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닐라코딩 부트캠프를 마치고

김혜진·2020년 2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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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러 군데 면접을 다니면서 회사마다 다양한 질문을 받는데 하나도 빠짐없이 모든 회사들이 묻는 공통된 질문 하나가 개발을 시작하게 된 계기였다. 준비해두었던 것은 아니지만 자연스레 개발을 접하게 된 계기와 이후의 선택들, 그 결과가 된 현재까지를 가감없이 이야기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리고 그게 나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엥.. 그래서 그게 대체 무슨 연관인데? 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서 어이 없을 무에 코웃음이 쳐질 때가 많다. 하긴.. 뭐.. 대체 서사가 딱딱딱 맞는 삶을 사는 사람들만 존재하기나 할까?

아무튼 여러 번 대답하다보니 프로젝트를 하고, 그것으로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본다는.. 어떠한 결과가 있기에 코딩의 ㅋ과도 관련 없는 삶을 살았던 비전공자의 시작이 궁금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문에 나는 그 시작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는가? 에 있다고 본다. 그리고 그 중심 어딘가에 바닐라코딩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닐라코딩

개발을 하기로 마음 먹고 부트캠프를 알아보았던 순간은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이전 직장의 지점장님과 면담을 하러 가는 길이었는데 좀 일찍 도착해서 3-40분 정도 틈이 났었다. 그때 처음으로 부트캠프 라는 단어를 구글링 했었는데 지점장님이 도착했을 때쯤에 아 나는 바닐라코딩으로 가야겠다. 하고 다짐했었다. 이것도 서사가 없나?

당시 내가 중요하게 여긴 것은 딱 두 가지 였다.

1. 소수정예로 진행되는지

2. 어떤 사람이 가르치는지

바닐라코딩은 그 두 가지를 모두 충족했다. 15명의 인원으로 진행되었고 가르치는 분의 이력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강사가 한 명 뿐이었다.

여러 가지 면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던 것 같다. 가격은 저렴하지 않았지만 여타 부트캠프와 비교했을 때 바닐라코딩이 가장 믿을만 해보였고 후기는 몇 없었지만 비판하는 글도 없고 글 하나 하나마다 진정성이 느껴졌다. 그때가 엊그제 같은데 내가 그런 후기같은 글을 쓰고 있으려니 감회가 새롭다 허허허

9주 과정의 프렙 수업을 먼저 들었는데 그때의 후기는 여기...

쉽지 않았다

코딩은 재밌지만 부트캠프 과정은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다. 힘들었고.. 힘들었다.. 물론 재밌던 순간들도 많았지만 그냥 -100 만큼 힘든 상황에서 -95 정도 힘들었기 때문에 좋았다고 착각하는 게 아닐까 싶다.

테스트 기간을 제외하면 항상 월요일에 과제를 받고 금요일 오후 7시까지 제출하는 스케줄로 진행되었는데 초반에는 과제가 완성되기 전까지 계속해서 마음이 조급했다. 화면이 보이니까 자연스레 다른 사람들의 속도? 를 보게 되고.. 안돼 안돼 하면서도 비교하게 되고.. 거짓말 좀 보태서 과제 제출 전까지는 심장이 1.5배 빨리 뛰었다. 그래서 월화수목은 밥을 먹어도 잠을 자도 코딩을 해도 마음이 편지 않았고 금요일 오후 7시에 과제를 제출하고 나서야 한숨 돌렸던 거다. 그래도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의 정신 건강을 지키기 위해 걱정하지마.. 어차피 금요일의 내가 다 해놨을거야.. 하고 생각하게 되긴 했다. 허허허

부트캠프 중에 너무 힘들어서 떠올리기 싫은 기간이 두 번 있는데 3주 차때 정렬 시각화했던 과제와 프론트 과정 마치고 3일 간 프로젝트 만들어 제출하는 테스트.. 이 두 기간의 기억은 그냥 뭐랄까 그냥 검정색이다. 그때 내 얼굴도 검정색이었을거다. 테헤란로에서 친구 기다리면서도 어딘가에 주저앉아서 컴퓨터를 했었다. 그때 마음 한 켠으로 학부때 컴공과 애들이 체크무늬 셔츠만 입고 슬리퍼 끌고 다닌다고 무시 아닌 무시 했던 것들을 사죄했다...

아무튼 힘들었던 것들을 나열하라면 밑도 끝도 없겠지만 그렇게 힘든 와중에도 계속할 수 있었던 건 매주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체감하면서 제대로 배우고 있다는 사실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유난히 좋았던 점

개인적으로 커리큘럼과 환경에 만족했다.

1. 코드 리뷰

실무에서 개발을 하고 있는 수료생 세 분으로부터 매 과제 제출 후 주말 동안 코드 리뷰가 달린다. 인덴팅 세미콜론 등 기본적인 것부터 실무에서 사용하는 컨벤션이나 리팩토링 해보면 좋을 것들까지 꼼꼼히 봐주시고 참고 하면 좋을 블로그나 문서 등도 알려주셔서 도움이 많이 됐다.

