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함이란 단어가 가지는 무게

유찬홍·2023년 8월 27일
13
post-thumbnail

간절함의 사전적 의미


네이버 국어사전에서는 간절함의 뜻을 이렇게 말해주고 있다.
매우 절실하다, 정성스럽고 지극하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살면서 단 한번이라도 간절했던 기억이 있는가?

시작하며

오늘은 내가 간절함을 가지게 된 계기에 대해 말해볼까 한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이름들은 모두 필자가 생각한 가명이다)
나는 대덕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등학교에 다니는 평범한 2학년 학생이다.

학교에 오게 된 계기

학교에 오게 된 계기는 정말, 정말 어쩌다보니 입학하게 되었다.
중학교 때 학교에 계시던 기술 선생님께서 학교를 추천해주셨다.
그때 나는 프로그래밍이라고는 정보시간에 잠깐 배운정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였다.

기술 시간에 빨대와 종이로 작은 자동차를 만들어서, 그 안에 달걀을 넣고 높은곳에서 떨어트렸을 때 달걀을 깨지지 않게 하는것을 수행평가로 봤었는데, 그때 괜찮은 차체를 만들어서 좋은 점수를 받은게 요인이 되지 않았나 싶다.

정말 어떻게 하다 보니 입학 원서도 쓰게 되고, 생전 처음 써보는 자기소개서도 써보며 학교에 지원했던 기억이 난다.

합격

어떤 면접 과정을 거쳤는지도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래서 합격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이때는 내가 이 학교에 가고싶다는 간절함도 없었고, 머릿속에는 그냥 기타 치고 롤하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학원도 안다니고 그냥 160~170명정도 있는 중학교에서 내신 30%대 초반만 유지하며 미래에 대한 생각이라고는 1도 없이 지냈던 것 같다.

합격 이후

합격 발표가 난 이후에도 딱히 뭘 준비하거나 하진 않았다. 오히려 남은 기말고사를 안본다는 생각에 더 놀고 다녔다. 하나 잘한 짓을 골라보자면 기말고사 준비를 하는 친구들에게 내가 아는 지식을 알려줬다는 점.
덕분에 평소에 국어 30점대를 맞던 친구가 80점이 되었고, 과학 85 이상을 목표로 하던 친구는 목표를 이루고 나한테 고맙다고 했다.
하지만 정말 나는 준비한게 하나도 없이 개학식 날 학교로 갔다.

학기 초

학교에서 C를 처음 배웠다. 처음엔 그래도 따라갈 만 했었던 기억이 난다.
변수를 선언하고, 값을 넣어주고, 사칙연산을 하는 등 프로그래밍이 쉽다고 생각했다.

하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전공과목과 함께 일반과목을 챙기기가 너무 어려운 것이였다.
살면서 예습을 한번도 안해본 사람으로써 고등학교 시험은 중학교때랑 많이 상반된 부분이 있었다.

더군다나 프로그래밍도 더 깊게 들어갈수록 점점 어려워졌다.
이중for문으로 별찍기를 하는것은 정말 머리가 아팠다.
수업을 들으면서 설호와 함께 같이 구현하고 있었는데, 정말 어려워서 자퇴를 고민한적도 있었다.
아직도 피라미드 별찍기는 그때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시험범위에 재귀함수도 들어갔었는데, 이때는 정말 울고싶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지, 설명을 들어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때도 나는 간절하지 않았다.

전공 동아리

우리 학교에서는 한명당 하나씩 들어가야 하는 전공 동아리가 있다.
AI를 공부하는 동아리, 앱 개발을 공부하는 동아리, 학교 시스템 개발을 위한 동아리 등등 학교에서 하나씩 주축을 담당하고 있다.

입학한지 1주일 정도 지났을 때, 선배님들이 오셔서 각 전공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안드, iOS, 백, 프론트, 임베디드, 정보보안 등등 많은 분야에서 알려주셨지만, 내가 필요한것을 내 폰에 만들수 있다는 앱 개발의 설명을 듣고, 앱 개발 동아리에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동아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면접에 통과해야하지만, 나는 아쉽게도 떨어지고 말았다. 차선책으로 다른 동아리 신청도 넣어놓지 않아서 대기 상태로 반에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어쩌다 보니 새로운 동아리에 들어가게 되었다.
3학년 선배 4명(안드 2, BE 1, FE 1)으로 구성된 동아리였지만, 모종의 이유로 안드 선배님과 백엔드 선배님이 동아리를 나가게 되었고, 나름 동아리 내에서 여러가지 전공을 체험 후 안드로이드로 결정하게 되었다.
하지만 선배님들도 취업 준비를 하느라 동아리에 있는 시간이 줄어들게 되면서 아쉽게도 멘토링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

혼자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길러야 했지만 나는 이때도 심각성을 모르고 간절하지 못했다.

