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호호, 윤가은

제로·2023년 1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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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호호

산문집
지은이 : 윤가은
출판사 : 마음산책
발행일 : 2022. 2. 5

윤가은

이 책의 지은이 윤가은은 영화 <우리들>을 연출한 영화감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나온 작품 5편 중 찾아보기 힘든 <사루비아의 맛>을 제외한 나머지 작품을 전부 봤을 정도로 윤가은 감독을 정말 좋아한다. (영화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그건 나중에 포스팅 하는 걸로!) 신작 개봉이나 영화제를 통해 GV를 참여하면서 만난 감독님은 매번 그 공간을 기분 좋게 만들어 주던 감독님이라 감독님의 산문집은 어떨지 정말 궁금했다. 아니다 다를까 책 <호호호>를 펼치자마자 빵 터졌고, 보는 내내 아이처럼 깔깔 웃고 또 웃었다.

1.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하기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하는 게 부끄럽거나, 혹은 더 있어 보이기 위해 내 마음속 대답과는 다른 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요즘 어떤 드라마를 보냐는 질문을 받으면 <재벌집 막내아들>을 본다고 말하긴 쉽지만 <유희왕>을 본다고 말하긴 좀 그렇다. (참고로 실제로도 왓챠를 통해 방영 중인 <유희왕>을 보고 있다..!) 좋아하는 걸 숨기다 보면 내가 조금씩 작아지는 느낌이 들고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을 까먹기도 한다. 괜히 남들이 많이 하는 것을 하려 하거나, 필요해 보이는 것들을 하려다가 금방 포기하는 상황도 많이 생긴다.
<호호호>를 보면 감독님이 좋아하는 영화, 드라마, 상황들, 행위 등 다양한 것들을 솔직하게 말해주는데 정말 귀엽고 사랑스럽고 웃기다. 별거 아닌 것들도 마음껏 좋아하는 게 어린아이 같기도 하고, 그렇게 많은 것들을 좋아하는 마음이 너무 예뻐서 내 기분도 가득 좋아진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작고 소중한 것들을 계속 생각해보게 된다.

2. 모험은 그렇게 시작됐다

꼭 여름이 너무 좋아서 그런 건 아니지만 이상하게 영화 촬영은 항상 여름에만 하는 감독님, 그리고 여행 갈 때마다 문방구를 들러 이런저런 문구와 만화책을 모으는 감독님의 이야기를 보니 문득 강릉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고민이 많아서 생각을 정리하거나 새로운 시작이 필요할 때면 혼자 여행을 가곤 한다. 특히 강릉을 좋아하는데, 최근엔 매년 2번씩은 강릉에 갔던 것 같다. (지금도 강릉에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강릉에 여행가서 바닷가에 가보고 커피 거리에서 커피를 마셔본 적이 거의 없다. (사실 이번 여행에서 1번 가본게 처음이다.) 아니 그럼 그동안 바닷가를 안 가고 커피를 마시는 게 아니라면 강릉에서 뭘 했냐고? 그냥 신영극장에서 영화 보고, 고래책방에서 책보고, 칼국수 먹고, 계속 걷고.. 이럴꺼면 강릉을 왜 가는지 싶겠지만 나는 그냥 강릉이 좋고 내 방식대로 강릉을 즐길 뿐이다. (뭐 어때!)
<호호호>를 보면서 가장 놀랐던 부분이 있는데 바로 "그런 취향 Part2" 이다. 나만의 이상한 리스트를 만들어 혼자 펼치고 혼자 즐기는 '나홀로 앙케트 쇼'를 한다고 했는데, 나랑 정확히 똑같다! (나는 심지어 그 아이디어로 앱을 만들려고 기획, 디자인도 했었다. 물론 개발하다 지쳐서 그만뒀지만..) 감독님이 책을 통해 '좋아한다고 소리 내어 외친 적은 없지만 사실 많이 좋아했던 작품들'을 소개해 주셨는데 나도 같은 주제로 하나만 써보려 한다.

번외. 좋아한다고 소리 내어 외친 적은 없지만 사실 많이 좋아했던 작품들

그건 바로 영화감독 '정가영'의 작품들! <혀의 미래>라는 혁신적인 작품으로 정가영 감독에 입문, <비치온더비치>를 거쳐 <조인성을 좋아하세요>까지. 특히 <조인성을 좋아하세요>를 볼 때는 보는 내내 손을 모아 긴장한 상태로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 낄낄댔다. 정가영 감독의 작품을 좋아하는 게 부끄러운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막 소리치며 말할 것까진 아니고.. 그치만 사실 많이 좋아하는 작품들이다.

3. 오직 걷기 위해서

걷는 것을 좋아한다. 어딘가를 갈 때 도보로 한 시간 이내라면 어지간하면 항상 걸어서 다닌다. 여행을 갈 때는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라면 그 지역이 머릿속에 그려질 때까지 항상 걸어 다니곤 한다. 항상 목적지를 설정해두고 걷는 것은 아니다. 왜 걷는 것을 좋냐 하면 이유를 생각해내기 어려웠는데,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해낸 감독님의 이야기를 통해 그 답을 알게 되었다.

길을 끝까지 걸어서 도착해야만 만날 수 있는게 행복이라고 착각했던 것도 같다. 오랜 시간 걸으며 깨달은 유일한 것이 있다면, 행복은 도착지에 있는 게 아니라 길 위에 있다는 진실이었다. 목표한 곳에 도달하기도 전에, 때론 목표한 곳 없이 떠돌아다녀도 나는 단지 걸을 수 있어 행복했으니까.

걷는 것도, 어떠한 목표를 이루는 것 모두 똑같은 것 같다. 목적지에 다다르는 것 보단 길 위를 걷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거였다. 내가 길 위에 있고,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즐기고 있다면 그 행복을 충분히 즐기면 되는 거 아닐까?

도서 총감상

<호호호>를 읽으며 바뀐 태도가 있다. 영화나 드라마, 혹은 무언가를 경험할 때 싫어하는 것을 찾기보다는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것이다. 무언가를 싫어할 이유도 많지만, 그것만큼 좋아할 이유도 많다. 좋아하는 이유를 많이 생각해내면 좋아하는 것들이 더 많아지고 내가 훨씬 행복해진다! 힘들 때 하나씩 꺼내 보며 웃을 수 있도록 좋아하는 것들로만 똘똘 모아 내 안의 어린 마음을 채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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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는 것을 좋아하는 게으른 개발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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