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회고

김예진·2021년 12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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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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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021년의 마지막이라니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이렇게 또 2022년을 맞이하는구나. 새벽 감성으로 인스타그램에 이렇게 적기도 했다.

2021년 한 해동안 이룬 것 없이 그냥 지나온 것 같았다. 2020년 개발자를 하겠다며 부트캠프를 다녔다. 내가 기획한 사이트를 만들어보고 싶다며 프로젝트도 했다. 프로젝트를 끝낸 뒤에야 배웠던 내용을 어느정도 소화한 느낌이 들었지만 스로를 계속 의심했다. 취직을 준비하고, 면접을 보고, 몇 군데 회사에서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까지도. 내가 자질이 있을까? 너무 어려운 일을 고른게 아닐까? 이외에도 여러가지 이유들로 취직을 미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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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정말로 가고 싶은 회사가 생겼다. 영알못인 내게 모든 업무를 영어로 하는 회사는 너무 힘들걸 알지만 해보지도 않고 지나치고 싶지는 않아서 무작정 이력서를 넣고 면접을 보고 한 달이라는 인턴의 기회를 얻었다.
한 달동안 출퇴근하는 중에는 영어 강의를 듣거나 회사에서 준 책을 읽었다. 퇴근 후에도 내게 주어진 프로젝트를 위해 내달렸다. 그냥 잘하고 싶었다. 잘해내서 이 회사를 쭉 다니고 싶었다. 그 동안 해보지 않았던 것들, 몰랐던 것들을 익혀가며 낮이고 밤이고 쏟아부었고, 결과가 좋지 않을까봐 불안해서 눈물이 터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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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한 달이라는 시간은 내게 최종 합격을 주지 않았다. 영어라는 언어는 내게 너무 높았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만족했다. 최선을 다했고, 기능을 구현하며 많이 배웠고, 분명히 내 스스로는 뿌듯하게 마무리를 했다. 처음에는 보상심리로 내게 일주일동안은 온전한 휴식만 주고 싶었다. 무작정 쉬다가 또 놀다가 또 뒹굴다가 그렇게 몇 개월을 보낸 것 같다.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지고 내가 과연 개발자로 나아가는 것이 맞는가 까지 고민하다 뭐라도 해야겠다싶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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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이전에 기획자로 일할 때 함께 일했던 프로그래머 분께 함께 일하는 것이 어떻겠냐며 면접 제안이 왔다. 한줄기 빛처럼 느껴졌다. 개발이 내게 넘지 못할 벽 같아서, 기획과 개발 사이를 고민하고 있던 내게, 내 개발 실력으로는 들어가지 못할 것 같은 좋아보이는 회사에 면접을 보러오라니?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도 가뜩이나 어려워 죽겠는데 요거 참 잘 된일이 아닐까? 이게 바로 신의 계시?라며 백수 탈출을 꿈꿨다. 면접을 한번 보겠다고도 대답했었다. 면접이 붙는다면 연봉협상도 꽤 잘 될거라는 말을 들었음에도 전화를 끝내고 나는 곧바로 후회했다. 기획자였던 내가 왜 개발을 하려고 했는지가 떠올랐다. 곧바로 면접을 보지 못할 것 같다,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잘 끝내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좋은 기회를 날려버리는 것이 아닐까 계속 고민했는데 결국엔 면접 제안을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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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개발은 너무 어렵다. 배우면 배울 수록 알아야 할 것이 더 많아진다. 내가 아직도 너무 얕은 곳에 있다는걸, 한참 부족하다는 걸 매번 느끼게한다. 그게 나를 너무 작고 볼품 없게 만들다가도 이건 다 배우면 저걸 배워야겠구나,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알려준다. 1년동안 개발에 대해 배우면서 기획에 대한 생각도 함께 넓어졌다. 이렇게 내 시선들을 점점 더 넓혀나가고 싶다. 코드라는 글로 작동하는 기능들이 아직도 내겐 너무 신기하고, 에러때문에 으악! 어떻게해! 하다가 오타 고치고 잘 돌아가는 코드 보며 와! 역시 살기 좋은 세상! 외치는 일이 재미있다. 부트캠프에서 개발을 처음 시작했을 때랑 똑같았다. 할 게 너무 많아서, 다른 사람들이 나보다 너무 앞서나가고 있어서 내가 자꾸 뒤처지고 이 일에 대한 능력이 없다고 느낄 때. 친구가 내게 할게 많다고 느끼는 사람은, 무엇을 해야하는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라고 말해주었던 것처럼.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지에만 집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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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이 된 지금의 나는 2021년과 똑같이 아직 직장이 없는 백수다. 그래도 2021년만큼 도전하고, 고통받지만 성장하는 2022년이 되기를. 스물여덟씩이나 됐지만 내가 더 자라기를 기다려주고, 응원해주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베풀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인스타그램에는 너무 두서없이 쓴 것 같은? 그리고 내가 올 한 해 동안 어떤 일을 보내왔는지 스스로 잘 정리가 되어있지 않다고 느껴져서. 2022년이라는 내게 주어진 시간을 올 한 해만큼 또는 보다 더 잘 쓰기 위해 2021년을 글로 정리해볼까한다.


