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머스 웹 데브코스 1기를 시작한지 2달.
8월 달력을 뜯은 적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9월 달력을 뜯으려니 기분이 묘합니다. 좋은 점이라면 눈 깜짝할 새 여름이 끝나고 청명한 가을 하늘을 볼 수 있다는점, 나쁜 점이라면 가을 하늘을 볼 시간이 없다는 것(...)
아무튼, 방구석에서라도 가을을 즐기기 위해 데브코스 커피챗을 준비할 겸 데브코스의 절반 가까이를 달려온 것에 대한 짤막한 회고를 가을 느낌 낭낭하게 써보려 합니다.
데브코스 시작 전, 프로그래머스는 분명히 말했습니다. '많이 힘들다'
, '진흙밭을 구르는 기분일 것이다...'
진짜였습니다. 뒤따라오는 강의괴물에게 잡아먹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쉴틈없이 달려야만 했습니다. 그렇다고 강의를 설렁설렁 듣게되면 과제괴물에게 잡아 먹힙니다. 아직도 3개월이나 남았다는 것이 참담하지만, 읽고 계시는 분들도 느끼셨을겁니다. 힘든데... 좋아요... 여전히 전 나태하지만, 그래도 앞으로는 가고 있다는 생각에 두다리 뻗고 잘 수 있어서 좋습니다.
앞으로도 개발자로서의 길은 한참 남았지만, 데브코스가 제 개발인생의 가장 큰 변환점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무빙워크보다는 나태지옥에 가까운 승차감이지만, 덕분에 좋은 길로 빠르게 가게 되었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게 되었습니다.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제가 뭘 모르는지 알게 된 것입니다. 부끄럽지만 이전까지는 개발자라고 하면 프로그래밍 문법을 알고 코딩만 할 줄 알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개념부터 배워가는 무손실 실전압축 강의와,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인 코드를 짤 수 있는지 고민하는 팀원들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이고, 보기좋은 코드를 짤 수 있는지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그저 빨리 코딩을 배워 취업을 하고 싶었다면, 지금은 취업이 늦어지더라도 더 아름다운 코드를 짜는 방법을 배우고,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데브코스를 시작할 때 까지만 하더라도 타의 모범이 되는 훌륭한 학생을 꿈꿨습니다. 역시 꿈은 꿈이었을 뿐이고, 무너져가는 멘탈을 붙잡기 위해 버티기만 하자는 훌륭한 목표를 세웠습니다.
예습은 못하더라도 놓치는 강의 없이 진도율 100%를 달성하고 있고, 과제는 미완성일지라도 제출기한을 꽉꽉 채워 부끄럽지 않게 제출하고 있습니다. 매일 쓰려고 마음먹은 TIL은 주 3회를 간신히 지켜내고 있지만, 측은지심이 넘치는 프로그래머스 덕분에 배움기록왕🎉으로 뽑히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고백하자면, 프로그래밍을 시작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나는 코딩을 잘할 거라 생각한 것입니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나는 팔씨름을 잘하니까 운동선수가 될거야!
같이 초등학생 같은 알고리즘 이었습니다. 참고로 제 초등학교 졸업앨범에 적힌 장래희망은 프로그래머였습니다.
개발자가 안맞는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면 거짓말입니다. 같이 시작했음에도 더 잘하면서 열심히까지 하는 팀원들을 보면서, '나는 한컴타자 연습하는 감자야' 라고 수도없이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데브코스를 하면서 오히려 더 개발자가 되고 싶어졌습니다. 포기하고 싶을 만큼 어렵지만,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어려운 걸 해내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 생각하니 포기하고 싶지 않아졌습니다. 또, 지식을 공유하려는 개발자들의 문화와 더 나은 것을 추구하는 마인드를 보면서 나도 이런 사람들과 어울려서 함께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샘솟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지금 하고 있는대로만 하자'가 목표입니다. 내가 지금 잘하고 있다는 자만심은 결코 아닙니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번아웃 비스무리한 것을 겪어보니, 항상 100%를 발휘하려는 것이 길게 보면 좋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됐습니다. 지금은 그저 포기하지 않고 데브코스를 믿고 따라가려 합니다.
100%를 발휘하고 있지 않지만, 그렇다고 잘 쉬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20분 공부하고 20분 딴 짓을 반복해서, 결국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야만 하는 나태지옥 에이스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공부하는 동안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보완해서, 남는 시간에 잘 노는 것이 진짜 속내입니다.
2달 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만큼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개발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가장 큰 점은 생각의 변화가 아닐까 싶네요.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다보니, 저 역시 좋은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아무도 읽지 않는 대나무숲에서 다시 한번 데브코스 여러분께 고맙다고 외쳐봅니다.
글을 참 잘 쓰시네요 재밌게 읽었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