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돌아보기

tura·2020년 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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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을 맞이해서, 지난 1년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주의: 글이 개판입니다. 그냥 재미로만 보세요.)

퇴사, 그리고 이직

지난 1월에는 이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쫓겨났습니다. 성실하지 못한 태도 때문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당시 이직을 고민하기는 했지만, 갑자기 나오게 될거라고 예상은 하지 못했기 때문에 조금 당황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번에는 반드시 자율 출퇴근을 하는 회사로 가리라 다짐했죠. (농담입니다..)

어쨌든 그래서 약 2년간의 회사 생활을 마치고, 백수가 되었습니다. 참으로 생각이 많아지더군요. 일단 시간이 널널한 건 정말 최고였습니다. 하루 종일 게임을 하기도 하고, 평소에 보고싶었던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챙겨보기도 했습니다.

뭐 어쨌든, 그렇게 한 3개월을 놀면서 - 아예 놀지는 않았습니다.. 개발도 좀 하고, 공부도 좀 했어요.. - 했던 한 가지 활동이 한국 인공지능 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스터디에 참석하는 일이었습니다. 지금은 안드로이드 개발을 하고 있지만, 원래 꿈이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것이었던 터라(구체적으로는 조금은 다르지만요) 어떤 방식으로든 인공지능에 대해 공부하고 알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거기서 만난 분을 통해서 지금 다니는 회사로 지원하게 되었고, 또 만족하면서 지내고 있으니 쉬는 동안 했던 일 중에서 그나마 제일 건설적인 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Coursera의 Andrew Ng 교수님의 딥러닝 강의를 듣고, 개인적인 관심으로 강화 학습 관련 공부도 좀 하고 (이 당시에 Sung Kim 교수님이 유튜브에 올려놓은 강화 학습 강의와 David Silver의 영상을 봤던 기억이 납니다) 했는데, 돌이켜보면 뭐 하나 제대로 한 게 없는 것 같습니다 -ㅅ-; 딥러닝도 CNN은 공부했는데 RNN은 안하고, 강화 학습도 DQN은 공부했는데 알파고 논문은 안 읽어보고.. 참으로 후회가 됩니다 ㅠㅠ

사실은 AI를 직접 연구하고 싶었지만, 전공자도 아니고 대학 수업도 한 번 들어본 적 없는 제가 Data Scientist로 지원하는 건 말도 안되는 일이었죠. 그래서 AI가 실제로 서비스에 활용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안드로이드 개발자 포지션으로 뤼이드에 지원했습니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준비를 그렇게 많이 하지는 않았어요. 특히 알고리즘이나, 안드로이드 프레임워크의 심화적인 부분에 대한 내용은 준비를 별로 안했습니다. 다만 채용 공고를 정말 면밀하게 분석했던 것 같아요. 가령 "Rx에 대한 경험이 있는 분을 찾는다"라는 문장을 보고, 함수형 프로그래밍을 중요하게 생각할 것 같아서 포트폴리오에서 해당 내용을 강조하는 거죠. 지금 생각해보면 꽤나 현명했던 것 같습니다. 채용 공고를 작성하는 입장이 되어보니, 여기에 정말 내가 원하는, 혹은 되고자 하는 사람을 묘사하게 되더라구요.

운이 좋게도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제 생각을 많이 물어보셔서 다행이었고, 기술을 사용하는 이유에 포커싱을 하는 것 자체도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만 과제를 할 때는.. 코틀린이나 Rx, Dagger를 프로덕션에서 써본 경험이 없고 그냥 사이드 프로젝트로 간단하게 써본 것이 전부라 일일히 공부하면서 개발했던 것이 꽤나 힘들었습니다. 원래 개발하던 대로 과제를 제출할 수도 있었겠지만, 뭐 그랬으면 떨어졌겠죠? 어쨌든 그렇게 다시 회사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이 시간을 되돌아보면서 깨달은게 하나 있다면, 어떤 일이든 목적 의식을 부여하는 순간 괴로워진다는 사실입니다. 머리속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을 무작정 개발할 때는 정말 즐거웠지만, 다시 취업을 해야한다는 목적을 설정하는 순간,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단순한 생각이나 각오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지만, 어떤 일을 시작하는 데에 있어 큰 장벽이 되는 것 같아서요.

공부

회사에 입사하고 나서는 계속 배워야했습니다. 자바를 쓰다가 코틀린을 쓰고, 콜백으로 비동기 처리를 하다가 Rx를 쓰니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수준이 아니라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했습니다. 처음 코드 리뷰를 할 때는 다른 사람이 내 코드를 본다는 생각에 많이 긴장하기는 했는데, 몰랐던 지식을 통해서 코드가 발전되는 감각이나.. 기술에 대해서 각자의 관점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경험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리고서 얼마간은 회사 일에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배울 것도 많고, 백엔드, 프론트엔드, 디자이너, PM이 모여서 협업을 하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었기에 즐거웠습니다. 도중에 Google I/O 2019 Viewing Party에 가서 친구랑 만나기도 하고, Compose가 나온 이후에는 Compose에 꽂혀서 발표도 하고, 참 여러 일들이 있었네요.