리뷰에 개인적인 취향? 같은 것들이 묻어날 수도 있는데 3명으로부터 리뷰를 받다보니 적당히 그 중간을 스스로 파악하는 데에도 도움이 됐다. 또 다른 사람들의 코드 리뷰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다양한 상황과 그게 맞는 방향도 간접적으로 폭 넓게 접할 수 있어 공부가 많이 됐다.

부트캠프가 끝나면 모든 repo가 닫힌다고 했을 때에도 내 코드는 안봐도 코드 리뷰는 봐야하는데?!! 하고 얘기 했었다.

2. 흥미로운 과제

모든 과제가 어렵긴 했지만 재밌었다. 기본적으로 구현되어야 할 기능들이 상세하게 쓰여져 있어서 퀘스트를 하나씩 깨는 즐거움이 있었고, UX/UI나 디자인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으니 시간이 꽤 들기는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어느 것 하나 빼놓지 않고 모두 애정이 간다. 또 디테일에 신경 썼던 부분들은 이후 개인 프로젝트 할 때에 많은 도움이 됐다.
아 참고로 과제는 매 기수 조금씩 변경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3. 개인 프로젝트

팀 프로젝트나 클론 코딩을 하지 않는다. 백엔드까지 마치고나면 2개의 프로젝트를 하게 되는데 이때 기획 - 디자인 - 개발까지의 과정을 모두 개인으로 진행된다. 부트캠프 시작부터 프로젝트 아이디어 생각해놓으라고 하길래 왜 저렇게 다급한가.. 아직 세 달이나 남았는데.. 했는데 프로젝트 기간이 시작될 때가 되어서야 아.. 아이디어라는 것은 그리 금방 떠오르는 게 아니구나^^.. 하며 왜 그렇게 아이디어 ~ 아이디어 ~~ 하셨는지 이마를 쳤다.

프로젝트 기간에는 모두가 다른 아이디어와 다양한 기술 스택으로 각자의 개발 시간을 가지게 된다. 과제 기간에는 모르면 서로 서로 묻고 도움을 받았는데 프로젝트에서는 이제 안되면 물어볼 사람이 없다... 라는 마음에 두려움이 컸는데 물을 사람이 없으니 자연스레 혼자 해결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프로젝트를 할 때 뿌듯한 느낌이 자주 들었다. 이런 저런 라이브러리 사용법을 알았다기보다는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는 전반적인 방법을 좀 알게 된 느낌이랄까..

아무튼 팀 프로젝트에도 장점이 정말 많겠지만 어차피 협업은 실무에서 많이 할테니 온전히 혼자서 모든 사이클을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이 참 좋았던 것 같다.

4. 바코 코워킹 스페이스

삼성역 부근 사무실이 24시간 열려있어 요일과 시간대 관계없이 원할 때 가서 컴퓨터를 할 수 있다. 이건 부트캠프가 끝난 후에도 유효해서 이전 기수 분들이 퇴근 후에 오시는 경우도 잦았고 나도 수료 이후에 별 일 없으면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 도장 찍듯이 사무실로 가서 이력서도 내고 과제도 하고 그랬다. 바코가 문 닫는 날까지는 삼성역 언저리에 코워킹 스페이스를 한 군데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아 사무실이 있다보니 이전 기수 분들도 꽤 자주 만날 수 있어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고 또 부트캠프 중간 중간 소소하게 이야기하는 자리들이 마련되기도 한다.

 
뭐..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크게 생각나는 것들은 이렇게 4가지 정도이다. 과정을 모두 마쳤을 때에는 수강료로 냈던 돈이 별로 아깝지 않았다. (매우 중요)

구직

11월 말, 프로젝트 데모를 마지막으로 길고 길었던 부트캠프를 수료했다. 끝나면 마냥 좋을 줄 알았는데 또다시 사회로 나가야 한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았다 ㅋㅋㅋ.. 아무튼 나는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 1월 초부터 구직을 시작했다.

처음 이력서를 넣고 회사가 정해지는 데까지 딱 한 달이 걸렸고, 최종적으로 다섯 군데의 회사에서 오퍼를 받았다.

면접을 보며 '개발자'로서 가고 싶은 회사들이 생겨나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고 그런 회사들의 당락에 따라 고통스럽기도 또 넘치게 행복하기도 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회사를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고민하고 고심하다 회사를 정하게 되었다.

공부하는 동안에도 그랬지만 개인적으로는 구직을 하며 다른 부트캠프가 아닌 바닐라코딩을 선택하길 잘했다고 여러 번 생각해서 그 고마운 마음을 조금이나마 표현하고자 이 글을 쓴다.

혹시나 커리어 전향을 고민하고 주저하고 있는 약 10개월 전의 나와 같은 사람들이 글을 읽고 있다면 혹은 모든 기를 모아 에네르기파할 준비를 마친 사람이라면 바코에 상담 한 번 쯤은 가보기 추천한다. 바닐라코딩 홈페이지에서 신청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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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꿀 수 있는 개발자가 되고 싶습니다

3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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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20일

이런곳도 있군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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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21일

후기 잘 읽었습니다? 혹시 현재도 구직중이신가요??

1개의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