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 즐겨 듣는 노래가 있다.
CREDIT이라는 노래인데 노래 자체가 참 겨울 느낌이 있기도 하고, 한 과정에 대한 끝을 보여주는 느낌이라 연말에 자주 듣곤 한다.
오늘은 나의 2023년의 Credit을 적어보며, 지난 날을 정리해볼까 한다.
먼저 취업한지 6개월이 되가는 것 같다. 정확히는 지금 회사에 다닌지 6개월이 되간다.
첫 회사는 운좋게 4월에 합격 결과를 받았다. 그러나 막학기를 너무나도 다니고 싶기도 했고, 면접 경험이 너무나도 좋지 않았기 때문에 7월로 입사를 미뤄둔 채로 학교를 다니다 그 다음 5월에 다음 회사에 합격 통보를 받게 되었다.
이 회사는 다녀보고 싶었다. 금융, 특히 보험이라는 생소하지만 일상생활 속에 자리잡힌 도메인이 궁금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학교를 더 다니다보니 실무가 궁금한 것도 있었다.
결과는 한달 반을 다니고 옮기게 되었다. 그 이유는 당시 기술적 성장에 많이 목말라 있었고, 첫 시작을 그래도 원하는 기술을 사용하고 실무에 가깝게 배워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두번째 회사는 이러한 점이 나와는 조금 맞지 않아서 세번째 회사로 옮기게 되었다
세번째 회사는 여러모로 만족스러웠다. 첫 1차 면접을 보자마자 이 회사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최종 합격까지하고 지금까지 다니면서도 원하는 기술을 올바른 근거를 통해 사용하고 의견을 자유롭게 제시할 수 있는 환경에서 개발할 수 있다는 점이 큰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졸업을 했다.
왜 취업 뒤에 졸업? 근데 진짜 취업 뒤에 졸업을 했다.
원래는 차가운 사회(?)로 나가기가 싫어서 1년 정도 내실을 다지는 공부를 한 뒤 단단해진 후에 사회로 나가려고 했어서 필수인 영어성적도 없었다.
그러나 급작스러운 취업 소식과 함께 졸업시험 신청 마감일 다음날에 가까스로 졸업시험 신청을 해서 보고, 영어 성적도 제출 마감 2주 전에 부랴부랴 따서 제출해서 졸업 당한게 맞다.
하여튼, 그렇게 급하게 나왔기에 사실 사회로 나온 체감은 잘 없다. 개발 공부야 매일 하던거고, 개발도 매일 하던거였기 때문에 회사에서 생기는 절차들을 제외하고는 비슷하게 흐르는 것 같다.
그렇게 반년이 지났는데, 내가 학생 같다는 기분이 들지는 않지만 여전히 학생처럼 즐겁게 개발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여전히 기쁘다.
본래 올해의 나는 스스로 단단해지려고 했다.
네이버 부스트캠프를 수료하고 처음으로 개발자라는 꿈에 확신이 생겼고,
아직은 내가 준비가 되었다고 말하기에 오만한 것 같아 한 1년간 공부를 더 해보려는 생각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8월에 졸업을 앞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취업 보다는 역량을 쌓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고자 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여러가지 기회들을 찾아 나섰다
크게 분류하면 아래와 같은 활동들을 하였다.
1. Nexters
2. 동국대학교 뉴스 소모임 Mews 프로젝트 리딩
3. 리액트 튜터링 튜터
먼저 첫번째 넥스터즈는 내가 올해 처음으로 한 활동이자, 아직까지도 하고 있는 활동이다.
자세한 활동은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겠지만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기술적으로 성숙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개발자로써 큰 고민이 있을 때 많은 도움을 준 분들도 넥스터즈에서 만났고, 지금 너무나도 지내고 있는 사람들도 넥스터즈에서 만났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감사한 활동이고 나도 기여하고 싶었기 때문에 지금은 COO로 참여하고 있다.
첫 프로젝트 리딩이였다. 단순히 해보고 싶었고, 기회가 있었기에 시작했다.
그리고 가장 큰 의도는 '기회'였다.
경영정보학과 학생으로 개발을 시작하면서, 주변에 개발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실제로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러한 기회를 후배들과 함께 만들어 가고 싶었다.
그렇게 과거부터 친하게 지냈던 지인 두명과 지인의 지인 한명, 그리고 개발자를 꿈꾸지만, 프로젝트의 기회가 많지 않았던 학우 세명. 이렇게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결과를 말하면 구현은 성공했고, 배포는 실패했다. 명확하게 데드라인이 정해지지 않다보니 마지막에가서 흐지부지 됐고, 개강 이후 서로의 바쁜 삶이 겹치며 더는 진행할 수가 없게됐다.
이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는데, 일정 관리의 중요성과 열정이라는 동기는 생각보다 쉽게 식으니, 더 큰 열정을 지속적으로 태우거나 이를 대체할 연료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경험이었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두달 간의 프로젝트 경험은 나에게 있어서 정말 즐거웠던 순간이였고 많이 배웠던 나날들이었기에 빛나던 기간으로 기억된다.
리액트 튜터링을 시작했었다.
마찬가지로 경험을 나누고 싶었다. 네이버 부스트캠프 활동을 마치고, 내내 핵심 가치였던 '지속가능한 개발자'라는 키워드에 대해 고민하면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봤다.
그 때, 튜터링을 떠올렸다. 내가 가진 지식을 공유하면서 누군가는 학습을 하고, 나 역시도 준비를 하면서 더 깊이 있는 학습을 할 수 있었다.
지식 전달은 굉장히 어려운 것이다. 정말 생각치도 못한 곳에서 질문이 들어오고, 그 질문은 의외로 되게 간단하지만 핵심적인 질문인 경우가 많다.