11월 들어서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기술적으로 많은 것들을 시도해볼 수 있었습니다. 프로덕션에 아직 써보지는 못했지만, MVI과 코루틴, 클린 아키텍처를 써보면서 과연 궁극의 아키텍처는 무엇인가.. 고민해보기도 했구요. 그동안 잘 파보지 못했던 안드로이드의 뷰 시스템에 대한 공부도 많이 했습니다.

공부를 하면서 느낀 게 있다면, 역시 사람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천성이 게을러서 무언가 위기가 닥치지 않으면 몸을 잘 움직이지 않는 성격인데, 입사를 해야하고 새로운 것들을 배워야 하는 상황에 놓이니까 어쩔 수 없이 움직이게 되더라구요. 공부를 할 때 주로 카페에 가서 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의지가 부족하다면 환경을 내가 움직일 수밖에 없도록 조정하는 거죠.

복싱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헬스는 이전에도 몇 번 했다가 때려친 적이 있어서 좀 색다르고 재미있는 걸 해보려고 했습니다. 후보에는 보드(스케이드 보드, 롱보드), 파쿠르, 복싱이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복싱을 하게 됬네요.

대략 9월부터 시작한 복싱은 이제 한 4개월이 넘어 갑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너무 가기 싫더니 한두달 되고 회원분들과 친해지니까 꾸준히 운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직한 걸 제외하고는 지난 한 해 동안 가장 잘한 일 아니었을까 생각이 듭니다.

여러 가지를 느꼈지만 그 중 한 가지는, 투자한 만큼 관심을 쏟게 된다는 거였는데.. 매 달 20만원씩 나간다고 생각하니 억지로라도 나가게 됩니다. 다른 하나는 관성입니다. 두 달 정도가 지나고 습관이 되니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나가게 되더라구요.

사실 뭘 하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하는게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하기 싫다거나 하고 싶다거나 이렇게 감정이 큰 건 좋지 않아요. 하기 싫다고 생각하면 당연히 더 하기 싫어지고, 하고 싶다는 감정은 그리 오래 가지 않으니 이 감정에 의존해서 동기를 부여받으면 그 감정이 사라졌을 때 지속하기가 어렵습니다.

건강에 대해서도 조금 이야기를 해봐야겠네요. 사실 운동을 시작했던 계기 중 하나는 건강이었는데, 운동을 통해서 건강이 크게 좋아진 것 같다는 생각은 안 듭니다. 그보다는 규칙적으로 생활했던 게 큰 역할을 했던 것 같아요. 꼭 일찍 자는 게 아니더라도 비슷한 시간에 자고 비슷한 시작에 일어나는 게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좋은 취미를 만든 만큼, 복싱은 2020년에도 꾸준히 이어가고 싶습니다.

아쉬운 것들

아쉬운 걸 생각하면 정말 끝도 없죠. 그런데 되돌아보니 이것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가 있었습니다. 어느 하나 제대로 완결짓지 못했다는 거죠.

취미를 예로 들어보면, 스케이트 보드는 사고 나서 한 달을 못 갔습니다. 큐브도 두 달정도 하다가 그만 뒀습니다. 소설 쓰기도 개요를 짜고 처음 몇 페이지를 써봤는데, 이것도 며칠 못 갔습니다. 그 외에 마술, 일렉 기타, 게임 개발, 사이드 프로젝트 등등, 이게 원래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볼 때의 일반적인 패턴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걸 해봤다"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에서 그만 두는 건 22년동안 계속 됬던 패턴이라서, 좀 답답하네요.

이게 반복되다 보니 무슨 일을 시작할 때도 망설이게 되고,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는 시작조차 하지 않으려는 습관이 생긴 것 같습니다.

2020년에는 이 습관을 뜯어 고치는게 목표입니다. 복싱을 하다가 느낀건데, 어떤 일이든 처음 시작할 때는 잘 안되고 재미가 없지만 두 세달 정도가 지나서 숙달이 되면 재미가 붙는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어떤 걸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1년 후에 올해는 이런 것들을 했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마무리

2020년에 뭘 할지는 또 다른 글에서 다루고, 회고는 대충 이렇게 끝내야겠습니다.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을 설마 여기까지 보시는 분이, 혹시나 계신다면 회고 한 번 해보세요. 생각 정리도 되고 아주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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