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회사에서 채용과 조직문화를 담당하다보면 의외로 단어 선택에 굉장히 병적으로 시간을 들여 고민하게 된다.
이건 우리 구성원들이 좋아하는 단어일까?
이건 우리 구성원들이 좀 불편해하는 단어이지 않을까?
이건 좀 그런가? 이건 좋은가?
이런 생각을 수백 번을 하고 고쳐 하고 결국 국어사전의 힘을 빌려 동의어를 찾아낸다. 그래도 없으면 영어로 같은 단어를 쳐서 나오는 영어 동의어들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한 뒤에 찾아본다. 더 좋은 단어를 더 많이 수집하기 위함이다.
나 같은 사람들은 글을 많이 쓴다.
슬랙이든, 노션이든, 블로그든, 인스타그램이든, 채용공고든...
글을 쓰는 곳이 어디든 일단 글을 기본적으로 많이 쓰는 것에는 틀림없는 업이다.
그래서인지 단어를 하나 선택 하더라도 신중하게 선택할 수 밖에 없다.
그게 곧 기업의 이미지와 직결되기 때문에,,,
어쨌뜬, 요 며칠 간 내가 머릿속에서 주문 처럼 되뇌인 단어가 입사와 퇴사이다.
이 단어에 대한 악감정은 없다. 그런데 요즘 '온보딩' 같은 결이 더 나은 단어를 사용하면서 굳이 입사와 퇴사라는 단어를 써야 할까,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내 머릿속 이미지의 '퇴사' 라는 단어는 왜인지 모르게 갈색 책상과 옥색 캐비닛이 있는 공간에서 큰 상자를 한 아름 안고 한숨을 쉬며 엘리베이터를 타러 가는 그런 우리 아버지 세대의 용어 같았기 때문.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온보딩은 '승선' 이라는 뜻인데, 그렇다면 조직 자체를 '항해'로 보자.
마치 원피스의 써니 호 처럼 말이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자네 내 편이 되어줄텐가?' 라는 말을 스스럼 없이 할 수 있는 채용담당자가 될 수 있을 거고, 마음이 맞는 해적을 팀원으로 승선시키기 위해 뭔가를 하지 않을까.
흥미진진하다.
팀원을 찾아 나서고, 승선을 진행하고, 함께 모험을 하며 도감을 만들고, 배 안에서 함께 모험하는 삶이 힘들지 않도록 서로 힘을 실어주고, 시간이 되어 하선할 때가 되면 하선 절차도 매끄럽게 잘 진행하는.
이게 내가 진짜로 해야하는 업무가 아닌가 싶다.
원피스의 항해형 온보딩을 이벤트성으로 가져갈 수 있는 그런 온보딩 절차라고 한다면, 평소에는 좀 더 담백하게 '여행'이라는 절차에 맞추면 더 좋을 것 같다.
우리가 여행을 나설 때의 설렘을 떠올린다면,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거다. 새로운 곳에서 커리어를 시작할 때의 설렘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구성원의 첫날이 회사에 오는 느낌이 아닌 '공항'에 가는 느낌일 수 있다면 좋겠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공항(여행)에 가기 전에 많은 것들을 점검하고, 챙긴다.
이게 정말 새로운 회사에 첫 출근하는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
회사에서 내가 필요한 것을 간단히 챙기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출근을 하고,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그렇지 않은가. 그리고 회사에서 재직하는 기간을 '여행'이라고 생각한다면, 좀 더 이해가 빠를 것 같다.
피플팀, 져니팀도 좋고 입사와 퇴사도 좋지만 이 단어를 사용하는 대신에 온보딩과 구성원 각각의 여행일정표를 책임질 수 있는, 그걸 제공하는 trip advisor. 그런 직책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
안녕하세요, 사내 트립 어드바이져 서지우입니다.
앞으로 여러분의 여행길이 즐겁고 안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