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을 하다가 현타와 슬럼프가 온 사람들에게 가슴 두근거림을 줄 수 있는 책
한빛미디어에서 진행하고 있는 리뷰어 이벤트를 감사하게도 쭉 진행하고 있었다. 좋은 기회 덕분에 좋은 도서들을 접했고 그만큼 나의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되었지만, 이번 선정도서는 더욱더 특별했다. 왜냐하면 드디어 읽고 싶었던 책을 받게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제목만 봐서는 어떤 판타지소설이나, 라이트 노벨같은 느낌이 들어 가볍게 읽기 좋을 것이라고 생각해 책이 그렇게 두꺼울거란 생각을 하지 못했다. 전공서와 비슷한 두께의 책에 내가 과연 이 책을 소화는 할 수 있을까. 그런 걱정이 들었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책은 제목만 알았을 당시의 인상과도 비슷하게 약간 판타지 소설과 같은 구성과 전개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전지적 내 시점이기는 하지만, 본 내용이 시작하기 전 인물소개란이 있는 것부터가 그 옛날 어렸을 때 판타지 소설을 읽었던 때를 떠올리게 했다. 인물소개 또한 그러해서 더욱 그러한 느낌이 가득했다. 단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내가 사람 이름을 지독하게도 기억을 못한다는 부분이었는다. 이 부분은 람세스 시리즈를 읽을 때 매번 누가 누군지를 확인하며 읽는 느낌을 주었다.
처음 컴퓨터가 나왔을 때부터, 그 컴퓨터를 이해하기위해 고군분투하고, 시대가 지나감에 따라 기술을 많은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게 긴 서사시처럼 연결되어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무언가에 심취해서 모든 인생이 그것으로 가득차는 경험을 해본 사람이라면, 매우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맨 처음 컴퓨터를 처음 보고 어떻게든 그 기계가 돌아가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밤마다 기웃거렸던 해커들과 같이, 읽는 내내 그들과 동화되어 두근두근 모험을 하는 기분으로 상상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들과 같은 시대에서 같은 공간에 있었더라면, 분명 시간가는지 모르고 거대한 기계를 해킹하는데 나도 온 시간을 바쳤지 않았을까.
또한 이책을 읽으면서 "해커"에 대한 개념에 대해서 재정의를 하게 되었는데, 우리가 흔히 매체에서 보는 해커만 해커가 아니라 무언가 미지에 대해서 탐구를 하려하고 파고드는 것도 해킹이라고 하고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을 해커라고 하는구나 싶었다. 그런 면에서 어릴때 영화속 해커가 무척 멋있어보였고, 많은 사람들 처럼 컴퓨터에 대한 꿈을 키우고 있었는데, 나도 해커의 일종(?)이라는 생각에 괜히 어린아이처럼 들뜨게 되었다.
또한, 현대의 개발자들이 지키려고하는 노력 중 하나인 "지식을 공유하고 나누는 것"이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문화라는 걸 깨달았을 때 많이 놀랐다. 누군가와 교류를 하기에 더 열악했던 시절이었고, 정보도 터무니없이 부족하여 자신이 발견한 지식이 전부임에도 이것을 독점하지 않고 누구나 열람하고 돌려보고 수정할 수 있도록 열어두었다는 것이 신기했다.
물론 해커정신 등 이 시대에도 따르면 더 좋을만한 내용이 더 많았고, 소년만화처럼 괜시리 마음을 뜨겁게 만드는 부분도 많아서 즐겁게 읽었으나, 고전이라 그런지 어느정도의 한계는 있는 것 같았다. 쓰여진지 너무 오래되기도 하여 그런 것도 있겠지만, 읽는 내내 약간의 아쉬움은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고전의 단점을 떠나, 그럼에도 우리가 고전을 읽어야하는 것은 시대를 아우르는 시대정신을 이으며 변하지 않는 좋은 가치를 다음 세대에 잘 넘겨주기 위해서 위함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