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들 사이에서 함께 자라기 책은 너무나 유명해서 이 책을 읽어보진 않았더라도 책 제목 정도는 알고 있는 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추천 도서로도 많이 거론되는 책입니다. 저도 프로젝트를 하면서 추천 받은 책이었어요. 사실 '애자일'이라는 단어, '애자일하게 일한다'는 말은 너무나 많이 남용사용 되어서 이 책의 부제인 '애자일로 가는 길'을 봤을 때 선뜻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계속 인터넷 서점 장바구니에 담아놓기만 했던 책을 이번에 드디어 읽었는데요. 왜 그렇게 많은 분들이 추천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은 자라기
2장은 함께
3장은 애자일
인데요. 이 책은 궁극적으로 애자일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책을 읽고 나면 애자일보다는 일하는 '태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일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인지,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또 그런 조직이 되려면 어떤 게 필요한지 많은 페이지를 들여 설명하고 있는데요. 책을 읽으면서 나는 어떻게 일하는 사람인지, 그리고 내가 일하는 조직은 성장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일을 잘하는 사람이란 '좋은 사람'이라는 결론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 일과 일하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결과적으로 좋은 성과를 따라오게 만드는 것 같았습니다.
이 책의 1장은 '자라기' 즉, 성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개발자로써 개인의 성장에 대해 설명하는데요. 개발자는 평생 공부하는 직업이라는 말, 다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특히 프론트엔드 개발자라면 너무나 빠르게 변하는 기술을 따라가는 것도 쉽지 않죠. 1장에서는 어떻게 공부해야 '성장'하는 것인지에 대해 설명합니다. 그냥 단순히 할 수 있는 것을 많이, 그리고 열심히 하는 게 '성장'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수십 년 동안 전문가가 안 되는 비결, 당신이 제자리걸음인 이유, 뛰어난 선생에 대한 미신, 나홀로 전문가에 대한 미신... 이 책은 이렇게 다양하게 뼈를 때리는(ㅎㅎ) 부제와 함께 사람들이 성장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택하는 방식이 어쩌면 계속 같은 지점만을 맴도는 헛된 노력일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좋은 강사의 강의를 열심히 듣는 것이 성장을 담보해주지는 않는다는 것, 이미 알고 있지만 그래도 좋은 강사, 유명한 강의는 뭔가 다를 거야 라고 생각하는 믿음을 산산히 박살내는 부분과 좋은 기술과 방법론을 배워서 조직에 적용하려고 하는데도 잘 안 되는 이유가 조직원들의 나태함이나 기술의 중요도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조직에서 얼마나 호감을 얻고 있는 인물이냐에 따라 다르다는 부분이 가장 뼈아프기도 하고 충격적이게 다가왔습니다. 우리는 매일매일 사람과 일하고 있지요. 그러니까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가 어떤 기술보다도 중요했다는 사실을 간과하며 일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2장에서는 '함께'를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혼자 일할 수 없으니까요. 개발은 혼자 하더라도 결국 누군가와 커뮤니케이션을 해야만 합니다. 이 장에서는 협력한다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협력하고 업무를 공유하는 것이 더 생산성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길인지에 대해 설명합니다. '나'와 '일'을 분리하는 것, 그리하여 비판과 수정에 익숙해지는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협력할 때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유연한 태도인데, 이걸 잘 알면서도 유연한 태도를 갖기란 쉽지 않습니다. 어떤 상황에선 아주 유연한 사람도 또 다른 상황에선 완고한 사람이 되기도 하니까요. 이 책에서는 경직된 조직과 유연한 조직이 어떤 퍼포먼스의 차이를 나타내는지 다양한 예를 들어 설명합니다. 좋은 조직은 새로운 것에 열려있고, 실패에 관대하고, 잠재적 문제를 지적하고 인정하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부분을 읽을 때 저는 제가 속한 조직이 어떤지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일할 때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 지에 대해서 힌트도 얻은 느낌이었습니다.
또한 실력이 뛰어난 사람들만 모아놓으면 일이 술술 잘 풀릴 것이라는 일반적인 기대도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 대해 설명하는데요. 실력이 뛰어나기만 하고 협력할 줄 모르는 조직보다는 실력이 좀 부족하더라도 협력할 줄 아는 조직이 더 좋은 퍼포먼스를 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따라서 3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애자일'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애자일에 대해 말은 많이 하지만 실제로 애자일을 도입해서 성공하는 조직과 그렇지 못한 조직의 차이점을 설명하면서 애자일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데요. 많은 조직들이 애자일을 도입하고 애자일하게 일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것은 어떤 사람들과 어떤 조직에서 일하느냐 인 것 같습니다. 자 이제부터 애자일하게 일합시다! 라고 억지로 그런 방식을 도입하는 것보다 조직의 체질 자체를 바꾸는 게 더 애자일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지금까지 거쳐왔던 조직과 현재 몸담은 조직, 그리고 나는 또 어떤 사람이었나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다짐했던 것들을 얼마나 오래 지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ㅎㅎ) 자주 꺼내 읽어보면서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