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바라고 바라던 쉬는 수요일이 도래했다! 늘 월,화,목,금,토 일하고 수,일 쉬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라는 생각을 하고 살았는데 드디어 수,토,일 3일을 쉬는 주가 드디어 온 것~
열심히 늦잠을 자고 11시에 일어나 누운 채로 열심히 게임 출석과 유튜브를 시청했는데 약 1시쯤이었을까, 이 휴일을 집에서만 보내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그래서 미루고 미뤄왔던 택배 박스의 송장을 떼고 차곡차곡 정리를 하는데 그 속에 동생이 받아둔 캐링백을 발견했다.
그래 자전거나 타볼까?
생각이 슬그머니 올라왔고 바로 날씨가 괜찮은지 확인을 위해 가볍게 산책을 떠났다. 하늘은 맑고 미세먼지도 심하지 않으며 평소에 비해 사람이 많이 보이지 않아서인지 모든 것들이 예뻐보였고 이 휴일과 멋진 날을 잠으로 놓치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동생한테 오늘 인천 찍을래?
제안했지만 오늘은 집에서 쉬고싶다는 답이 돌아와 혼자서라도 가봐야지 싶었다. 그래도 밥은 든든하게 먹어야하니까 아점으로 국밥을 같이 먹으러 가려했다.
밥먹고 다이소 갔다가 서로 집이나 자전거길 가기로하고, 열심히 준비물 리스트를 적은 뒤 바리바리 챙겼고, 친구들한테도 자전거 오늘 인증 찍으러간다고 전했다. 아니나 다를까 대학생 때 내 국토종주 제안을 넘기던 동기가 왜 안데려가냐고 난리가 났음..
최근 자전거를 사고 수첩을 구매하고 친구들한테 자전거에 진심임을 어필했다가, 친구가 자기랑 같이 가야한다고... 난리났다.
잠시 뜬구름이겠지 싶어 잠잠해지길 바라며 톡을 늦게봤는데
다시봐도 얘도 참 대단하다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음..
처음엔 목표가 인증센터 4개 찍고 집으로 돌아오기였고, 무엇을 챙겨야할지 리스트를 나열해보았다.
그 중에서도 인주
는 인증 도장을 찍으려고 할 때 잘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어서 챙기는 것을 추천한다는 글을 봐서 넣었고, 수건은 땀 흘릴 때나 안장의 충격을 완화하고자 챙겼다. 그리고 캐링백은 지하철 등의 대중교통을 탈 때 자전거를 접어서 넣어야하니까 챙겼지.
저 지도는 아직 열어보지 않았는데 후기들을보면 국토종주 꿀팁들을 담아놓았다고 했다. 오늘은 아라자전거기만 갈테니 굳이 열어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음.
그렇게 자전거는 분해해서 캐링백에 넣고, 배낭에 다른 준비물들을 챙겨 국밥집으로 향했다. 의도치 않게 2층에서 주문하고 먹어야하는 형태여서 열심히 팔운동 했음.
그렇게 테이블에 앉아서 나는 선지해장국, 동생은 육개장을 주문했다.
그러곤 친구들한테 캐링백을 찍은 뒤 이게 뭐게
라 보냈는데, 최근에 가방 계속 안챙기더니 드디어 챙긴거냐며 칭찬을 들음(??)
이 사이즈가 어떻게 내 가방처럼 보일 수가 있지 싶어 자전거 가방이라 말하니, 저 크기에 어떻게 자전거가 들어가냐 라고 답하더라.
내가 사진을 좀 잘못찍었나 싶어 크기 비교하라고 손이랑 같이 찍어보냈더니 바로 납득함
잘못 찍은건 맞는 것 같다 ㅋㅋ
그러다보니 음식이 나왔고 든든하게 한그릇 했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배가 줄은건지 밥 3분의 1 공기에 국 3분의 2 정도 먹었다.
충분히 든든한데 동생이 왜 이렇게 못먹냐고 이상하게 쳐다보다가 내꺼 좀 더 먹어줬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국밥이 밖에서의 마지막 끼니일 줄 몰랐지
도장 인주는 집에 없어서 동생과 함께 다이소를 들러서 샀다! 파란색이 좋아서 파란 인주로 사고, 입이 심심할까봐 아이스쿨을 샀는데 자기도 파란색샀다고 들이밀길래 또 찍었음. 근데 확실히 파란색이라서 예쁘다(?)
자전거가 있으니 가능한 대중교통은 지하철을 애용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루트를 검색해보니 집에서 신논현역
까지만 가면 9호선 급행에 공항철도 타고 도착할 수 있었다.
그래서 우선 신논현역
까지는 자전거로 타고 갔고 자전거를 분해해서 캐링백에 담은 뒤 지하철에 오르려 했는데...
왜 여긴 로비나 광장이 없는가
의자 하나가 없어서 어쩔수없이 교보문고 앞에서 분해하고 담았다.
