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가 되다.드라마 미생을 보면서 어렸을 적에 이러한 생각들을 가지고는 했다.
“내가 저런 무자비한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일평생을 저러고 살아야 한다고? 내가 할 수 있을까?”
“아 어른 되기 싫다.”
이런 생각 들을 하던 내가 어느새 대학교 4학년이 되고, 남들이 하는 것처럼 취준 기간을 맞이 하게 되었다.
나는 미생을 보고 쫄아있던 과거의 나와 달리 빨리 취업을 하고 싶었다.
그 이유로는 현재 시장이 안좋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있고, 과연 나란 사람이 사회에서는 어떤 모습을 지닐지가 너무 궁금했다.
막상 취준을 해보니 사람들이 시장이 안좋다고 하는 이유를 사회를 한번도 경험 해보지 않은 나임에도 충분히 느껴지더라.
그래도 남들에 비해서는 감사 하게도 빠르게 취업에 성공 한 것 같다.
짧은 취준 기간에도 중견 기업에 들어갔으니 내 스스로 나름대로 만족할만한 결과였다.
그렇게 입사 하고보니 우리 회사에서는 “프로”라는 직급 하나만 있더라.
2024년 1월 22일 그렇게 나는 일단 프로
가 되었다.
사수께서 말씀 해주신게 있다.
회사에 입사하고 3일, 3달, 3년이 되는 날 퇴사 하고 싶은 욕구가 솟구친다고
나는 그냥 우스갯 소리겠거니와 하고 넘겼다.
그러나 정말 입사한지 3달이 가까워질수록 이러한 생각들이 잦아졌다.
“내가 생각 했던 것보다 배울 게 없는 것 같은데…?”
“아 나는 이 업무 말고, 다른 업무 맡고 싶은데…?”
“이 업무는 내가 나중에 이직 하는데 도움이 안될 것 같은데…?”
겉보기에는 내 스스로 나의 미래를 걱정 하고, 냉철한 시선으로 바라본 것 같았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불안과 걱정으로부터 비롯한 생각들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이런 경험이 내가 지금 들고 있는 생각이 불안인지 아니면 정말 합리적인 생각인지를 한발자국 떨어져서 천천히 바라보는 방법을 배웠다.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고, 혼자서 프로젝트를 진행 했어야 하는 일이 있었다.
레거시 코드들은 너무 퀄리티가 낮았고, 제대로 된 문서 하나 존재 하지 않았다.
외부 API를 받아올 때도 보안 상의 이유라는 명목으로 이틀 정도가 지나서 답변을 받았다.
컨설팅을 해주기로 했던 회사가 초반에는 잘 응대를 해주었는데, 나중에는 유선, 무선 연락 모두 안받더라
이러다보니 생애 처음으로 야근과 주말 출근을 한달간 계속 하다보니 회사에 살고, 집에는 잠자기 위해 들린다는 생각이 들더라ㅋㅋㅋㅋ
레퍼런스도 온라인 상 거의 존재 하지 않아서 인도 행님, 애굽 행님 가리지 않고 정보 찾으러 다녔던게 기억난다.
그러다보니 어려웠던 개념들이 이해가 되는 순간이 있고, 그 순간부터는 지금까지 막혀있던 것이 거짓말처럼 미친 듯한 속도로 개발이 진행 되었다.
이 때 이러한 어려움을 이겨내는데 향로님의 글이 참 도움이 되었다.
막상 돌이켜보면 추억 보정이 된건지는 잘 모르겠는데 야근하고, 주말 출근 하는건 사실 그렇게 죽을 맛은 아니더라.
개발이 적성에 맞아서 참 다행이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취업을 하고, 개발자로서 2년차를 맞이할 수 있게 된 것 중 나의 노력은 극히 미비 하다고 생각이 든다.
