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

Jang Hyun·2022년 9월 22일
0

“감사와 겸손이 약해질 때, 불평과 불만이 강해진다.

하지만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


[1]
잇따른 좋은 소식으로 글로벌 스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배우 이정재 씨의 영상을 찾아보다 주옥같은 메시지를 발견했습니다. 제가 꽂힌 메시지를 보시죠.

“슬럼프가 온 적은 없으세요?”

“슬럼프가 있었죠.”

“근데 그 슬럼프는 내가 나 자신이 만든 거라고 생각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있어서 고마움을… 조금 못 느꼈을 때, 그때 슬럼프가 오게 된 것 같아. 지나고 생각하니까.”

“감사하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해야 된다는 건 되게 중요한 거 같아.”

“내 동료와 같이 일하면서의 고마움과 감사함. 내 팬들과의 감사함이 없어지면 그때 슬럼프가 오는 거 같아.



[2]
매달 반복되는 패턴이지만, 요새 또 직장에서의 일에 대해 불만과 불평이 많아집니다.

대화가 부족해, 관심이 부족해, 소통이 부족해, 논의가 부족해, 의사결정 과정이 마음에 들지 않아… 등 많은 불평과 외로움이 고개를 들면, 자연스럽게 겸손과 감사함은 자취를 감춥니다.

팀에 합류하게 된 감사함, 온보딩에 큰 문제가 없었던 것에 대한 감사함, 정규직 전환에 대한 감사함, 내 책상과 자리에 대한 감사함, 내 커리어에 대한 감사함… 등.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 같은 유행어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스스로를 꾸짖어 보기도 하고 위로해보기도 합니다. ‘정신 차리고 공부나 해야지’ 싶기도 하고, 선배와 선생님 같은 어른과 대화하고 식사하며 제 자신을 돌아보기도 합니다.


[3]
그런데 말입니다. 이건 아마 우리의 잘못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Squid Game 팀을 포함해 이정재는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서 트로피를 들며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Thank you Squid Game team!”

제가 그 순간 느낀 감정은 ‘부러움’. 배우 이정재의 활약에 대한 부러움이 아니라 자기들끼리 모여 신나게 수상 소식에 호응하고 기쁨을 나누는 장면이 부러웠습니다.


[4]
자, 이제 부러움의 대상도 확실해졌고 ‘슬럼프’에 대한 요인들도 설명드렸으니 제가 하고 싶은 메시지가 대충 짐작 가실 겁니다.

“슬럼프는 감사함과 겸손함을 억누르고, 불평과 불만에 힘을 싣는다.”

”팀의 존재, 소통, 교감, 다정함, 대화, 마음 나누기, 사람과의 교류가 부족할 때,

슬럼프는 더 자주 당신을 찾아올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슬퍼졌습니다. 지금껏 직장 생활을 하고 커리어를 만들어가면서, ‘팀’에게 감사했던 순간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돌이켜봤습니다.

다행히 제 인생에도 굉장히 소중하고 감사한 몇 안 되는 ‘팀원(동료)’은 있었습니다. 참 다행이지요.

그런데 ‘팀/조직/집단’을 생각하면 글쎄… 있었던가. 리더의 리더십을 몸으로 체감해본 것도 몇몇 극소수의 기업에서만 가능해 보였습니다. 제가 경험한 조직들에선 리더와 관리자는 역할로만 다가왔지, ‘사람’으로 다가온 경험은 매우 적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도)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당신의 슬럼프가 꼭 당신만의 문제는 아니며 당신(만)의 잘못이 아닐 수도 있다고요.”

조직 구성원의 동기 부여 상실과 슬럼프는 오랜 관행이며 문제일 겁니다. ‘아마추어는 생각하고 움직인다면, 프로는 그냥 움직인다’는 문장 역시 여타의 독성 문화처럼 한국 조직에서 굉장히 네거티브하게 이용되고 적용되는 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동기 부여와 슬럼프는 개개인이 알아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하는 조직이 많을 것이고, 여전히 뜻 맞는 개인들이 뭉쳐 각자의 의욕과 의지를 부채질하며 버티고 버티면서 생활하고 있을 겁니다.

그러나 조직 차원의 움직임이 없다면 이 역시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대화하지 않는 집단은 모두 병들어있다. 이상의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너무 스스로를 몰아부치지 마세요. 의욕이 작심삼일로 흐지부지되고, 일에 텐션이 붙지 않는 건 어쩌면 우리가 속한 조직과 집단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적당히 합시다.

그리고 잊지 맙시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외로움마저 스스로의 잘못으로 여기지 마세요.

남은 하루, 직장 안이든 밖이든 어디서든 최선을 다해도 좋고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좋은 그런 날이 되길 바랍니다.


be kind for yourself.

profile
한 사람을 온전히 담을만큼 큰 직업은 없다고 합니다. Technical Writer in DevOps, UX writer for Our Document Egineering ⚾️

0개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