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혈모 세포 기증 후기

Tak Jeon·2025년 5월 21일
0
post-thumbnail

기증 신청

작년 4월에 조혈모세포 기증 신청을 했었다.
조혈모세포 기증이란 것을 처음 들었을때는 '골수에서 뽑아서 기증하는 그거?' 라고 생각했었는데, 현재는 헌혈하는 것 처럼 피를 뽑아 피에 있는 조혈모 세포만 따로 모으고, 피는 다시 몸에 넣는 방법으로 기증을 하는 방법으로 최근에 바뀌었다고 한다.
작년에는 꾸준히 헌혈을 했었는데, 해당 헌혈의 집에서 신청할 수 있어서 간호사 분에게 신청하고 싶다고 말씀 드렸다.
해당 간호사님도 이전에 대학생 때 신청했는데, 30년이 지난 지금 아직까지 일치하는 환자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대답하셨다.
보통 부모 형제가 아닌 경우 유전자가 일치할 확률이 20000 분의 1 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나도 ‘등록해도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등록만 해놓자~’ 라는 생각으로 일단 신청을 해놨었다.

의문의 전화

올해 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길래 받지 않고 무시했었다.
이후 문자가 와서 확인해보니, “조혈모 세포 기증 등록 하신 전탁님과 유전자가 일치하는 수여자가 있어 연락드렸습니다”라고 문자가 와 있었다.

잔화 통화를 해보니, 혈액암을 앓고 있는 환자분께서 나와 유전자형이 일치해 내 조혈모 세포 기증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시간이 남아 돌았기 때문에… 당연히 기증하겠다고 말씀 드렸다.
물론 부모님의 동의도 받았다 :)

기증 과정

일단 1차 검사로 다시 한번 나와 수여자간 유전자가 일치하는지 검사한다.
이후 2차 검사로 내 몸이 기증할 수 있는 몸인지 건강검진을 받는다.
1차 2차 검사가 모두 통과되면 진짜 기증을 하게 된다.
나는 다행히 1차 검사에서 유전자가 일치하는 것을 재확인 하였고, 2차 검사에서도 내 몸에 이상이 없어서 기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기증을 하기 위해선 입원하기 3일전 부터 하루에 한번 주사를 맞아야 한다.
해당 주사를 맞으면 아프다 하는데, 나는 약간의 메스꺼움만 있을 뿐 별 다른 증상은 없었다.
그리고 하루는 응급실에서 주사를 맞았는데, 내가 들고간 주사 두방 맞는데 무슨 9만원이 나왔다... 응급실은 엄청 비싸다는 것을 말로만 들었었는데, 이번에 확실히 체감했었다.
하지만 기증 관련된 돈은 청구하면 다 돌려 받으므로 걱정안해도 된다!

입원

기증 전날 입원을 하고 당일날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기증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입원은 1인실로 해준다.

이번에 병원에 입원을 처음했는데, 처음부터 1인실에 입원하다니 눈이 엄청 높아질 것 같다.
근데 진짜 1인실 좋다.
개인 화장실에 개인 샤워실까지 다있다 ㅋㅋㅋ
혼자 있어서 지루한거만 빼면 다 좋다...
그래서 혼자 노트북으로 유튜브만 주구장창 봤다.
내일 기증하는데 빨리 끝냈으면 좋겠다.
PS) 병원밥은 악명이 자자하던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바로 아침밥 취소함)

기증


기증은 약 5시간동안 진행된다.
피를 뽑은뒤 피에서 조혈모세포가 있는 층만 따로 모은 후 다시 피를 몸으로 넣는 과정을 반복한다.
첫 채혈때 일정 수준 이상의 조혈모세포를 얻으면 2차 채혈은 하지 않아도 된다.
5시간동안 아무것도 못하고 가만히 누워있으니까 힘들다...
그래도 TV를 보거나 중간중간 잠을 자서 괜찮았다.
2차 채혈 여부는 이후에 결과가 나오면 알려준다.
채혈이 끝나고 5시쯤 결과를 받았는데, 일정 수치가 나오지 않아서 채혈을 한번 더 하기로 했다....
그래서 다음날 2차채혈을 했다.
2차 채혈은 약 3시간동안 채혈해서 1차 보다는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2차 채혈을 마치고 퇴원을 하게 되었다.

마무리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2박 3일이었는데, 확실히 특별한 경험이었다.
내 세포를 받은 수여자분이 건강하게 회복해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기증이 뭔가 무섭고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실제로 해보면 생각보다 덜 힘들고, 무엇보다 누군가의 삶에 큰 도움이 되는 일이라 정말 뿌듯하다.
기회가 된다면 누구든 한 번쯤 등록해보는 걸 추천한다.

이상, 뜬금없는 조혈모세포 기증 후기를 마쳐본다...!

profile
문제 해결을 좋아하는 개발자 입니다 :)

0개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