2021년

1월 - 3월

weeeating이라는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이미 완성된 사이트의 디자인과 기능을 따라했던 클론 프로젝트와 달리 내가 기획부터 배포까지 모두 하게 된 첫 프로젝트였다. 내가 시작한 프로젝트여서 자연스럽게 팀장이 됐고, 기획서나 디자인, 일정 신경쓸 것도 많았고 잘 끝내고 싶은 욕심도 컸다. 백엔드가 혼자라는 막중한 책임감? 부담감 같은 것들을 느꼈다. 특히 DB ERD 설계할 때는 이게 최선인가? 더 좋은 방법은 없는가? 혼자서 하다보니 혹시나 우물에 빠져 놓친 것이 있는건 아닐까?하는 걱정이 컸다. 그래도 나를 믿어주고 열심히 해준 팀원들 덕분에 함께 배포까지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이 프로젝트로 이제 나도 현업에 가서 어떤 문제든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얻게됐다.


3월 - 5월

본격적으로 취준에 뛰어들었다. 노션에 이력서를 쓰고,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로켓펀치, 원티드, 사람인 등 모든 취업 관련 사이트들을 돌아다니며 내가 가고 싶은 회사들을 찾아 리스트를 만들고 지원을 넣었다.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것보다 내가 일하고 싶은 회사를 다니고 싶은 게 가장 컸다. 과거 게임 기획을 하며 게임을 출시하고 내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의 리뷰들을 보았을 때의 그 기쁨과 짜릿함.. 이 지구 상에 있는 행복한 감정은 다 얻은 기분. 그래서 고객사가 아닌 고객이 있는 B2C나 C2C 서비스를 하고 싶었다. 내 성격에 어디서든 열심히 할 거라는걸(..자랑같지만 진짜인걸) 잘 알고있지만 더 재미있게 일하고 싶었던 마음이 큰 것 같았다. 그래서 배울 것이 더 많은 회사! 내가 할 수 있는게 더 많은 회사! 할 것이 더 많은 회사! 더 다니고 싶은 회사! 더 가고 싶은 기업!을 계속 계속 찾아다녔다.
그리고 가고 싶은 회사 중에 한 곳을 찾아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보고, 새로운 시작을 하게됐다.



6월 - 7월

'슬리드'라는 스타트업에 한 달동안 인턴으로 출근했다. 영어로 일하는 것은 새롭지만 정말 ..고난이도...의 경험이었다. 어제보다 한 마디라도 더 해본 날의 퇴근길은 뿌듯했고, 어버버거리며 제대로 말하지 못한 날의 퇴근길은 슬펐다. 정말.. 열심히 살았다고 기억하는 대학교 때보다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이 한 달은 새롭고, 즐겁고, 신기하고, 뿌듯함과 동시에 불안함이 있었던 날들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매 순간 최선을 다했기때문에 프로젝트를 끝낸 날에는 드디어!(ㅋㅋㅋㅋ)소리가 절로 나오면서 뿌듯하면서도 아쉬움도 있다. 프로젝트를 끝내고 우연히 velog에서

구글코리아 면접 후기 포스트를 보게 됐다.

🌮 근처에서 제일 맛있는 타코집을 찾아보세요
예를들어 문제로 면접관이 근처에서 제일 맛있는 타코집을 찾아보세요라고 문제를 냈다고 하자.

이에대한 나쁜 응답과 (구글에서 가이드하는)좋은 응답은 아래와 같이 나뉜다.

