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이렇게 죽을 순 없어

유월·2026년 4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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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우테코 클로드 원정대를 마무리하며 어떤 주제로 글을 써야할지 고민이 많았다.


AI에 대한 각종 정보가 넘쳐나고 실시간으로 대체되는 이 시기에
skills subagent 하네스 엔지니어링 등에 대해 학습한 내용을 적는게 맞을까?

얼마 안가 또 새로운 패러다임이 나오고 다양한 툴들이 쏟아지지는 않을까?

클로드 원정대 활동을 하며 내가 뾰족하게 얻은 것은 뭐지?

그 무엇하나 제대로 대답하기 힘들었다.


기술적인 글을 쓴다는 것은 독자에게 무언가 도움이 될만한,
뾰족한 인사이트를 주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 할텐데
3주 간 내가 얻었던 것은 솔직히 어디서나 얻을 수 있는 정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던 것 같다.

  • commands를 skills로 통합한다는데 이 둘의 차이점은 뭐지?
    skills와 subagent는 뭐가 다르지? claude.md, hooks, rules...
  • 하네스 엔지니어링이란 이런거구나. 그런데 각자 생각과 기준이 너무 다르네.
    결국 정답은 없고 클로드에서 제시해준 최소한의 틀 안에서 맞춰가는거구나.

이런 고민들로부터 나름의 인사이트를 담은 글을 쓸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ChatGPT 탄생과 함께 프론트엔드 개발자의 꿈을 키워왔던 나에게
지금 시점에서 개발자로 살아남기 위한 근본적인 고민과 이에 대한 잠정적인 해답이 필요했다.

이 글에는 AI 기술에 대한 어떠한 인사이트도 없을 예정이다.
그저 AI 시대에 개발자로 살아남기 위해 고민했던
지극히 개인적인 흔적과 발버둥이라고 봐주면 되겠다.



AI와 함께한 나의 개발 연대기

화면 위에 그림을 그리는 일

초등학교 시절 꿈이 많았다.

화가, 야구선수, 영화감독..
생각해보니 모두 예체능 쪽이었다.

그림을 그렇게 잘 그리는 것도 아니었지만 무언가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어쩌면 그리는 것 자체보다 내가 그린 그림을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기도 하다.

무지 연습장에 친구들이 좋아할만한 게임을 만들어 갔고, 친구들이 좋아해주는 모습을 보고 보람을 느꼈다.
어떻게 하면 내가 만든 게임을 더 많이 좋아해줄까 고민하며 보냈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중고등학교를 지나 컴퓨터공학 관련 학과에 입학했다.
2023년 2학년 2학기 전공 수업에서 Processing으로 Watch Face를 만들며 처음으로 웹 개발에 입문했다.

화면 뒤에서 열심히 고민하며 짠 코드가 화면 상에 띄워지는 것이 신기하고 즐거웠다.
내가 몇 주간을 고민하며 만든 허접하지만 소중한 앱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어 설렜다.

어릴 적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리듯
화면 위에 그림을 그리는 일이 재밌었다.

그렇게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당시 초기 ChatGPT 3.5 버전은 개발이나 학습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고
강의, 구글 등 AI보다 더 좋은 학습 소스가 많았다.

믿을 수 없는 AI에 의존하기보다 스스로 고민하며 코드를 짜다보니
느리지만 확실히 성장했고 개발이 재밌었다.


"해줘"

초기 ChatGPT 3.5에서 시간이 흘러 서서히 모델이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기에 구현 능력도 제법 늘었고,
생산성을 높이고 데드라인을 지키기 위한 명분으로 성능이 좋아진 AI를 마구 써대기 시작했다.
이 기간 AI를 어떻게 활용했는지는 한 문장으로 요약 가능하다.

"해줘"

이런 식의 개발을 지속하다 보니 내가 고민하는 시간이 적어져 생산성은 높아졌지만
딱 그만큼 개발의 깊이도 함께 얕아졌다.

AI에게 뇌가 너무 길들여지다 보니 간단한 생각조차 스스로 하기 힘든 지경까지 갔다.
팀원들에게 보낼 슬랙 메시지도 작성하기 힘들어 AI의 힘을 빌렸다.

얼마 안되는 내 개발 인생 내내 AI와 함께했지만,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AI는 오히려 내 성장을 막고 있었다.


외면

모두가 좋다는 명마(名馬)라도 나에게는 다루기 너무 어려웠다.
번번이 낙마했다.

이 '말'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고, 목적지까지 편하게 갈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온전한 내 힘으로 달려보기도 전에
마치 게임에서 치트키를 쓰듯이
말을 타고 쉽게 가는 느낌이었다.

순간순간 곱씹어야 할 풍경들을 빠르게 지나쳐버렸고,
말을 통제할 코어 근육이 부족해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가지 못했다.

어떻게 다뤄야 할지 믿을 수는 있을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큰 힘이라고 느꼈다.
그렇게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그저 마굿간의 한 구석에 세워뒀다.

어디로든 갈 수 있었지만
제대로 가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어디든 쉽게 갈 수가 없었다.

돌아보면 본래 내 기질이 그렇다.

나는 변화가 어려운 사람이다.
설령 비효율적이라도 익숙한 것에 머문다. 물건도, 습관도, 사람도.
그래서 깃허브 레포와 각종 개발 커뮤니티를 떠돌며 야생으로 배우는 사람들을 선망한다.
주어진 길은 착실히 걷지만, 그 너머로 먼저 나아가는 건 여전히 어렵다.


