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17일
제 21회 대한민국 청소년 발명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도 신기하고 생소한 경험이다.
그전까지 한 번도 공모전 같은 건 도전해본 적이 없었다.
그냥 졸업 작품 하는 김에 학교 발명대회가 있길래 나갔는데...
어쩌다보니까 대통령상을 받았다.
상 받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이
이걸 내가 받아도 되나?
처음엔 이럴 생각이 아니었다.
졸업 작품 하다 보니까 이걸 이대로 묻히기가 너무 아깝더라
그래서 교내 발명대회 마침 열리길래 바로 신청 넣었다.
아이디어만 넣으면 되는 거라 기술적인 부분을 전부 개발할 필요는 없었다.
그런데 신청할 때 전국 대회도 같이 넣어야만 신청할 수 있다길래
"쓸데없는 거도 신청하게 만들어 놨네" 하면서 억지로 전국 대회에도 신청 넣었다.
어떻게 그런 못된 생각을
이런 나쁜 녀석
담당자님 정말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근데 솔직히 당연한 생각이었다.
서울의 상위 대학도 아니고, 원래 공부를 잘하던 학생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발표를 잘하던 학생도 아니고, 상이라곤 개근상도 받아본 적 없었다.
그래서 전국대회는 '뭔 말도 안 되는 소리야' 하고, 교내에 있는 거 넣어본 건데
학교 홈페이지 공지 들어가보니까 운 좋게 교내 대회 대상이더라.
뭐지?
하고 잊고 지냈는데 몇 달 후에 또 연락이 왔다.
그때 전화했던 게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발표 전날이라 상격 미리 말씀드려도 된다고 하셔서 연락드렸어요.
"아 네"
대통령상이세요
"아.. 네"
알고 계셨어요?
"아뇨 지금 알았어요"
아... 네 축하드려요
별 생각없이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대통령상이라길래
'아 그렇구나' 했다.
그때 쓸데없이 바빠서 인생에 현타가 오던 시기라
'그냥 좋은 상 받았네' 하고 넘어갔던 것 같다.
다시 보니까 쿨찐같네
어으
연락주신 분 민망했겠다.
그래도 시상식 날 찾아가서 연락주셔서 고맙다고 인사드렸다.
그전까진 별 감흥 없었는데
막상 시상식 도착하니까 진짜 엄청 떨렸다.
뷔페 진짜 맛있는 거 많이 나왔는데
체할 것 같아서 하나도 못 먹었다..
아까워 죽겠네
올라가서도 엄청 떨었다.
발 움직이는 것도 어색하고, 숨 쉬는 것도 어색하고, 살아있는 것도 어색했다.
아빠가 찍어준 사진인데..
저 때 직원분한테 "저 어디에 서 있어야 안 어색해요?"하고 물어보고 있었다.
저러는 사람 나 말고 아무도 없었다.
다들 '저러면 바보같아 보이는구나' 하고 느꼈나보다.
또 훌륭한 반례가 된 것 같아 참 뿌듯했다.
막상 상을 받고 나니 기분이 묘했다.
특히 상장에 윤석열 대통령님 성함 쓰여 있는데
한 종이에 대통령님 성함이랑 내 이름이 같이 있으니까 진짜 기분 묘했다.
그리고 갑자기 주위에서 날 보는 시선이 많이 달라졌다.
일단 엄마, 아빠가 엄청 좋아하고,
친척들한테 전화 오고,
친구들이 뭔가 날 대단한 사람인 것 마냥 취급해주길래
너무 양심에 찔렸다.
진짜 운으로 받은건데..
그런데 오히려
그런 시선을 받으면서 내가 많이 바뀌었다.
사람이 자존감이 올라가고, '대통령상 받은 사람'이라는 이미지에 맞게 행동하고 말하게 되더라.
근데 글은 귀티나게 못 쓰는 것 같다.
근데 대통령상 있다고, 딱히 취업할 수 있는 건 아니더라
대기업 프리패스권인 줄 알았는데 ㅋㅋ
2022년.. 진짜 운으로 살아남은 해였다.
내가 뭔 대통령상인지 아직도 실감이 안 나지만
면접, 수기 공모전, 대회 이런 거 올라올 때마다 상 받았다고 열심히 우려먹고 있다.
운으로 받은거긴 한데..
그건 그거고
이왕 받은 거 잘 써먹어야지
다 쓰고 보니까 적어놓은 게 너무 한심해 보여서
트로피 사진 올려놓고,
뭘 만들어서 어떻게 상 받았는지도 따로 포스팅해 보려고 한다.
간단히 요약한 내용은 라디오에서도 말했으니
중점은 작품 설명보다는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될 것 같다.
YTN 라디오 영상 : https://youtu.be/rCV54XLj2Ps?list=LL
살면서 "나"라는 사람이 가장 많이 성장했던 한 해였기에 좋은 스토리가 나올 거다.
찐따 히키코모리가 대통령상 받는 스토리
재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