비스를 웹애플리케이션으로 만든 것이었다면 요즘 나오는 웹과 앱은 필수적이지 않다. 내 생활에 큰 도움이 되는 정도이거나 엔터테인먼트다. 이렇게 서비스의 용도가 변화하며 스타트업을 위한 생태계가 생성되었다. 필수적이지 않기에 소비자를 후킹하여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어 시장에서 선택받는 것이 미션이다. 이 미션의 달성에는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역량이 필요하다. 선택받기 위해 변화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모험을 함께하는 개발자는 과거 엔터프라이즈의 개발방식을 유지해야 할까?

'대규모 서비스를 지탱하는 기술'을 보면 웹 애플리케이션 서비스에 필요한 세가지 역량을 제시한다. 첫째, 저비용 고효율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비용과 효율 사이의 비율이 최적화되어야 하는 것. 알고리즘 개선에 드는 공수보다 램을 올리는 비용이 낮다면 저비용 고효율인 것이다. 둘째, 확장성이나 응답성에 대한 설계. 복잡성과 규모를 수반한 확장이 가능해야 하고 request & response가 빠르게 가능해야 한다. 셋째, 유연성. 계속 변화하는 산업과 비즈니스 니즈에 바로바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다. 스타트업을 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과 굉장히 비슷하지 않은가?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가장 중요한 것은 비즈니스 팀과 개발팀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일관되고 상호존중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상하관계를 나누고 한팀이 다른 팀을 이겨야 하는 상황이 벌어져서는 안된다. 예를 들어, EC2 서버의 용량을 늘려 한달에 5만원을 더 내야 한다면 비즈니스 팀에게는 고비용일 수 있다. 개발팀에게는 알고리즘 개선을 하는 개발공수가 더 큰 비용일 수 있다. 하지만 두 팀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서로 대화하지 않는 한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토의하여 total price가 제일 낮은 방향을 '함께' 찾아가야 한다.

둘째로 중요한 것은 개발자가 과거의 보수적 개발방식을 과감히 청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간단한 CS팀의 대응, 심지어는 봇이 상대할 수 있는 비즈니스 요구사항을 개발팀이 며칠을 고심하며 설계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 미리 예측하고 개발하거나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개발하여 비용을 올리거나, 확장성을 막거나, 유연성을 저해하지 말자. 예전의 습관, 과한 걱정에서 벗어나 비즈니스 니즈를 충족하는 개발을 하자. 이를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가? 기획서와 사업계획을 이해하고 흡수하자. 직접 클라이언트가 되어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자. 필요한 기능, 불필요한 기능을 솎아서 비즈니스팀에 의견을 전달하자. 앉아서 개발만 하는 시대는 지났다. 우리의 인풋 없이는 그 무엇도 안된다.

그리고 마지막, 비즈니스팀과 개발팀이 힘을 합하여 정기적인 서비스 업데이트를 하자. 비즈니스팀은 컨슈머 니즈를, 개발팀은 지속적 통합과 배포를 열심히 하자. 흥미로워보여서 다운받은 앱이 업데이트되지 않아 지운 경험이 얼마나 되는가? 나는 오늘회라는 앱을 애용하는데 수산물을 가격에 적당량 살 수 있어 유용하게 쓰고 있다. 초창기의 오늘회는 쓸 수가 없었다. 너무 느리고, 엑박이 뜨고, 리스트는 옆으로 치우쳐서 보인 적도 있다. 그러나 점점 발전하는 것이 보인다. 업데이트 할 때마다 점심, 저녁, 밤 배송과 같은 새로운 기능이 보이고 더 빨라졌으며 "한번에 담기" 기능과 선물하기 기능도 생겼다. 이렇게 새로운 기능을 보는 재미가 있고 열심히 일하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에 계속 이 앱을 쓰고 싶다.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다. 개발문화의 균형추가 바뀌고 있다. 개발을 하는 것보다 안하는게 효율적일 수 있고, 우리(개발자)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비즈니스가 성장 할 수 없다!

2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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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17일

승욘 멋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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