이렇게 죽을 순 없어

출처

이 주제로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했을 때 청룡영화상에서 샴페인 퍼포먼스를 보여줬던 이찬혁의 파노라마 가사가 바로 떠올랐다.

"이렇게 죽을 순 없어"

무언가 정리되어 있고, 잘 닦아진 길을 따라가면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었던 그동안과 달리
이제는 직접 수풀을 해치며 더듬더듬 나아가야 한다.

그 누구도 어떠한 예측을 하기 힘든 시대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이 커다란 파도에 휩쓸릴 수는 없었다.



2023년 2학년 전공 수업 때 교수님께 들었던 말이 아직도 선명하다.

`AGI는 최소 30년 어쩌면 그 이상 걸릴지도 모른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불과 2~3년 사이 우리들의 생각은 빠르게 바뀌었다.


신기하긴 한데 아직 그 정도 수준은 아니야

..

좀 쓸만한데? 그래도 이건 좀 아쉽다

..

그리고 지금.

인간을 뛰어넘는 범용 AGI가 나왔나?
잘 모르겠다.

하지만 최소한 개발에 있어서는 코드 퀄리티, 생산성, 판단력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인간을 뛰어넘었다.
이미 AGI가 나온 것일 수도 있다.
내년, 2년, 5년 후를 생각했을 때는 어떨까?
프론트엔드는 무사할까?
백엔드는?

지금 상황을 보면 '미스터 션샤인'에서 주권을 잃어가는 조선을 슬프게 바라보며 말하던 주인공 애신의 대사가 참 와닿는다.

조선이 평화롭게 찢어 발겨지고 있소.
처음엔 청이, 다음엔 아라사가, 지금은 일본이.
이젠 미국 군대까지 들어왔소.

이제 막 하네스로 말(馬)을 다루기 시작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증기 기관이 나올거고
뒤이어 자동차와 비행기가 빠르게 등장할거다.

그 때마다 더 강력해진 AI를 통제하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과 기법들이 쏟아질거고,
이를 따라가지 못한 우리들 대부분은 평화롭게(?) 사라지게 될 수도 있다..

화면 위에 그림을 그리고 싶어 개발자가 되기로 결심했지만
퍼블리싱에 이어 비즈니스 로직, 이제는 프론트엔드 통째로 AI에게 넘어갈 위기다.

나에게 AI 기술의 발전은 단순한 새로운 기술의 등장보다
미래의 나를, 더 나아가 내 가정을 먹여살릴 수 있는 생존의 문제로 무겁게 다가온다.
그렇기에 더욱, 이렇게 죽을 순 없다는 생각이다.


파멸자인가 구원자인가

AI는 우리에게 파멸자일까 구원자일까?

솔직히 모르겠다.
어쩌면 모두에게 파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 답을 쫓는 데 더이상 에너지를 쓰며 불안해하지 않기로 했다.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마음을 빼앗기는 대신,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에 집중한다.

AI 시대에 개발자로 살아남기 위한 나만의 잠정적인 해답은 세 가지다.

AI가 뱉은 코드를 판단할 수 있는 감각, 즉 기본기(코어)를 키우는 것.
AI를 나만의 학습 멘토로써 잘 활용하는 것.
그리고, 내가 의도한 대로 AI를 통제하는 능력.

지금 우테코에서 내가 집중해야 할 것은 앞의 두 가지다.
이것이 단단해지면 세 번째는 자연히 따라온다고 믿는다.

(두 가지에 관한 아티클. 개인적으로 정말 도움이 많이 됐다.)

구체적인 방법은 나도 아직 헤매며 찾아가는 중이다.
그래서 어떠한 생각이나 방법론을 선뜻 내놓기가 어렵다.

다만 조급함을 내려놓고 순간순간의 풍경을 곱씹으며,
때로는 충분히 헤매면서
그렇게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을 키워가려 한다.


제목을 다소 자극적으로 지은 감이 있지만,
AI 시대에 개발자로 살아남기 위한 애정 담긴 절규 정도로 봐주면 좋겠다.

현재를 돌아보며 경각심을 갖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다잡기 위해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당신은 왜 개발을 시작했나?
AI 시대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본인만의 뾰족함은 무엇인가?

모두들 각자만의 정답을 찾아 잘 살아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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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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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23일

"이렇게 죽을 순 없어" 너무 공감갑니다 ㅋㅋㅋㅋ 요즘에 AI가 개발을 더 잘하니까, 기본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각자만의 방법으로 꼭 살아남아요! ㅋㅋㅋ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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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 3일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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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 5일

지금 시대에 대학 생활 4년 동안, 생성형 인공지능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CS를 학습해 나간다면, "AI가 뱉은 코드를 판단할 수 있는 감각, 즉 기본기(코어)를 키"울 수 있을까요?
내년에 컴퓨터공학과 입학을 앞둔 수험생인데, 하루가 멀다하고 인공지능이 발전되는 세상에, 더 나은 컴퓨터공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고민이 많네요.
이러한 노력을 다루는 AI 출현 이전의 정보나 서적들은 큰 도움이 되지 않아, 조심스럽게 여쭤봅니다.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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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 5일

공감되는 글 잘 읽었습니다.

1개의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