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러의 약은 살짝 들러붙는 정도가 아니었다. 그의 약은 피라나였다. 엉뚱한 단백질에 들러붙는다면 치명적일 수 있었다. 수많은 이들이 겨우 몇 달밖에 남지 않은 시한부 인생을 산다. 이런 맥락을 고려한다면 피라냐의 위험성을 정당화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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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뒤 밀러의 회사 파머사이클릭스는 이 약의 아이디어를 조롱했던 어느 대형 제약회사에 인수되었다. 인수 가격은 210억 달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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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에 노키아는 주로 화장지로 유명한 대기업이었다. 이후 20년간 노키아는 최초 카폰, 무선전화 시장을 개척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 노키아는 지구상 스마트폰의 절반을 팔아 치우며 유럽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이 됐다. 노키아의 CEO는 조직 문화가 성공의 핵심 열쇠라고 설명했다. "좀 재미나게 일해도 되고, 정도에서 벗어나는 생각을 해도 되고... 실수를 해도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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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신이 난 노키아의 엔지니어 몇몇이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전화기를 만들었다. 인터넷이 가능하고 커다란 컬러 터치스크린에 고해상도 카메라가 달린 전화기었다. 엔지니어들은 이 전화기에 어울리는 미친 아이디어를 하나 더 제안했다. 바로 '온라인 앱스토어'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기업의 지도부는 두 가지 아이디어를 모두 깔끔히 묻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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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뒤 엔지니어들은 자신들의 미친 아이디어가 샌프란시스코를 무대로 구체화되는 것을 목격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공개한 것이다. 2013년 노키아는 모바일 사업 부문을 매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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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이 중요한 모든 분야에서 우리는 전설의 팀들이 어느 날 갑자기 묘하게 변질되는 것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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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2년 해군항공기지에서 아마추어 무선통신 애호가 두 명이 고주파 전파를 이용해 해상에서 배들이 통신할 수 있는 방법을 실험하다가 전파 간섭을 경험한다. 통신 장비를 테스트하다가 우연히 '탐지 장비'를 발견한 것이다. 안개나 어둠, 연막에 관계없이 탐지할 수 있다고 해군에 제안했으나 해군은 이 제안을 무시한다.
그러다 둘은 30년대에 활주로에서 일을 돕다가 비슷한 현상을 경험하고 적군 항공기에 대비한 조기 경보 시스템을 제안하였으나, 이 역시도 자금 지원 요청을 무시당하게 된다.
행운은 설계의 흔적이다 -75p
룬샷과 프렌차이즈는 저자가 구분한 두 가지 조직 타입이다.
룬샷 ↔ 프렌차이즈
예술가 ↔ 병사
발명가 ↔ 운영자
제목과 처음 도입부만 읽는다면 룬샷에 집중해야할 것처럼 느끼지만 저자는 한 조직만을 편애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한 쪽을 추구하다보면 양쪽의 그룹 사이에서 적대감이 형성되거나 소통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룬샷만을 추구하다보면 잡스가 쫓겨날 당시의 애플처럼 시장에서 상업적으로 완전히 실패할 수 있다.
포스트잇과 스카치테이프를 발명했던 3M이 2000년대에 식스시그마의 열혈 전도사를 새 CEO로 들이자, 혁신은 곤두박질쳤다. 이런 상황은 그 사람이 떠나고 새로 부임한 CEO가 옛 시스템을 복원한 후에도 한참이 지나서야 회복 될 수 있었다. 새로 부임한 CEO는 효율주의 시스템을 실수라고 설명했다. "할당된 발명 개수를 채우지 못했으니 수요일에 좋은 아이디어 세 개, 금요일에 좋은 아이디어 두 개를 생각해내야겠어...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 82p
버니바 부시는 스스로도 뛰어난 발명가이자 엔지니어였으나 룬샷의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칼같이 지켰다. "내가 갖고 있는 아이디어를 구현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베일 역시 기술프로그램의 상세한 부분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본인들의 할 일은 룬샷과 프랜차이즈 사이의 균형과 소통을 관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85p
정신 : 우리가 계속 움직일 수 있게 하는 목적, 이유
사람 : 가장 등한시하기 쉬운 것, 가장 중요한 것.
시간 : 생각 없이 채워나가게 되는, 그러나 가장 귀중한 자원.
앞부분은 어느 정도 읽었던 내용들인데도, 오랜만에 독서하는 데 이렇게 재미를 느낀 적이 있었나? 중간에 잡생각과 혼란이 있었지만, 회사 상황과도 비슷해서 아주 아주 많이 몰입되었다.
이제 규칙적으로 독서 시간을 정해서 남은 부분을 읽을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