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나는
내가 만든 코드를 정말 사랑했다.
내가 만든 기능 하나,
내가 만든 화면 하나가
마치 내 자식 같았다.
그런데 어느 날,
내가 만든 제품을 B2B로 내놓고
혼자서 200명의 유저를 상대하게 됐다.
그때부터 내 세상은 조금씩 바뀌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전화가 왔다.
내 전화번호는 어쩌다 유출까지 돼서
정말 매일 전화가 왔다.
오류는 계속 터졌고
나는 계속 고쳤다.
그런데 더 무서웠던 건
오류보다도
그 오류 때문에 쏟아지는 사람들의 화였다.
나는 매일 화를 들었다.
매일 사과했고
매일 고쳤고
매일 또 고장 났다.
그걸 반복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코드를 쓰는 게 무서워졌다.
그때의 나는
내가 만든 코드가 자랑스러웠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만든 코드가
사람들에게 화를 내게 만드는 이유가 되어버렸다.
내가 만든 자식이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살아남기 위해서
코드를 덜 사랑하기로 했다.
그 이후로 나는
그냥 일만 했다.
기획자가 원하는 대로,
이슈가 생긴 대로,
해야 하는 걸 처리했다.
감정을 섞지 않으려고 했다.
사랑하면 아프니까.
기대하면 무너지니까.
나는 그렇게
“살아남는 개발자”가 됐다.
그저께 회식 자리에서
한 과장님이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네가 만든 제품은 네 자식처럼 생각해야 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결국 개발자야.”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갑자기 옛날의 내가 떠올랐다.
내가 내 코드를 진짜 사랑했던 시절.
내가 내 제품을 세상에 내놓으며
두근거렸던 시절.
그리고 동시에
내가 그 사랑 때문에 무너졌던 시절.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나는 단순히 부족해서 욕을 먹은 게 아니다.
대응할 준비가 없는 상태에서
너무 많은 책임을 떠안았고,
너무 많은 사람의 감정을
혼자 받아내야 했고,
너무 빠르게 “현장”에 던져졌다.
그리고 나는
그걸 버텼다.
버티는 동안
마음이 닳아버렸을 뿐이다.
이상하게도
사람들이 화내던 말은 생생한데
좋은 말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
좋은 말을 해준 사람들도 있었을 거다.
“덕분에 편해졌어요.”
“이 기능 진짜 좋네요.”
“빠르게 처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그걸 잊었을 뿐이다.
왜냐하면
그때의 나는
칭찬을 담아둘 여유가 없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지금 이 글을 쓴다.
나는 다시
내 제품을 사랑해보려고 한다.
예전처럼
무모하게 모든 걸 끌어안는 사랑이 아니라,
조금 더 단단하고,
조금 더 성숙한 방식으로.
나는 개발을 하면서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만드는 건 단순한 코드가 아니라
누군가의 시간을 아껴주는 도구이고,
누군가의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경험이고,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 더 편하게 만드는 선택지라는 걸.
그리고 나는
그걸 만들고 싶어서 개발자가 됐다.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개발자.
내가 만든 제품 때문에
사람들이 웃을 수 있는 개발자.
예전의 나는
사랑했다가 다쳤고
그래서 사랑을 접었다.
하지만 이제는
도망치지 않겠다.
내 제품을 다시 사랑하겠다.
내가 만든 것을 책임지겠다.
그리고 더 나은 방식으로 지켜내겠다.
내 제품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결국 나다.
내 제품이 어디서 아픈지
어디가 불편한지
어디를 고치면 사람들이 행복해지는지
그걸 가장 잘 아는 사람도
결국 나다.
그러니까 나는 다시
내 제품을 사랑해보기로 한다.
그 사랑이
누군가에게는 기쁨이 되고
나에게는 자부심이 되도록.
오늘부터 다시.
“내가 만든 것을 다시 사랑하는 날,
나는 더 좋은 개발자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