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엔드 개발자가 되고 싶은 이유.

이승연·2020년 1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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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살다 보면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을 해도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회의감이 드는 순간이 오는게 인간의 삶이다.
이럴땐 내가 이 일을 시작한 명확한 이유가 있으면 문제해결이 쉬워진다.
그래서 이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물론 이제 시작하는 개발자이기 때문에 지금 내가 가진 생각이 완전히 틀렸을 수도 있다.
그러기에 공부해나가며 이 포스트를 자주자주 방문해 틀린 것은 고치고 옳은 것은 내 꺼진 열정의 땔감으로 사용할 것이다.

1. 정리의 미학

나는 원래 뭘 고치고 정리하는 걸 좋아한다.
딱히 깨끗하다는 의미는 아니고.. 나의 물건을 가장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위치가 어디일지 치열하게 고민한다는 뜻이다.
거기에 심미적으로 아름답다면 금상첨화.
그래서 난 나중에 취미로 정리사업을 하고 싶다. The Home Edit이라는 회사처럼 (넷플릭스에 있으니 정리/수납을 좋아한다면 꼭 보길) 넘쳐나는 물건들을 버려주고 정리해주고 수납해주는 사업. 대표가 직접 정리해드립니다! ㅎㅎ
백엔드, 특히 데이터베이스 모델링이 그런 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 내가 필요한 모든 것을 한 상자 안에 때려박는 것이 아니라 나눌 것은 나누고 합칠 것은 합치며 논리적으로 맞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는 프로세스.
정리하면서 돈을 번다니. 꿈만 같다.

2. if 이해 == True: return ProblemSolved()

대학 때부터 코딩을 접하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한 생각이 이것만큼 깔끔한 인간의 창조물이 있을까?였다. 내가 이해만 잘하고 있다면 코딩을 하며 접하게 되는 모든 문제는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가? 내가 해결을 못한다는 건 이해를 못하고 있다는 뜻인데 그 말은 이해라는 전제조건이 충족되면 내가 마주한 문제는 무조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Organic한 자연은 정말 예상할 수 없는 많은 변수와 anomaly와 해석할 수 없는 현상으로 가득 차있다. 나는 대학원에서 무역, 경제, 국가 경쟁력 등의 주제에 발을 담궈본 적이 있다. 2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기에 외람된 발언으로 들리겠지만 인간무리가 사회를 이루며 자연발생하는 문제를 기껏 나 따위가 분석하는 것은 엄중한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고 있는게 아닐까,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아니면, 그저 내 한계를 느끼고 인정하고 싶지 않아 도망치며 내뱉은 화려한 변명일지도.
어쨌든, 내 이해를 바탕으로 문제의 뿌리를 짚어나가다 보면 내 밤잠을 빼앗아갔던 문제가 아주 간단한 타이핑으로 해결된다는 걸 깨닫고 난 다음에는 코딩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보통 인생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는 그렇게까지 간단하게 해결되지 않는데 그 중 무조건 풀리는 문제 하나쯤 있다는 건 정말 신나는 일이다.

3. 인간을 구현하려고 하고 싶어하는 인간들이 너무 재밌다.

우리가 행하는 모든 행동들은 거의 암묵적인 지식과 생물학적 본능으로 인해 일어난다. 나의 한 걸음 한 걸음은 사실 넘어짐을 본능적으로 통제함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 엄청나게 신기한 일이다. 그런데 인간만이 가진 상상력과 욕심, 그리고 엄청난 효율성을 추구하는 속성이 산업혁명과 정보혁명을 불러일으키고 우리는 그렇게 팽팽 돌아가는 사회에 던져지게 되었다.
프로그래밍과 알고리즘은 인간의 사고과정을 글로 옮겨놓은 것이다. 우리가 아무 생각없이 행하는 행동(e.g. verbal communication)을 정말이지 요소요소로 분해하여 우리보다 지능은 조금 떨어지지만 말도 잘듣고, 쉬지도 않고, 속도만큼은 기가 막힌 분신을 만들어낸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내가 엄마한테 '밥 해주실 수 있어요?'하면 '응'이라는 답변과 함께 밥을 만들어주신다. 인간의 세계에서는 의사소통과 그에 상응하는 행동이 당연하게도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것을 컴퓨터보고 하라고 하면 어떻게 되냐? 엄마와 내가 나눈 이야기를 해석하는 애 하나, 해석된 이야기를 전달해주는 애 하나, 밥 만들어주는 애 하나, 밥 가져다주는 애 하나를 굳이 굳이 만들어서 다 연결시킨다. 그러니까, 상상력이 하늘을 찌르고 일 얼른 끝내고 집 가고 싶던 어떤 사람이 우리가 행하는 모든 행동을 요소 하나하나로 분해하고 연결해서 엄청 빨리 실행시키면 내가 하기 싫은 거 해주지 않을까?라는 생각하고 뭔갈 만들어낸거다. 세상 만사가 귀찮은 인간들이 이렇게 우리의 생물학적 신호와 본능과 사고과정을 하나하나 나눠서 우리의 행동을 그대로 구현해나가고 있다는 점이 너무 웃기고 귀엽고 재밌다. 내가 하는 일이 인간 본성의 결정체같아서 좋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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