나쁜 응답: 네이버지도 켜서 타코라고 검색하고 거리순으로 필터링한 후 맨위에 뜨는 집부터 보면서 별점이 높은걸 골라요.
좋은 응답: "근처"의 범위에 대해서 더 설명해주세요.
"맛"은 주관적일텐데 맛있다의 기준을 어떻게 세워야하나요?
타코집은 메뉴에 타코가 있으면 전부 타코집이라고 가정해도 되나요?
(대답을 다 듣고) 그러면 ~한 ~를 찾으면 되는거군요.
제 생각에는 ~해서 ~하면 될 거같은데 제가 놓친게 있나요?
아 그러면 A방법으로 찾는방법과 B방법으로 찾는 방법이 있어요.
A방법은 ~해서 ~한 장점이 있고 ~한 단점이 있습니다. 반면에 B방법은 ...
(면접관이 B방법이 좋을것 같으니 B로 구현을 시작해보라고함)

나쁜 응답과 좋은 응답을 보며 주어진 요구 사항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질문하면서 내가 원하는 답임과 동시에 상대방이 원하는 것에 대해 접근하는 것을 보며 '내가 그 때 이런 식으로 접근했더라면, 혼자서 고민하는 것을 더 줄이고 내가 더 구체적으로 질문했더라면?' 이라는 배움을 얻었다. 이 한 달동안의 경험이 없었어도 저 글을 읽고 아, 이렇게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했을 수는 있어도 이렇게까지 깊이 공감하고 깨닫지는 못했을 것 같다. 슬리드를 시작하기 전 주변에서 걱정도 있었고, 나 역시도 영어..? 괜찮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어! 새로운 경험! 꼭 가보고 싶었던 회사! 좋아!...영어? 힘들 수는 있지만 나에게 더 좋을 수 있어! 이걸로 내가 새로운 시각을 갖게될거야!" 를 외치며 시작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8월 - 10월

번아웃,, 슬럼프에 빠졌다. 슬리드를 끝낸 뒤 분명 처음 계획은 조금만 숨을 돌리자! 그리고 다시 시작하자! 였는데 어쩌다보니 개태기(개발+권태기)를 느꼈다. 내가 해왔던 프로젝트나 공부들이 그저 그런 것으로 여겨지고, 상실감 같은 것들이 몰려왔다. 내가 개발을 계속 하는 것이 맞을까? 나는 개발에 어떤 재능이나 적성이 없는 것이 아닐까? 이 때 개발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개발을 시작하기 전에는 개발을 어떻게 시작해야할까, 어떻게 공부해야할까에 대한 고민뿐이었는데 이 시기를 통해 내가 정말로 개발자에 길을 걷고싶은 것이 맞는지, 왜 하고 싶은 것인지,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은건지, 앞으로 내가 개발자로서 가져야할 자세들에 대해 나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답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이때 쓴 일기 중 한 부분에는 이렇다.

이제, 지금의 나는 진짜로 개발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걸까?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이 맞는가? 그냥 시작했으니까 해야지 뭐 어쩌겠어의 마음따위는 아니고? .. 개발은 나에게 정말 좋은 도구 같다. 계획하고, 구상하고, 무언가를 만드는 작업을 좋아하는 내게 실행으로 옮겨줄 수 있는, 구체화시킨 기획을 실체화 시켜주는 가장 좋은 도구. 그래서 이 일에 대해 자꾸 욕심이 생긴다. 더 많이 알고싶어지고, 더 많이 배우고 싶어지고. 그리고 멋지잖아! 영어같지만 컴퓨터 언어인 파이썬 코드! 컴퓨터와 내가 대화할 수 있다는 것도! 잘할 수 있는 가?에 대한건 아직 모르겠다. 적성이 잘 맞는가? 찰떡인가도 아직 이 시간들로는 부족하다. 하고 싶은 의지는 분명하다. 이걸로 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네. 나는 다시 시작해야한다. 깃허브 잔디도 다시 깔아주고, 얻은 인사이트들을 정리할 곳도 마련해야한다. 내일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오늘에 최선을 다하자.

이렇게 슬럼프를 지나오게 되었다.


11월 - 12월

자바스크립트를 배우다! NodeJS의 세계로! 프로젝트를 기획하다!

가고 싶은 회사가 생겼다. python 대신 javascript를 배우고 있다. NodeJS를 배워서 프로젝트를 해보기로 했다. NodeJS라니... python django만 쓰던 내가 nodeJS라니! ..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프로젝트를... 회원가입/로그인은 잘 만들 수 있을까 염려는 되지만 일단 해보고 있다. 기획도 틈나는 대로 짜고 있다. 이미 두 번 정도 엎었다. 사이드 프로젝트인데.. 그냥 하지 뭐, 싶다가도 자꾸 욕심이 생기고... 이용자들도 많이 만들고 싶고... 그럼 마케팅도 배워야할 것 같고.. 그럼 창업까지 욕심날 것 같... 일단 눈 앞에 놓인 NodeJs부터..!

2022년이 된 지금의 나는 2021년과 똑같이 아직 직장이 없는 백수(취준생!)다. 그래도 2021년만큼 도전하고, 고통받지만 성장하는 2022년이 되기를. 스물여덟씩이나 됐지만 내가 더 자라기를 기다려주고, 응원해주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베풀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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