대학교 시절 오후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치열하게 트랜잭션을 가지고 토론하던 친구
해커톤 도중 잠시만 자고 온다던 내가 꿀잠을 자고 와버렸을 때 욕 한마디 없이(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꿋꿋이 기획 & 개발을 이어가던 팀원들
조그만 동아리 방에서 함께 이야기 하고, 꿈을 키워갔던 동아리원들
내가 방황할 때 믿어주고, 잡아주던 교회 형제, 자매 분들
그리고 지금까지 날 뒷받침 해주시고, 어느덧 할머니와 외할머니를 닮아가시는 부모님까지 참 고마운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스터디 장인 나보다 더욱 높은 열정을 가진 Hello World 스터디원 여러분들께도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함을 표한다.
여러분 덕분에 1년에 150 개 이상의 글을 꾸준하게 작성할 수 있었다고 생각을 한다.
내가 맡고 있는 도메인에 대해서 어느덧 많이 익숙 해졌다.
그래서 어느정도 내 스스로 일정도 산정이 가능해지고, 이에 따라 핸들링이 가능한 정도까지 온 것 같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더욱 일을 잘 하는 방법을 찾는 나를 발견 하게 되었다.
개발자로서 당연하게도 개발 능력을 키우는 것은 필수 덕목 중 하나라고 생각을 한다.
이 생각은 취준생 때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가지고 있는 생각이다.
그러나 취준생 때는 알지 못했던 것이 있다.
바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대학생 때는 단순히 상대방의 호감을 사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을 주로 했다면, 직장인이 된 지금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커뮤니케이션을 주로 한다.
개발자는 컴퓨터 앞에만 앉아있을 줄 알았는데 물론 거의 그렇긴 하지만 기획자, 디자이너 등 다른 포지션의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해야만 하는 일이 참 많은 것 같다.
slack 등의 온라인 채팅으로 대화 하는 것을 좋아하던 나이지만 요즘에는 서로 얼굴을 보고 소통을 하는 것이 재밌기도 하고, 서로의 의견을 더욱 명확하게 하는 것 같아서 좋아한다.
이렇게 커뮤니케이션이 많아질 수록 내가 추구하는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알아간다.
나는 최소한의 대화 흐름으로 서로가 원하는 것, 그리고 그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행 해야 할 것을 정립 하는걸 추구한다.
대화를 하다보면 분명 짧게 끝낼 수 있는 문장을 질질 끌리게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단순히 말을 못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길어질 줄 알았던 대화를 효율적으로 끝낼 수 있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대부분 후자의 경우 같이 일을 할 때 재미를 느끼게 된다.
나는 아직 사회 초년생이지만, 내가 경험 해본바로는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사람 중 일을 못하는 사람은 없더라.
그러나 반대로 개발을 그 사람이 얼마나 잘하던지간에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부족한 사람과 함께 일을 하면, 일을 못하는 사람이라고 느껴지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잘하기 위한 나만의 꿀팁이다.
상대방의 입장을 대화 전 이해하고, 그의 입장에서 그 사람이 나에게 무엇을 원할까?를 생각 하면서 대화에 임하면 서로의 입장을 이야기 하는 시간을 확실히 줄일 수 있었다.
2008년도 부터 아빠를 따라다니며 좋아했던 팀이 있다.
바로 기아 타이거즈라는 광주를 연고지로 둔 프로
야구 팀이다.
내 기억에 과거 내가 야구를 좋아했던 그 때는 참 낭만의 시절이었다.
무등 경기장(지금은 챔피언스 필드로 홈 구장이 바뀌었다.)을 가면 암표와 치킨을 팔던 할머님, 더럽게 못생긴 노란 단무지 같은 응원봉을 팔던 아저씨, 그리고 정해진 좌석 없이 계단에 앉아 보던 기억까지
그렇게 야구에 대해서 과거의 기억을 가지고 있던 나였지만, 어느새부터 야구에 대한 흥미를 잃어갔다.
그러나 주변 지인들로부터 하나 둘 야구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지고, 아예 야구를 모르던 동생들이 김도영이 어쩌구 저쩌구 하는 걸 듣자 나도 오랫만에 야구를 봐볼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야구를 한번 보게 되었다.