아무튼 이제 출발할 수 있다!
사람이 생각보다 많아서 캐링백을 들고 탈 수 있을까 고민을 좀 했는데, 다행히 문쪽에 자리가 비어서 캐링백을 다리사이에 끼운 채로 탔다.
원래는 지하철의 벽쪽에서 있는게 맞지만,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이 쇳덩어리를 들고 가는건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다칠 것 같았다. 그래서 입구에서 조신하게 있기로 했지.
급행이라 빠르게 갈 수 있었고 가양역
이 되니 사람들이 우르르 내려서 한숨돌리고 드디어 앉을 수 있었다!
그렇게 김포공항까지 가서 환승하려면 어디로 가야할지 눈으로 열심히 스캔하고 있었는데, 급행의 종점이라서인지 내리자마자 앞으로 걸어가기만 하면 인천 국제공항 방면으로 바로 탈 수 있었다!
교통 너무 좋자나~
여기도 종점은 아닌 것 같은데, 사람이 많이 타지 않아서 의자에 앉은 채로 청라국제도시역
으로 향했다.
그렇게 도착을 했는데, 아뉘 여기 개찰구까지 왜이리 먼거야ㅜㅜ
계단으로 올라갔다가 평지 에스컬레이터 2개를 만나고 다시 내려오는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개찰구인데 거의 수서역 같았다..
이때부터 슬슬 물이 간절했는데 개찰구 바로앞에 파리바게트와 GS25가 있었음! 그래서 바로 1+1 토레타를 사고 거의 한통을 비울듯이 마신 뒤에 자전거를 다시 조립했다.
집에서 아르기닌 한 알 삼키고 물에다가 BCAA를 타왔었는데 역시 수분 채우는 건 토레타가 갑이다 라는걸 다시 느꼈음.
와 자전거로 11분 밖에 안걸려!
너무 신나서 폰에 지도를 켜두고 나아가고 있었는데
철커덩...탕!
왜지 뭐지?
왜 자전거가 앞으로 나가질 않지.. 마치 뭐에 걸린 것 처럼..
정말 이 때 순간적으로 멘붕이 왔음.
이제 출발인데 자전거가 왜 말썽이지?
캐링백 안에서 자전거가 있다가 어디에 치여서 뭐가 빠졌나?
아... 설마 나 여기서 돌아가야하나...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자전거 수리점을 검색해봤는데 가장 가까운게 자전거로 17분, 도보로 1시간 7분...
그런데 참 어이없게도 정처기 공부하다가 봤던 요구사항 분석 키워드가 떠올랐다.
결은 다르지만.. 이것도 원인을 뜯고 분석해보면 잘 굴러가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고, 이때부터 자전거의 동작원리를 하나씩 만져보며 파악하려 애썼다.
그러다, 내 자전거의 체인이 큰 기어 중 가장 안쪽에 걸려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게맞나..
내 자전거가 7단까지 조절 가능한데, 기어도 7개가 맞나? 싶어 세어봤고 정확하게 7개였다!
그래서 체인을 잡고 옮겨야겠다 싶어 만졌는데 기름같은 검고 미끌한 것이 묻어나왔다. 역에서 출발하기 전에 휴지를 좀 챙겨가고 싶었는데, 이게 여기서 쓰이네 하며 힘을줘서 체인을 분리했고 가장 큰 톱니에 체인을 끼우려 애썼음.
하지만 큰 체인에 걸기엔 밑에있는 작은 톱니의 방향이 맞질않았는데, 저 작은 톱니가 기어로 직접 제어하는 부분이라 생각해 기어를 조절해보니 정말로 그 아이가 앞과 뒤로 움직이는게 보였다!
그래서 가장 안쪽으로 위치시킨 후 다시 체인을 걸어보니 예쁘게 들어갔고 그제서야 페달이 앞으로 돌아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짐을 내려놓았던 그 기둥을 기점으로 테스트를 위해 빙글빙글 돌아다니고, 페달에 세게 힘도 줘보고 브레이크도 잡아보는데 잘 돌아갔다!
그제서야 한숨 돌리고 다시 아라서해갑문으로 떠날 수 있었음
인천이고, 도로 공사때문에 도로에 차가 단 하나도 없었다. 높은 건물도 없고 드넓은 평지에 차도조차 한적하니 이건 못놓친다 싶어 횡단보도 한 중간에서 사진도 찍어보고 풍경을 열심히 남겼다.
그러다 어느 기점을 넘어가니 차와 자전거가 한두대씩 보이기 시작했고, 자전거 도로라 부를 수 있는 붉은도로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붉은 자전거길을 따라 직진하다보니 멀리서 빨간 전화국 부스가 보였다.
드디어 첫 인증인가!
신나게 페달을 밟으며 올라가는데 제대로 온몸을 자전거 용품으로 세팅하고, 좋은 로드바이크를 탄 채로 나아가는 사람들도 보였다.