알고리즘 경진 대회

그렇게 학교생활을 보내던 중, 학교에서 알고리즘 경진대회라는 교내 대회를 열었다. 7개정도 알고리즘 문제들을 주고, 빠른 시간 내에 많이 푸는 사람이 우승하는 플로우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그때 당시 나는 한 문제도 풀지 못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C언어 4개월, 그것도 천천히 배운 학생들이 그 당시 쌩으로 LIS문제를 푼다는건 일차함수까지 배우고 미적분 문제에 도전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이 대회는 그냥 2~3학년 선배님들이 상받겠구나~ 하고 포기했지만, 한 1학년 친구가 폭발적인 그래프를 보이며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하는 모습을 보고 상당히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그 친구의 이름은 은빈이였다.

은빈이는 오히려 2~3학년 선배님들보다 더 많이, 7문제중 6문제를 풀었던걸로 기억한다. 단순히 그 모습이 멋있어보여서,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대회가 끝난 후 바로 알고리즘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은빈이의 추천으로 백준으로 PS에 입문했다)

1일1문제를 한지 한 달이 지났을 즈음, 간절함보다는 습관이 점점 생기기 시작했다.

하루 일과에 알고리즘 문제를 푸는것이 추가가 되었고, 덕분에 공부하는 시간이 더 늘어나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간절하진 않았다.

팀 프로젝트

안드로이드를 조금 늦게 시작한 나로써는 같이 팀 프로젝트를 해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에 고맙다는 감정을 느꼈다. 연우라는 친구와 함께 간단한 투두리스트를 만들 생각이였다. 하지만 나는 안드로이드를 배우기 전에 자바를 배워야 한다는 것을 몰랐고, 그래서 그런지 안드로이드를 하는것이 너무 힘들었다.

나중에서야 연우가 "아니 아직 자바도 안배웠다고?"를 말했을 때 그때서야 자바의 필요성을 알았다.

다른 친구 두 명이 추가되어서 안드 3(디자인 1) 백엔드 1로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실력이 부족해서 공부를 하면서 하고 있었지만, 이해가 되질 않았다.

결국 나는 프로젝트에서 하차하고, 방학때 자바를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계기가 있었기 때문에 조금은 간절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간절하다는 말을 쓸 정도로 간절하진 않았다.

전공을 바꾸게 되다

안드로이드를 선택 후 공부하다가 플러터라는 프레임워크를 발견했다. 하나의 코드로 안드로이드와 iOS를 둘 다 할수 있다는 말을 듣고 왜 이걸 안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드로이드를 공부하면서 아주 약간..? 플러터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한 8 : 2정도로 했던 기억이 난다. (안드 8)

하지만 플러터를 조금씩 공부하다보니 안드로이드보다 재미있었고, 안드와 플러터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
결국 방학이 끝나고 나는 전공을 바꾸게 되었다.

다른 친구들보다 한 학기는 더 늦게 시작한만큼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점점 "간절함"이라는 단어에 가까워지는 시점이였다.

알고리즘 공부

막연히 하루에 하나씩 풀기엔 점점 풀 문제가 없어서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브론즈5짜리 출력문제나 풀고 있는 나를 보고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하루는 막연하게 좀 빡센거 해보자면서 알고리즘 공부법을 검색했다. 그 글에서는 dp를 추천해줘서 dp에 대해 열심히 공부 후 dp 문제를 도전했다.

내 첫 dp 문제는 "부녀회장이 될테야"라는 문제이다. 아직도 그 문제 번호는 2775인게 기억이 난다.

정말 노트를 꽉 채울만큼 어떻게 접근해야 하지? 라는 생각만 2시간동안 가만히 앉아서 하고있었다.

결국은 규칙을 찾아서 문제를 풀었지만, 처음엔 현타가 상당히 쎄게 왔다.

"브론즈 문제에 이렇게 고민을 해야한다고?", "도대체 그 위는 어떤 문제들이 있는거지?", "난 이것밖에 못하나?"같은 생각들로 머리가 가득 차있었고, 자존감이 극도로 낮아진 상태에서 은빈이에게 dm을 보냈다.

오히려 은빈이는 그게 정상이라며 나한테 답장을 해주었다.

PS는 정신력으로 승부보는것이라는 좋은 가치를 알려주었다.

이때 이후로 다른 알고리즘도 공부하며 어려운 문제를 풀었을때는 인스타 스토리에 성공한 사진을 올리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은빈이가 하트를 달아준 기억이 난다.

어느날은 심심하면 그래프도 풀어보라면서 MST와 벨만포드 문제를 알려준 적이 있었는데, 한번 구경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열었다가 문제 수준이 엄청난걸 보고 겁이 났다,,

심심하다고 풀 문제가 아닌것 같은데 이런걸 심심할때 푸는 은빈이는 정말 어떤 아이일지 생각하며 나도 은빈이처럼, 어쩌면 은빈이를 넘을정도로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에 꽂혀버렸다.

