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만 좋으면 언젠가 알아봐 줄까?

vx_developer·2026년 9월 15일

독서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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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만 좋으면 알아봐 줄까?

나는 오랫동안 개발자는 결국 실력으로 증명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개발을 잘하고, 좋은 코드를 작성하고, 좋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면 언젠가는 사람들이 그 실력을 알아봐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항상 더 잘하는 개발자가 되는 것이었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프로젝트를 만들고, 코드를 개선하면서 내가 한 작업은 GitHub에 올렸다. 좋은 결과물을 계속 만들어두면 그것들이 자연스럽게 나를 설명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개발자에게 실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좋은 개발자가 되기 위해서는 실제로 좋은 개발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Austin Kleon의 《Show Your Work!》 를 읽으면서 여기에 한 가지 중요한 조건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좋은 일을 하는 것과 사람들이 내가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만드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다.

좋은 작업물이 있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원래 자기 PR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었다.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거나, 내가 만든 것을 반복해서 보여주고, 나라는 사람을 하나의 브랜드처럼 표현하는 일이 조금은 어색하게 느껴졌다. 정말 잘한다면 굳이 내가 먼저 나서서 설명하지 않아도 언젠가는 사람들이 알아봐 주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프로젝트를 만들고 GitHub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생각해보니 좋은 작업물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누군가가 그것을 실제로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내 GitHub 어딘가에 프로젝트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가 자동으로 찾아와 코드를 읽어보지는 않는다. 더구나 코드만 보고 내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 했는지, 왜 특정 기술을 선택했는지, 처음 구조에서 무엇을 바꾸었는지, 어떤 방법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는지까지 알아내기는 더욱 어렵다.

GitHub에는 분명 내가 만든 결과가 남는다. commit history나 pull request를 통해 일부 과정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처음 나를 접하는 사람에게 그것만으로 내가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고 개발하는 사람인지 전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오히려 프로젝트의 결과보다 그 뒤에 있는 과정이 나라는 개발자를 더 잘 보여줄 수도 있다. 무엇을 만들었는지만큼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 어떤 문제에서 오래 고민했는지, 그 과정에서 무엇을 새롭게 이해했는지가 중요하다.

완성된 코드는 내가 무엇을 만들었는지 를 보여주고,
과정에 대한 기록은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를 보여준다.

그래서 앞으로는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저장소에 올리는 것에서 끝내지 않고, 내가 그 과정에서 경험한 것까지 조금씩 남겨보고 싶다.

Show Your Work는 나를 자랑하는 일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Show Your Work라는 말을 자기 홍보와 비슷하게 받아들였다. SNS에서 계속 자신의 성과를 이야기하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여주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얻는 행동에 가까운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내가 이해한 Show Your Work는 그것과 조금 달랐다. 관심을 요구하는 것보다 내가 하는 일을 다른 사람이 발견하고 접근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두는 것에 가까웠다.

개발을 하다가 하나의 문제를 해결했다면 그 해결 방법을 나 혼자 알고 지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과정을 정리해 블로그에 남겨두면 언젠가 같은 문제를 만난 사람이 검색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 새로운 기술을 공부한 뒤 내가 이해한 방식으로 다시 설명한다면 같은 개념을 배우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프로젝트 역시 완성된 화면이나 코드만 공개하는 것과 왜 만들었는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 했는지, 과정에서 무엇이 바뀌었는지를 함께 기록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이렇게 생각하니 공유가 단순한 자기 홍보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배우고 만드는 과정에 다른 사람이 접근할 수 있도록 열어두는 일에 가까웠다. 그리고 이 생각은 내가 블로그를 쓰는 이유도 조금 바꾸었다.

이곳에 단순히 내가 알고 있는 기술 지식만을 정리할 필요는 없다. 현재 무엇을 공부하고 있는지, 프로젝트를 만들면서 어떤 문제를 경험했는지, 왜 특정한 결정을 했는지, 실패하면서 무엇을 배웠는지, 책을 읽으며 기존의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모두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일부다.