그게 이 전설의 경기 되시겠다.
나는 그렇게 다시 기아 타이거즈의 팬이 되었으며, 자칭 도영 맘이 되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단순히 취미 생활로 보던 야구였지만, 보면 볼 수록 돈을 받으면서 프로
로 뛰고 있는 사람의 마음 가짐을 김도영이라는 선수에게 배우고 있었다.
배우면서 느낀 것은 나는 참 애새끼가 다름 없었다.
응애
사전적 의미로는 다음과 같다.
어떤 일을 전문으로 하거나 그런 지식이나 기술을 가진 사람. 또는 직업 선수.
이러한 프로와 아마추어의 가장 큰 차이는 돈
을 받으면서 전문 직업으로서 현장에서 뛰고 있다는 점이다.
업무에 익숙 해지면 해질 수록 이 점을 간과 하게 되는 순간이 많은 것 같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의 의미는 누군가에게는 목숨과도 같을 것이라 생각 된다.
그렇게 중요한 돈을 누군가 나에게 주고 있다는 것은 분명히 무엇인가를 요구하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나는 돈을 받으며 일하는 프로
개발자로서 2024년을 보냈지만, 프로 답게는 행동 하지 못했기에 이를 프로 야구 선수 김도영을 보면서 반성을 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해당 문단을 시작 하기에 앞서서, 사실 도영맘이라 남들 눈에는 프로의 마음가짐이라는 주제를 끼워맞추는 느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내 스스로에게는 큰 힘이 되었었기에 글을 써 내려본다.
“나는 밖에서 밥을 먹더라도 항상 주위를 살피고 말을 조심한다. 내가 그렇게 야구에 집중하면 한국 야구가 발전하고 인기가 더 많아질 거라 생각한다”
엥 그래서 당신이 밖에서 밥 먹을 때 조심스럽게 먹고, 길거리에 있는 쓰레기를 주워 다닐거야??
해당 부분에서 내가 느낀 부분은 그런 부분이 아니다.
내가 느낀 것은 김도영이 한국 야구의 얼굴임을 인지 하여 행동을 조심 하듯이, 나도 내 회사의 얼굴이라는 자각심을 가지는 것이다.
물론 내가 우리 회사에서 한국 야구의 김도영 같은 영향력을 뽐낸다는 것도 절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나의 말과 행동이 우리 회사를 대표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살면서 처음으로 여러 기업들 사이에서 일정과 업무들을 서로 주고 받고 있다.
그 과정에서 내가 대표로 상대방 회사에게 의견을 전달 해야 하는 순간도 온다.
그 때 행동 가짐, 말투 등을 반드시 조절 해내야 한다.
참 글로 적으니 너무나 당연 해보인다.
그러나 내가 아직 프로 답지 못한 것인지 쉽지가 않다.
내가 컨디션이 안좋거나, 상대방의 말투에서 어떠한 불쾌함을 느끼면 이를 조절 하기가 참 쉽지 않더라.
그렇다고 이를 그대로 표출 한다는 건 참 프로 답지 못했던 것 같다.
프로라면 적어도 업무 동안은 응당히 내 외적, 내적 모습을 컨트롤 할 줄 알아야 한다.
“타격에서는 그렇게 좋은 모습을 못 보였지만 수비에서만은 이제는 팀에 폐를 끼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타격은 안 돼도 수비는 꼭 잘 해야 된다고 마음먹고 시리즈를 시작했고 수비에 모든 포커스를 맞췄다”
과연 나는 내가 잘 못하는 것에 대한 태도는 어떠한가??
내가 잘하고 자신 있어 하는 것은 “설계”, “백단 구현”, “일정 관리”, “문서화”등이 있다.