주말에는 새로운 알고리즘을 공부하거나 복습을 하고, 평일에는 주로 활용하는 느낌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PS에 대해 정말 간절해지는 순간이였다.

바뀐 전공에 적응하기

플러터로 바꾼 후 나는 다른 친구들처럼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미친듯이 서버연동만 엄청 팠다.

get, post, put, delete, 모델 만들기, JSON 파싱하기 등등 밥도 포기하고 서버연동에만 몰두했다.

간절함이라는 단어를 쓸 정도로 간절한 순간이였다.

(사실 지금 보면 되게 쉬운데 그때는 그게 그렇게 어려웠었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어찌저찌 한달정도 지나고 보니 적당히 어떤 JSON도 파싱할 줄 알게 되고, 클론코딩도 하며 뷰도 적당히 짤줄 알게 되었다.

비록 엄청난 실력을 가지게 된 건 아니였지만, 간절함이 이루어진 순간이였다.

1일1솔 1년차


은빈이를 보고 반해서 시작한 1일 1백준이 어느덧 1년을 찍었다.(현재는 371일)

은빈이 덕분에 백준을 풀기 시작해서 PS에 관심이 생기고, 공부습관이 들어서 전공 공부도 더 열심히 하게 되고, 다양한 알고리즘 문제를 풀기 위해 공부하게 되었다.

고마운 마음이 들어서 은빈이에게 감사 인사를 보냈더니 이런 답장을 해줬다.

1년동안 1일 1솔을 이어왔다는 건 어떤 계기가 있었든 너의 노력으로 이뤄낸 멋진 결과라고 생각해. 나는 알고리즘을 너처럼 꾸준히 공부했던 편은 아니라서 그렇게 봐주는 게 너무 부끄럽네.. 오히려 나도 네가 알고리즘을 좋아하는 것처럼 좀 더 공부에 애정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했어.
네가 나로부터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느낀다는건 내게도 정말 고마운 일인 것 같아. 내가 네가 바라보는 것 만큼 엄청난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괜찮은 점이 분명히 있다는거겠지? 성찰할 기회를 줘서 정말 고마워. 그리고 너도 다른 친구들에게 좋은 자극을 주고받을 수 있을만큼 멋지다고 생각해.
내가 얼마나 바쁘게 보였는진 모르겠지만 인사할 시간도 없을 정도로 조급한 사람은 아니니까, 마주쳤을 때 인사는 꼭 하도록 하자..ㅎㅎ 내가 알고리즘 공부를 다시 하게 되면 꼭 너한테도 말하러 갈게.
앞으로도 뭐든 열심히 공부하면서 잘 지내길 바랄게! 🙂

이 메시지를 받자마자 그냥 생각이 났다.

직접적인 동기부여는 아니였지만 어떤 계기보다 더 직관적이였고, 수동적으로 간절해지는게 아니라 능동적으로 간절해져야만 한다고 다짐했다.

현재

내용 흐름과 자연스럽게 이어지진 않지만 나는 지금 Flutter에서 microfeatures architecture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다.

누구보다 더 간절하다고 말할 수는 없어도 살면서 내 어떤 시간보다도 지금이 가장 간절하다고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새벽 3시에 자고 6시에 일어나고 공부하다가 꽂히면 점심을 안먹을때도 있고 가끔씩 정신이 나갈때도 있지만, 나는 간절한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다.

물론 백준도 하루에 하나씩 풀고 있다. 주로 아침에 일어나서 푸는 편이다. 이제는 그냥 루틴이기 때문에 이게 걸림돌이 되거나 하진 않는다.

비록 간접적이지만 나를 이렇게 만들어준, 어쩌면 첫사랑보다도 더 잊을수 없는 고마운 친구인 은빈이에게는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살고 있다. ^_^

마지막으로

시간 순서가 100% 일치하진 않지만 간절함을 갖게 된 계기만 잘 전달돼었으면 좋겠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진 모르겠지만, 읽고 나서 조금의 변화라도 있었으면 그것만으로 만족한다 ^^7

간절함이란 단어에서 오는 간절함의 무게를 아는 사람은, 언젠간 꼭 원하는 바를 이룰 것이라고 믿는다.

profile
재미없는건 안 합니다

8개의 댓글

comment-user-thumbnail
2023년 9월 10일

멋있어요.. 🥲 전 간절한게 아직 뭔지 모르겠어요

1개의 답글
comment-user-thumbnail
2023년 9월 13일

좋은 글 감사합니다. :)

1개의 답글
comment-user-thumbnail
2023년 9월 19일

1일1백준 본받고싶어요..!

1개의 답글
comment-user-thumbnail
2024년 3월 31일

멋있습니다. 글 읽어보니 저는 간절한 '척'을 했던게 아닌가 싶네요. 저도 좀 더 간절해지도록 하겠습니다. 파이팅입니다!

1개의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