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업무는 생각보다 정량적인 업무가 많지 않다. 굳이 따지자면 있긴 있겠지만, 루틴하게 따지면 정말 없다.
그렇지만,
기업은, 뭐든 정량적인 것을 좋아한다. [지표] 그리고 [지표].
숫자는 놀랍다. 숫자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숫자가 뒷받침 되면 무엇이든 그럴싸하게 이해가 되고 납득이 된다. "이거 안돼요." 라고 하는 것 보다 "이건 구성원 68%가 반대를 해서 안돼요" 라는 것이 더 신빙성이 있으니까.
그냥 수치적으로 신빙성이 있다기 보다는 그 68%의 반대 결과를 도출해내기 위해 수반된 작업물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나는 채용도 숫자로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1명을 채용하는 자리에 1명을 채용한다면 100% 업무 달성이 된 것이고, 만약 그 1명이 3개월 이내에 퇴사를 한다면 다시 -100%, 미달이 되는 것이다.
우리 회사는 Talent팀 혹은 Recruiting팀이 멋지게 있는 회사는 아니기 때문에 아직 ATS는 사용하고 있지 않다. 다른 리크루터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걸 사용 하고 안 하고는 삶의 질이 정말로 달라지는 문제이기는 한 것 같은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우리는 아직 그런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내 맘대로 해볼 수 있는 것들이 좀 더 많다.
아주 간단하게는 주차 별로 채용채널을 통해 지원하는 지원자 수를 기입하고 있다. (이메일을 받고 있기 때문에 시간도 파악이 가능하다) 아주 초보적인 인사이트라고 할 수 있어도 만약 나만 아는 수정사항이라던가, 나만 아는 채용공고 수정사항이 있다던가 한다면 조금 더 유의미한 인사이트가 도출될 수 있다.
예를 들면, 보도자료가 배포된 날 이라던가, 흥미로운 조직문화에 대한 포스팅이 인스타그램 피드에 게재된 날이라던가, 아니면 추석연휴나 설 연휴가 될 수도 있겠다. 이런 특정한 행동을 한 날에 대한 유의미한 숫자를 모으다보면 어느 순간 우리 기업이 추구하는 방향의 인재를 모으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조금 더 명확하게 알 수 있게 된다. (유의미한 숫자: 해당 일에 지원자 수 대비 합격자 수)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면, 더 알 수 밖에 없는 것들이 나올 수 밖에 없는데 수치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어느 단계에서 나의 채용 브랜딩이 잘못됐는지 알 수 있다.
[마크업 할 내용]
이런식으로 숫자 데이터를 쌓아 나가다보면 RR(Recruiting-pR)이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면서 어떤 채용브랜딩을 해야 보다 효과적으로 지원자를 받을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반대로 우리가 소싱하는 후보자가 있을 때에도 이 모든 것이 수치적으로 증명되어 아름답게 싱크되어 있다면 후보자의 제안 수락율도 (조금은,,,) 올라가지 않을까?
세상에 모든 일은 이유 없이 일어나지 않는다.
물론 내가 채용 공고를 너무 잘 써서 지원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는 있겠지만 그 상태가 천년만년 유지되지는 않는다.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또 그 사건에 의해 무언가가 변경될 수 밖에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고, 그 변경된 것에 적응을 하든 맞서 싸우든 해야 하는 것이 인간의 됨됨이다.
나는 맞서 싸우는 쪽을 택했다. 가만히 앉아서 그저 그런대로 흘러가는 것 보다는 조금이라도 성장하는 맛을 보고 싶어서. “재직 하는 동안 nnnn명이 지원했고 그 중 nnn명이 합격했고, nn명은 퇴사했어요.” 라고 말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지원자는 기업의 어떤 행동에 매력을 느껴 지원을 하게 되는지에 기반한 채용을 진행했습니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지만, nn명이 합류하는 동안 세운 수치적 가설이 어느정도 맞아 떨어져 우리 회사에 적합한 인재를 채용할 수 있었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 훨씬 더 설득력 있어 보이니까.
“이거 안돼요.” VS “이건 구성원의 68%가 반대를 해서 안돼요.” 와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