내가 잘 못하는 것은 “프론트 단 구현”, “네트워크”, “꼼꼼함”, “비판 수용” 등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잘하는게 있으면 못하는게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못하는 것에 대해서 거부감을 가지는 것은 어찌보면 사람으로서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못하는 것에 대해서 도망치는 것은 아마추어에게나 허용될 수 있는 말이다.
사실 아마추어는 못하는 것을 굳이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프로
는 다르다.
프로는 본인이 못하는 것에 대해서 도망 가서는 안된다.
김도영은 본인이 수비가 약한 것을 누구보다 명확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본인의 부족한 수비로 인해서 자신이 속한 팀에 피해를 끼치지 않고자 하였다.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내가 부족한 부분으로 인해 팀의 전체적인 퀄리티가 저하 되거나, 나에게 맡겨진 업무의 진행에 어려움을 생긴다면 본인 시간을 투자 해서라도 부족한 부분을 채워내는게 프로의 자세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잘하는 것은 별 다른 포커스를 두지 않더라도 알아서 발현 될 것이다. 내가 잘 못하는 것에 더 많은 포커스를 두자.
“내가 어디를 하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팀에서 주어지는 포지션에서 자리 잡을 생각만 하고 있다. 내 장점을 많이 살리는게 목표이다.”
2024년 한 해동안 내가 제일 갖추지 못했던 태도를 뽑으라면 이 태도이다.
한번 예시를 들어보자.
회사에서 3루수 포지션인 나에게 치어리더를 하라고 한다면, 어떻게 할까?
정말 간단하다.
회사를 나가면 된다.
회사에서 내가 지금까지 해온 분야에서 아예 벗어난 다른 진로를 권한다면 그건 취업 사기 아니겠는가.
그러나 회사는 3루수인 나를 치어리더로 쓰지 않는다. 뭐더러
만약 회사가 나에게 3루수가 아닌 유격수를 시키고자 한다.
이 때 나는 어떠한 생각을 가질 것인가?
2024년의 나는 아래와 같은 마인드에 가까웠다고 생각을 한다.
“나는 무조건 3루수 할거야. 나 3루수 안시켜주면 회사 나가??? 당신 후회해??”
위와 같은 마인드로 2024년 동안 내가 하기 싫다고 땡깡 부렸던 프로젝트 들이 있었다.
땡깡 부렸던 이유는 회사에서 지정 해주는 포지션이 3루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물론 프로
는 3루수라는 포지션과 같이 전문적인 메인 포지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그렇다면 이런 측면에서도 생각을 해보자.
유격수를 했을 때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나의 무기가 하나 더 생기는게 아닐까?
그리고 회사에서 나에게 주어지는 포지션에 대해서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또한 생각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회사가 생각 하기에 아직 나의 3루수로의 능력을 확신 하지 못한 걸 수도 있다.
아니면 유격수에서의 나의 재능을 발견한 걸 수도 있다.
어떠한 이유이던지 회사의 선택 또한 존중까지는 아니더라도 이해 해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을 한다.
내 생각을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회사가 나에게 익숙한 포지션이 아니라, 새로운 포지션을 권할 때 이렇게 생각 해보자.
이게 나의 무기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나에게 치어리더를 하라고 하는걸까??`
내 스스로의 능력을 내가 한정 짓고 있는게 아닐까?
2024년은 나에게 뜻 깊은 한 해였다.
스무살보다 서른살에 더 가까워지는 한 해였으며, 내가 좋아하는 일로 처음으로 돈도 벌게 된 한 해였다.
일을 하면서 내가 부족한 것들 또한 많이 알게 되었고, 부족한 것들을 어떻게 채워 나가야 할지 또한 깨닫게 되었다.
사회란 어떠한 곳인지, 그리고 나름대로 사람 냄새가 나는 곳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에게 겸손과 자신감을 동시에 준 한 해이기도 하다.
다가온 2025년은 다음과 같길 희망하며, 글을 마치겠다.
2025년은 많이 고생하고, 그 만큼 많이 깨지고 부숴지고 성장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기아 타이거즈 팬이에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