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함의 덫

양정훈·2022년 12월 26일

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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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단순하다. 꾸준히 노력하면 된다. 꾸준히 노력하면 무조건 성공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인생에는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여러가지 요소들이 있고 그것들은 안타깝게도 굉장히 큰 영향력을 미친다. 노력하여 준비된 자만이 행운이 찾아왔을 때 잡을 수 있다는말도 있지만 어찌되었든 꾸준한 노력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내가 지금 해야하는 일은 꾸준히 그것을 해나가는 것이다. 나의 성향이 어떻고 재능이 어떻고 이런건 난 이제 안믿는다. 타고났다는말만큼 되도 않는 소리도 없다. 타고난게 아니라 어릴 때부터 그런 분야의 좋은 영향을 많이 받고 자라 남들보다 특출나게 된 것 뿐이다. 내가 어린시절 그런 영향을 받지 못했다면 그만큼 더 노력하면 된다. 인생은 단순하다. 성향은 바뀌기 마련이고 꾸준히 노력하면그것이 나의 성향이 된다.

근데 이 꾸준함에는 치명적인 함정이 하나 있다. 포기하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지는 것이다. '꾸준히 하면 다 돼!'라는 말 때문에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지 못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면, 내가 지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노력하고 노력하는데도좋은 성과가 나타나질 않는다. 날이 갈수록 오히려 성적은 떨어지고 내가 힘드니 주변 환경도 점점 나빠진다. 투자한 시간이 있으니아까워서 그만두질 못한다. 꾸준함은 항상 옳다는 이야기 때문에 희망을 갖게된다. 맞는 이야기다. 꾸준하면 다 된다. 근데 이 사람은여기서 그만두어야 한다. 왜 그만두어야 할까.

노력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단순하게 놓고 보자면 영리한 노력과 눈 먼 노력이 있다. 토익 900점이 목표인 사람이 영어단어 공부를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토익 기출단어집을 사서 봐야한다. 옥스포드 영어사전을 사서 a부터 z까지 외우고 있으면 안된다. 같은 시간을 같은 정도로 노력한다면 기출단어집을 공부한 사람이 점수를 더 높게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옥스포드를 붙잡고 있는 것이 바로 눈 먼 노력이다. 무작정 노력만 해선 안된다. 현재 나의 상황과 주변 상황을 끊임없이 파악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자기 성찰이다. 지금 자신이 어느 길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죽어라 달리기만 한다면,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나는 엉뚱한 곳에 도착해 있는 것이다. 치열하게 자기 성찰을 하는 것도 노력의 한 종류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 것이 안되는 사람은 다른 의미로 '노력이 부족한' 것이다. 단어 외우는 시간과 열성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나의 상황을 돌아봤더니 공무원에 합격하기 위해 젊은 시절을 다 바쳐버렸다. 제대로 놀아보지도 못했다. 헌데 성과는 쉽게 나오질않으니 점점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지쳐간다. 같은 시간을 공부해도 이전보다 효율이 나오질 않는다.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생각해보자면 여기서 공부를 그만두어야 한다. 치열한 자기성찰이 이루어져야만 깨달을 수 있는 것이다. 그 후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것을 인정해야 한다. 나는 더 이상 공무원시험에 합격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실제로 포기해야 한다. 이 두가지 또한 노력이 필요하다. 용기라는 노력이다. '공무원시험에 실패했다'는 자존감떨어지는 인정을 하는 용기. 지금까지의 모든 상황을 뒤집어야 하는 포기하는 용기. 이 또한 어마어마한 노력이 필요하다. 영리한 노력이다.

인생은 단순하다. 노력하면 된다. 근데 무언가를 이룬다는 것은 결국 뚜벅뚜벅 걸어서 어느 곳에 도착하는 일이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알아야 도착할 수 있다. 자기 자신에게 엄하고 객관적인 눈을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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