그냥 흔히 쉽게 던지는 "왜 리액트를 써요?"와 같은 질문에서는 '리액트의 장점', 그리고 그 '장점을 위한 작동 원리' 등 정말 깊은 내용이 나오게 됐었다.
이러한 것들은 최대한 고려하고자 직접 만든 학습 자료는 한 문항의 depth가 굉장히 깊다. 나 스스로도 정리하면서 헷갈리거나 궁금한 항목들을 넘기지 않고, 하나하나 공부하며 학습 자료에 넣었다. 그리고 학습하다가 또 모르는 개념이 나오고.. 또 공부하고... 이러한 방식을 반복하다보니 깊이 있는 학습을 할 수 있었다.
이 경험은 내가 얼마나 깊이있게 공부할 수 있었는지를 돌아볼 수 있었고 스스로 학습하는 방법에 대해서 깨달았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사실 의도치 않았지만 취업을 했다는 사실에 가장 만족스럽다.
좋은 팀에 들어가서 만족하는 개발을 하고 있다.
그리고 '지속 가능한 개발자'라는 가치를 조금이라도 실현하고자 노력했다는 점이 만족스럽다. 무언가를 나누고, 그 과정에서 나도 성장하고, 기여하고 이러한 모습이 내가 개발을 시작할 때 좋은 문화라고 느꼈던 '지속 공유'의 문화와 닮아 있었고, 나에게는 너무 멀다고 느껴졌던 것들을 조금씩이나마 흉내내고 있는 것 같아 만족스러운 부분이 있다.
그래도 취업한게 더 만족스럽다.
두번째로는 부각코 프로젝트 사람들이다.
올해 부각코라는 부스트캠프 7기 캠퍼들이 만든 일정을 공유하고 학습 내용을 공유하는 모임에 참여했다. 그 모임에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구한다는 글을 보고 부각코 프로젝트 그룹에 참여하게 됐다.
그리고 그 결과는
너무너무 아쉽게 프로젝트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회사에 처음 입사하는 사람(나..), 여러 준비를 하는 사람 등
부스트캠프 당시의 열정은 여전히 있었으나, 시간을 온전히 쏟지 못함에도
부스트캠프 프로젝트 만큼의 볼륨을 잡았던게 너무나도 아쉬운 부분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프로젝트에서 얻은 가장 큰 것은 함께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함께하는 과정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고, 즐거웠다.
개발 외적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고, 성장할 수 있었다. 테트리스 실력도 기를 수 있었다.
처음에 프로젝트를 그만 둔다고 했을 때, 가장 아쉬웠던 점은 다시 모이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였다.
(그리고 그 점은 게더에서 자주 만나고 있다 ^-^)
정말 자주 만났고, 같이 한잔하고 2차 3차도 가고 정말 더 많이 친해져서 좋았다.
앞으로도 자주 봤으면 좋겠다는 자그마한 나의 소망이 있고..
다시 한 번 이 모임을 열어준 두 선생님과 함께 했던 프론트 팀원들께 감사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활동들이 상반기에 집중되어 있다.
Mews 활동, 튜터링, Nexters 활동이 모두 취업 이전인 상반기에 머물러져 있다. 취업 이후에 딱히 보상심리 같은 것이 있지는 않았지만 이전에 비해 개인 공부 시간이 현저하게 줄었고, 커밋도 끊기고, 스스로 나태해진 느낌을 많이 받았다.
하반기의 나는 음.. 그냥 잘 놀았다..? 정도인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항상 이렇게 말하면 '너 바쁘게 살지 않았어..?'라고 물어보던데, 나는 부를 때마다 술 약속 다 나갔는데 무슨 소린지 잘 모르겠다. (내가 부르면 지들이 바쁘다고 안나왔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사실 나는 욕심이 굉장히 많은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리 계획을 다 세워놨다.
그리고 내년의 나는 다르다.
부끄러워서 비공개지만 정말 세워놨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반년 잘 놀았으니까 내년부터는 다시 개발자로써의 성장에 집중하고 싶다.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랑 잘 놀아야겠다.
넥스터즈 24기 운영진을 시작으로 내년 한 해를 시작하게 되는데,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소프트 스킬적으로도, 하드 스킬적으로도 단단해지는 한 해가 되려고 한다.
올해는 정말 감사한 분들이 많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받았고, 감사한 마음을 전하지 못한 것 같다.
그래도 이런 공간에 쓰는건 좀 마음이 그러니까 오랫동안 못 뵀던 분들에게도 다가오는 새해에 용기내서 인사라도 해볼까 한다.
Credit은 어느 영화의 마무리이다.
하지만 이는 새로운 속편의 시작이기도 하다.
내 2023, 나의 개발자 1편은 이렇게 마무리 됐다.
누군가에게는 그렇게 잘 된 영화가 아니였더라도 감독인 내가
작품, 내 삶에 대한 애정이 많기에 계속해서 속편을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최근 연말이고 해서 영화를 보려고 티켓을 보는데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31기'가 하는 것을 보았다.
그걸 보면서 '나도 짱구는 못말려 만큼은 속편 만들어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개발자로써의 나의 이야기가 몇편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다.
지금의 마음으로는 평생이지만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것도 사실이니.
하지만 어쩌면 짱구와 비슷하게, 원하는 것을 즐겁게,
또는 어려운 문제에 직면해도 항상 해결해나가는 모습과 비슷하게
매년 나의 속편을 제작해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2023 올 해. 정말 많이 받았고, 아쉬웠고, 고마웠다.
나의 2024는 더 많은 이들에게 감사하며 꾸준히 나아가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짱구같은 삶... 화이팅...
짱 멋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