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살아라.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모토로 삼는 이야기다. 스티브 잡스의 '오늘이 생의 마지막 날이라 생각하고 살아라'는 이야기가 기폭제가 되어 요즘은 머리가 좀 '깨어있다'고 하는 젊은 사람들은 모두 오늘을 살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점점 늘고있는 YOLO족들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는데, You Only Live Once. 인생은 한 번 뿐이니 후회없이 살라는 뜻이다. 모두 맞는 이야기다. 인생은 한 번 뿐이고 내일은 어찌될지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매 순간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헌데 이 오늘을 살라는 말에 조금 오해가 있는 듯하다. 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하나의 변명거리로 쓰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아무도 나의 내일이 어찌될지는 모른다. 갑자기 복권에 당첨될 수도 있고 길거리 캐스팅을 당해 생각지도 못했던 연예계에 진출할 수도 있다. 혹은 갑자기 사고에 당하 거나 알지 못했던 질병이 발견되어 죽을 수도 있다. 그러니 우리는 오늘을 살아야 한다. 일어날지 안 일어날지도 알 수 없는 먼 미래의 일에 발목잡혀 살아선 안된다.
그렇다면, 당장 내일의 일을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면 우리 모두 지금당장 뛰쳐나가 하고싶은 일을 다 하며 살면 되는걸까. 지금 당장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면 나는 우선 아주 맛있는 고급 음식점에 가서 술을 한 잔 하고싶다. 그리고는 피시방에 가서 밤새 게임을 하다가 미국으로 훌쩍 떠나고 싶다. 이게 내가 하고싶은 일이다. 당장 내일 사고를 당해 이 모든 일을 하지도 못하고 죽는다면 너무 후회스러울 것이니 서둘러 비행기 표 부터 끊어야할까. 단순하게 생각해도 말도 안되는 일이다. 왜 말도 안될까. 돈이 없어서? 학생 신분이니 모아둔 돈이 있는 건 아니지만 당장 미국으로 떠날 돈이야 대출을 받던 어떻게 하던 마련하는게 불가능하진 않을 것이다. 학교에, 직장에 가야해서? 당장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데 학교가 뭐가 대수겠는가. 그럼 안될 이유가 대체 뭘까. 당연히 '뒷 일'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미국에 다녀온 후 대출 받은 돈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직장에 안가서 해고당하면 그 뒤에 내가 써야 할 생활비는 어떻게 벌 것인가? 정말 아무 대책도 없는 행동이다.
정말 아무 대책도 없이 저지른 후 보란듯이 해내는 사람들이 있다. 보통 이런 사람들은 이야기를 책이나 영화로 풀어 사람들에게 '여러분도 오늘을 사세요!'라고 주창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런 것들을 보며 '나도 저렇게 살아야지!'라고 큰 깨달음을 얻는다. 그대로 따라하면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직장이고 뭐고 다 때려치고 남아공이며 인도며 여행을 떠난다면? 열에 아홉은 사고를 당하고 나머지 한명은 돌아와서 당장 먹고 살 돈도 떨어져 생활고에 시달릴거다. 보란듯이 해낸 사람들은 정말 백에 하나 있을까 말까 한 경우로, 저 대책없는 행동의 불안 요소를 커버할만큼 어마어마하게 운이 좋은 케이스다.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지'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으니 최대한 높은 확률에 걸어야 하는 것이다. 맨 몸으로 인도로 여행을 떠나면 당연히 소매치기를 당하던 사고를 당하던 하는 것이 높은 확률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의 경우는 보통 크게 조명되는 일이 없으므로 나쁜 케이스는 보지도 못하고 모두 잘 될거라고 생각한다. 전혀 아니다. 자신이 이 도전의 결과에 관계없이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괜찮다. 모든 결정에는 위험부담 요소가 있고, 자신이 위험한 일인 것도 알고 결과에 책임도 지겠다는데 뭐가 문제겠는가. 자신의 인생인데.
지금까지의 이야기들, 모두 당연한 이야기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살아간다.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다. 헌데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가끔 이 '오늘을 살자'는 이야기를 핑계삼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게 문제다.
지금 당장 다 때려치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싶은가? 떠나라. 아무도 말릴 사람도 없고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일만 아니라면 아무 문제 없다. 결과에 자신이 책임질 수 있다면 괜찮다. 하지만 떠날 때 '오늘을 살아야지!'라던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거야!'라며 현실을 낙관적으로 바라보지는 마라. 내가 지금 여행을 떠나는 행위는 높은 위험 부담이 있는 일이다. 직장을 그만둔다면 여행이 끝난 후 재취업이 안되서 당장 하루 먹고 살 돈도 없어질 수도 있고 떠나려하는 여행지도 위험한 곳이기 때문에 불의의 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 다녀온 후 여행기를 책으로 펴내 여행작가로서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여행작가가 된다는 것은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므로 높은 확률로 해내지 못 할 수도 있다. 생각이 이 정도로 정리가 된다면 그 때 떠나라. 그렇다면 아주 훌륭한 결정이다. 이 사람은 상황을 바라보는 객관적인 시각도 있고 낮은 확률에 배팅 할 배짱도 있는 사람이다. 그게 아니면 하지마라. 당신은 '오늘을 살자'는 이야기를 잘 못 이해하고 있다. 이 훌륭한 명언을 당신의 '현실도피'에 변명거리로 삼지마라. 당신은 그냥 현실에 지쳐 도망가려는 것이다. 지금 당신은 뒷일에 대한 보장도 없고 계획도 없고 제대로 예상하고 있지도 못한다. 스티브잡스의 명언이 당신의 행동에 면죄부가 되어주지는 못한다.
오늘을 살자는건 이런 이야기다. 하루하루를, 매 순간을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다. 하루의 계획대로 살아가라. 공부를 하기로 했다면, 공부를 해야한다면 공부해라. 다 때려 치고 놀지마라. 오늘을 사는 것이 아니다. 하루하루를 허투루 쓰지마라. 친구에게 잘 못한 일이 있다면 사과해라. 주저할 이유가 없는 행동에 있어서 주저하지말아라. 하고싶은 일을, 해야할 일을 하지 않음에 있어서 그 탓이 자신에게 있다면 주저하지말고 행해라. 그게 오늘을 사는 것이다. 매일 즐겁게 놀고 마시며 사는 것이 아니다. YOLO와 전혀 상관 없는 일이다. 한 번뿐인 인생에 후회를 남기지 말자는건 그런 의미가 아니다. 열심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후회가 남지 않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놀고 싶은 마음을 죽이고 해야 할 일을 충실히 해낸다면 그 속에는 오늘 놀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남지 않는다. 참아내고 충실히 해냈다는 것에 대한 뿌듯함과 성취감이 남을 뿐이다.
YOLO. 인생은 한 번 뿐이다. 한 번 뿐인 인생을 후회로 점철되게 하지 말자. 당장 모든 것을 때려치고 놀고 싶다면 생각해라. 오늘의 이 행동에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