이런 기록이 계속 쌓이면 언젠가 누군가가 나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이력서 한 장보다 훨씬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력서에는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가 적혀 있다. GitHub에는 내가 작성한 코드가 있다. 블로그에는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한 과정이 남는다. 프로젝트 기록에는 무엇을 만들고 왜 만들었는지가 담긴다. LinkedIn이나 다른 SNS를 통해서는 이런 기록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릴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합쳐지면 단순한 포트폴리오를 넘어 내가 어떤 방식으로 배우고, 생각하고, 일하는지를 보여주는 공개된 작업 기록이 될 수 있다.

Work → Document → Share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앞으로 만들어보고 싶은 습관도 조금 선명해졌다.

Work → Document → Share

먼저 일을 한다. 공부하고, 개발하고, 프로젝트를 만들면서 실제 경험을 쌓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가 배운 것과 고민했던 것을 기록한다. 그중 다른 사람에게도 의미가 있을 만한 내용을 세상에 공유한다.

여기서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여전히 Work가 가장 앞에 있다는 점이다.

공유할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억지로 경험을 만들어내고 싶지는 않다. 내가 실제로 배우고 개발하는 과정이 먼저 있고, 콘텐츠는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오기를 원한다. 프로젝트에서 문제를 만나고, 해결하기 위해 공부하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면서 얻은 것을 기록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자기 PR과 실력 향상은 서로 경쟁하는 일이 아니다. 개발에 사용할 시간을 줄여가며 별도의 홍보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하면서 얻은 경험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것 자체가 Show Your Work가 될 수 있다.

기록하는 과정에서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내용을 다시 정리하게 되고, 설명하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을 발견할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이 내 글이나 프로젝트를 보고 의견을 준다면 그 과정에서 다시 새로운 것을 배울 수도 있다.

결국 일하고, 기록하고, 공유하는 과정이 다시 다음 배움으로 연결될 수 있다.

개발자로서의 나를 넘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남기는 것

앞으로 이 과정을 단순히 개발자로서의 자기 홍보에만 사용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어떤 기술을 사용할 수 있고 어떤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넓게 내가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어떤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어떤 방식으로 성장하려 하는지도 조금씩 표현해보고 싶다.

결국 사람들이 발견하는 것은 프로젝트만이 아니라 그 프로젝트를 만든 사람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오랫동안 무엇을 공부하고, 어떤 질문을 가지고, 어떤 것을 만들며,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가 계속 기록되면 그 자체가 하나의 정체성이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글도 《Show Your Work!》를 읽고 난 뒤 작성한 단순한 독후감만은 아니다. 이 책에서 배운 방식을 실제로 실험해보는 과정이기도 하다. 책을 읽고, 그 내용을 내 경험과 연결하고, 그 과정에서 생긴 생각을 글로 정리해 다른 사람에게 공개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Show Your Work다.

아직 나는 어떻게 해야 내 작업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지 정확한 답을 알고 있지 않다. 어떤 내용을 기록하는 것이 좋은지, GitHub와 블로그, SNS를 어떻게 연결하면 좋은지, 개발자로서의 전문성과 개인적인 생각을 어떻게 함께 보여줄 수 있을지도 계속 고민해야 한다.

오히려 그래서 앞으로 이 책을 읽으며 이런 부분을 더 공부하고 직접 실험해보고 싶다. 단순히 더 많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있는 좋은 작업이 필요한 사람에게 더 잘 발견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고 싶다.

나는 여전히 좋은 개발자가 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실제 실력 없이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오래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제는 실력을 쌓는 것만으로 모든 것이 끝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 되는 것과 그 좋은 일이 발견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앞으로는 이 두 가지를 함께 만들어가고 싶다. 그리고 이 블로그 역시 그 과정을 기록하는 공간으로 계속 발전시켜보려고 한다.


References

Kleon, Austin. Show Your Work!: 10 Ways to Share Your Creativity and Get Discovered. Workman Publishing Company, 2014.

Referenced section: “A New Way of Operating.”

ISBN-13: 978-0-7611-7897-2.

이 글은 Austin Kleon의 《Show Your Work!》의 “A New Way of Operating”을 읽고 얻은 아이디어를 개인적인 개발 경험과 연결해 재구성한 글이다. 책의 원문을 번역하거나 재수록하기 위한 글이 아니며, 저자의 구체적인 주장과 표현은 원저를 통해 확인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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