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지금까지의 나를 돌아보면, 매 순간 하고 싶은 일에 충실하면서 살아온 것 같다. 학교에서는 듣고 싶은 수업을 듣고, 남은 시간에는 동아리 활동과 취미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경험들을 해왔다. 내 진로도 그 때 그 때 바뀌었는데, 경영 컨설턴트,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증권사 퀀트 트레이더 등등 다양한 직업을 기웃거렸다. 나름대로 현직에 계신 분들의 조언도 듣고 관련 분야 공부도 해보면서 시간을 헛되이 쓰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아쉽게도 이 중 어느 한 직업에 정착하지는 못했다. 각 직업에 대해 알아갈수록 현실적인 여건이 보였고, 또 내가 더 재밌고 잘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일련의 과정들을 거치면서 나에 대해 더욱 잘 알게 되었다.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나는 개발자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
나의 개발 경험
2019년
전역한 해에 처음으로 코딩을 접했다. 빅데이터 분야가 유망하다는 말을 듣고, 경영학과에 전공으로 열린 '경영프로그래밍'과 '데이터 분석 및 경영' 수업을 들었다. R언어를 활용해서 머신러닝 테크닉을 직접 돌려보고 텀프로젝트를 수행했는데, 생각보다 적성에 잘 맞았다. 특히 코딩을 해서 필요한 테크닉을 돌리는 게 재미있었다. 내가 코드를 치면 컴퓨터가 내 일을 대신해준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2020년
수업을 들었던 교수님께서는 다음 학기에 추가로 세미나를 진행하셨다. 한 학기동안 데이터 사이언스에 대해 전반적으로 스터디를 하고, 팀 프로젝트를 하나 수행했다. 특히 관심이 있는 친구들끼리 모여서 세미나를 했기 때문에 강도 높게 진행이 되었다.
학교 생활하면서 이 때 제일 많이 배웠던 것 같다. 선형대수, 머신러닝/딥러닝에 대해 이론적인 지식을 배웠고(물론 겉핥기 수준이었다. 왜 인공지능 분야에 최소 석사급 인력을 채용하는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또 keras를 활용해서 직접 구현까지 해봤다. 내가 했었던 프로젝트는 <이미지 인식 모델을 활용한 유사도 검출> 프로젝트였는데, 간단하게 특정 이미지를 넣으면 기존에 저장된 이미지들과 얼마나 유사한지 유사도를 뽑아주는 모델을 만드는 프로젝트였다. 필요한 이미지를 수집하기 위해 Selenium을 활용해 동적 이미지 크롤러를 만들었다. 또 기존에 만들어진 모델(ResNet50)을 빌려와서 학습을 시키는 Transfer Learning 기술을 활용해서 모델을 만들기도 했다.
문제가 발생하면 그 때 그 때 대처하면서, 소스코드를 찾기 위해 엄청나게 구글링을 많이 했다. 기술적으로 수준 높은 코드를 작성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밑바닥부터 공부한 내가 팀에 이 정도 기여했으면 정말 많이 발전했지 않았나 싶다. 물론 팀원들과 함께 진행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였다. 팀 프로젝트가 무엇인지,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크게 배울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2021년
이후에는 투자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퀀트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관련 분야에서 일하고 싶었다. 관심이 있는 친구들을 모아서 스터디 그룹을 만들고 엑셀 VBA 코딩을 공부했다. 투자 전략 백테스팅,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 주가 데이터 크롤링 등 생각보다 엑셀로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있었다. 그리고 내가 공부한 지식을 남에게 설명해줄 때 더욱 배울 수 있다는 점도 알 수 있었다.
개발자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
이렇듯 문과생치고는 코딩과 친했기 때문에, 이점을 살려서 금융권에 취업을 하고 싶었다. 경영학과를 다니면서 코딩을 할 줄 알고, 무엇보다 투자가 재미있었기 때문에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진로라고 생각했다. 우선 증권사 RA에 진입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이것저것 준비했었다.
그러나 알면 알수록 현실적인 부분이 보이기 시작했다. 당장 내가 가진 specification도 부족했거니와, 설령 specification을 빠른 시일 내에 채운다고 하더라도 채용 공고 자체가 많이 나오질 않았다. 점점 퀀트 분야에서 'RA면 어디든 괜찮다'고 생각하고 준비하기 시작했는데, 준비할수록 이게 과연 내가 하고싶었던 일인가 싶었다. 리서치 업무를 하고 투자에 대해 배운다는 점, 그리고 향후 커리어 패스는 매력적이었다. 다만 진입장벽이 너무 높고, 만약 RA가 되지 않았을 때 Plan B를 생각해두어야 하는데 도저히 떠오르지가 않았다. 무엇보다 나는 '퀀트 투자'가 유망하다고 생각해서 진입을 하려고 했던 것인데, 이걸 포기하면서 있지도 않은 plan B를 감수할만큼 RA 진입이 매력적이라고는 판단이 들지 않았다. ('내 상황에서' 그렇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나는 증권사에서 하는 일들이 매력적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렇게 원점으로 돌려서 진로를 다시 고민해봤다. 이제 졸업이 한 학기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 정하면 번복은 없다'고 못을 박고 정말 신중하게 생각을 많이 해봤다. 그러다가 떠올린 직업이 개발자다. 내가 해봤던 경험 중에 투자 다음으로 재미있고, 전망도 밝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현직 개발자 친구와 진지하게 상담을 하면서 직업적 고충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세상에 어떤 직업인들 단점이 없겠나 싶어서, 그냥 감당하고 장점을 취하겠다고 다짐했다.
앞으로의 계획
일단 현재의 최종 목표는 핀테크 회사의 데이터 엔지니어가 되는 것이다. 핀테크라는 산업군도 경영을 전공한 나에게 매력적이고, 데이터 엔지니어 일을 하면서 데이터 처리 기술을 익히면 흥미롭게 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다만 알아보니까 비전공자가 데이터 엔지니어로 처음부터 진입하기는 쉽지 않다고 해서, 서버사이드에서 데이터를 다뤄볼 수 있는 웹/앱 백엔드 개발자가 되어보려고 한다. 웹/앱은 구인 수요가 많아서 비전공자도 수월하게 취업을 할 수 있다고 한다. IT 서비스 업체를 첫 직장으로 가지고 싶다. 기왕이면 함께 문제 해결을 하고, 성장하는 '개발자 문화'가 갖춰져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
그런 회사에 가려면 나 역시도 그럴 만한 실력을 갖춰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깊이있는 공부를 하고 싶다. 지금 블로그에는 내가 단위별로 공부를 하면서 느낀 점을 적을 것이고(프로젝트,스터디,부트캠프 등), 각 기술별로 배운 점들은 github에 기록해 둘 생각이다. <제주코딩베이스캠프> 활동에 감사하게도 선발이 되어서 여기를 '베이스캠프'로 삼아 본격적인 공부를 해보려고 한다.
마치며
나의 짧은 이력과 개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앞으로의 계획을 적어보았다. 시작이 반이니까 나머지 반도 지금의 스탠스를 잃지 않으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발자로 취업을 하고 다시 이 글을 읽으면서 편하게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