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빼고 쳐라

willy·2022년 5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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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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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좀 빼세요"

복싱에는 빠따라는 말이 있다.

어깨와 팔에 힘을 빡주고 있는 힘껏 쳐대는 펀치를 말한다. 하나 하나의 펀치는 쎈데, 연타가 잘 되지 않는 특징이 있다. 빠따로 치면 맞을 확률도 떨어지고, 자세도 흐트러지기 때문에 역습을 당할 우려도 많다.

어깨에 힘을 주고 주먹을 날리면, 빠르지도 않고, 파괴력도 없고 심지어, 상대방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긴장한 티가 난다.

오히려 힘을 뺀체로 가볍게 잽을 날리면 강하고 빠른 펀치를 날릴 수 있게 되는 것을 시간이 지날수록 알게 된다. 나도 운동에 몸을 담아본 경험이 많아서, 온몸에 힘을 빼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늘 느끼고 잇다.

한 번은 관장님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어떻게 해야 잘 할 수 있을까요?"
돌아온 말은 다음과 같다.

"반복해야해요. 힘이 모두 빠질때까지, 숨이 가빠질 정도로 해보면 알게 될겁니다."

그 당시엔 이게 무슨 방법이냐며, 막무가내, 무대뽀로 가르친다며 화가 일기도 했다. 그런데 몸이 풀리고, 점점 체력이 지쳐갈때쯤, 힘을 주고 치는 것이 아닌, 온 몸을 이용해 힘을 날린다라는 생각으로 샌드백에 주먹을 던졌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힘을 바짝 주고 쳤을때보다, 느낌이 좋았다. '이게 임팩트구나' 싶은 순간이었다.


학창 시절 조금이나마 배워본 격투기에서 힘을 빼는 중요성을 분명히 느꼈다. 그러나 그 경험을 내 삶에 녹여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진 못했다.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최근 가장 집중하고 몰두한 1차 프로젝트가 끝나고, 힘이 모두 빠졌기 때문인데, 그때처럼 1 세트가 끝나고, 숨을 가삐 몰아쉬고 있었다. 그리고 급히 다음 세트를 준비해야할때와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

프로젝트 중에서

아무튼, 프로젝트 이야기를 이제 본격적으로 해보자. 우리 팀은 1차 프로젝트에서 라인프렌즈 스토어를 클론하기로 했다. PM을 맡게되어, 홈페이지의 방향성과 진행 및 관리를 맡았다. 가장 큰 착오는 역할을 제대로 분배하지 못했던 것인 듯 하다. 팀원들에게 역할을 하나씩 나누어서 서기 같은 역할을 부여했다면 한결 마음 편하게 임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명확한 컨셉을 잡고 시작해야한다는 것을 결과물로 느꼈다. 코드에 집중하고, 기능에 집중하다보니, 정작 해당 코드를 사용할 '유저'를 전혀 배려하지 못했다. 목데이터는 물론이고, 페이지의 정체성 마저 없어진 기분이라, 결과물이 제대로 작동해도 2% 모자란 기분이 들었다.

예전 컬리의 류형규 CTO님과의 대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결국 기술도 사람을 위한 것'이라며 '기술보단 사람을 쫓아야해요'라는 말이다. 우리 팀에서 만든 코드는 유저를 무시한체, 코드 치기에 급급한 코드가 아니었을까? 디자인이건, 제품이건, 어떤 것이든 의도가 분명해야한다. 그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지만서도, 이를 이행하지 못한건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다른 팀 발표에서 '유저가 반드시 원하는 것 하나만큼은 얻어갈 수 있게 하겠다'라는 말을 하며, 프로젝트를 소개하던 것이 기억에 난다. 아마 우리팀과는 전혀 다른 결을 가지고 있어서 매우 흥미로웠다.

다음에 프로젝트를 할땐 명확한 프로젝트의 의도를 밝히고 시작하는 것이, 완성하지 못하더라도 더 의미있는 일에 가깝겠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었다. 의미를 쫓고자 이전 회사를 뛰쳐나왔고, 유저를 위해 일해야겠다는 생각에 코딩을 공부했다. 그러나 막상 프로젝트에선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급급했다. 내가 의도한 코드가 어디에 쓰일지도 모르는체로 말이다.

클론 코딩에서조차 길을 따라가지 못하는 내가,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긴 하지만, 이제 첫걸음이다. 힘을 잔뜩 주고 프로젝트에 임한 탓에 동료들에게 피해가 가진 않았을까 마음이 쓰인다.


이제서야 느끼는 거지만, 힘을 빼고 치라는 말은 인생 전반에 적용된다는 말을 많이 접했을 것이다. 힘을 빼면 왜 더 잘될까? 라는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 아마 내 얄팍한 경험으로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힘을 빼는 것은 주변을 믿는 것이다. 주먹을 날릴때, 글러브의 중량에 내 체중을 싣는 것이고, 면도를 할때도 힘을 바짝 주기보단 흐르듯 쓸어내려야하니 말이다. 팀 플레이도 마찬가지다.

팀원들을 믿고, 힘을 빼고 임한다면 더 나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나는 기술적인 지식을 쌓을 수 도 있지만, 그것보다 주변을 믿는 힘을 더 기르게 됐다

하고싶은 것은 다 할 수 있게 도와준 우리 팀원들에게 정말 많은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앞으로도 새롭게 꾸려지는 팀에선 힘을 빼고 주변을 더 믿고 흐름을 타는 연습을 해야겠다. 그렇다 해도 손을 놓는게 아니다, 너무 많은 프레셔를 주는 것보단 그들에게 맡기는 것이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테니 말이다.

앞으로 나는?

나와 함께 하는 동기, 동료 개발자들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주고 싶다. 일의 강도는 우리를 힘들게 하지 않는다는 것을 좋은 동료들로부터 배울 수 있었다.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함께 목표를 가지고 나아가는 동료가 있다면 이겨낼 수 있다.

앞으로도 수 많은 팀을 꾸릴 것이고, 수 없이 많은 과제를 만날 것이다. 그때마다 이런 어려움을 마주할 수 있다. 한번은 괜찮다. 그러나 같은 문제를 만날때마다 정체된다면, 그건 내 실력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문제를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모든 문제를 문서화해두고, 사고의 과정을 기록하는 시간이 필요할 듯 하다. 지금 당장 논리 정연하고 깔끔하고, 좋은 코드를 짤 순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같은 문제를 마주할때마다 그 과정을 기록해둔다면, 체화하기 비교적 쉬울 것이고, 더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한 초석을 깔아둘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회고에서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한 것 같다.
이것만 기억해두자, '힘을 빼자'
그리고 힘을 뺄 줄 아는 사람은 주변을 신뢰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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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문제에 헤매지 않기 위해 기록합니다.

4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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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8일

코.딩.안.전! 아자!아자!아자!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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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12일

굿 좋습니다!

1개의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