저 사람들도 이 좋은 휴일에 좋은 풍경을 보러 나왔구나~
나와 같은 마음인 것 같아 한겹 마음이 더 붕뜨며 터널 입구같은 문을 넘었다!
확실히 인천이다.
바닷내음이 향긋하게 나고, 가족들끼리의 산책이 자주 보이는.. 그리고 바다와 풍경 그 하나도 놓치지 않은 아름다운 이곳.
그래서 예전부터 나의 첫 자취는 인천으로 하고 싶었는데
현실은 SSAFY
로 인해 강남에 살고있네... 쩝
아무튼 자전거를 빌미로라도 이곳에 다시 발을 들여놓을 수 있어 기분좋은 설렘이 가득 차올랐다.
특히나 노을진 이 풍경 속 내 자전거와 인증부스라니...
오히려 이 시간대에 온 것이 감사할 정도였다.
그렇게 인증센터로 들어가 도장을 쾅 찍는데,
사람들이 많이 다녀갔는지 도장이 많이 헤져있다.
무슨 모양인지 조차 감이 잡히지 않았는데, 사이버 인증으로도 찍어보니 배였음을 알게되었음.
도장 교체좀 해주지.. 이렇게 이쁜 도장인데 힝
2024년 05월 01일 수요일 (근로자의 날)
오후 6시 27분
첫 인증센터 "아라서해갑문" 인증
출발선의 웅장함과 풍력발전기의 우아한 회전에 빠져들며 한동안 경치를 감상했다.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모습을 담아 gif
로 간직하고 싶어 집에와서 편집했는데, 용량이 자꾸 커 업로드가 불가하다는 alert를 보아 여러 방법들을 동원해 낮춰놨더니 칙칙한 하늘이 되었다..
gif 너무 깨지네..
그치만 이 자체로도 예쁘고, 내 눈엔 원본을 담았으니까 난 만족한다
그렇게 길을 따라가다보면 정말 다양한 풍경들이 보인다.
조금 더 갔을까
바다에서 파도가 잔잔하게 치는 소리가 들리고, 노을도 예쁜 곳이 있어 자전거를 내려놓고 셀카봉을 쥐어들었다.
이 셀카봉은 싸피 웰컴키트 때 받아놓고 이제서야 쓰는 것..
생각보다 나오는 화면이 괜찮다!
덕분에 감성샷도 찍고 맘에 들었으~
오늘도 해를 잡아보려 애쓰지만, 흘려보내고 조금 더 발걸음을 재촉했다.
잉 가다보니 봉수대가 있다?
너 왜 여기있냐
봉수대를 보니 역사를 좋아하고 잘 기억하던 친구가 생각났다.
공무원 화이팅이라구!
그렇게 고요하고 자연의 소리만 들리던 구역을 지나가다 갑자기 한둘씩 걷는 사람들이 보이고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다.
술을 놓고 떠드는 소리인 것 같기도 하다 라는 생각을 할 즈음.. 정말로 그런 곳을 발견했다.
여기 왔을 때는 조금 어두워서 건물이름을 못봤는데 다시 검색해보니 서해5도 수산물복합문화센터였다.
여기가 신기했던 이유는 사람들이 많아서도 아니고, 테이블에서 다들 밥을 먹고있어서도 아니었다.
왜 수산시장이 있냐고 ㅋㅋ
인천 앞바다에서 경치를 구경하며 먹는 회라... 낭만있네
화장실만 들르러 내렸는데 생각보다 본격적으로 팔고 있었다. 구경하러 들어가니 바로 앞에있던 사장님이 방금 썰어 나온 모둠회를 권했다. 그런데 모둠회에 연어가 왜 3피스 뿐인 것 같지..
개불과 해삼 더 넣어주겠다는 말 뒤로 동생이 연어를 좋아하는데 모둠회에 연어가 더 들어간 구성은 없어서 아쉽다고 말씀드렸는데
그러자.. 사장님이 잠시만! 을 외치며 방금 썰어 랩으로 싼 회 접시를 다시 벗겨내고 연어의 뱃살 부위 방금 썰어서 나온건데 이걸로 더 넣어주겠다며 한주먹 정도를 다시 썰어서 담아주셨다!
오.. 이건 사야지를 외치며 2만원을 결제했는데 사장님이 서비스로 뭘 더 넣어주셨다고 하셨다.
그냥 회 짜투리 몇점이겠지 싶었는데 집으로 돌아가서 보니 좀 더 뭔가 많았던...!
못 믿어서 죄송했습니다 ㅎㅎ
사온 회 접시를 그대로 들고갈 수가 없어서 어쩔수 없이 배낭에 세로로 넣어 두었다. 랩이 있으니 덜 흐르지 않을까, 흐르더라도 랩 안에 머물러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가방 속에 넣었지. 하지만 넣을 때 토레타 두 통이 있어 회접시가 예쁘게 들어가질 못해서 남았던 한병을 비우고 다른 한병은 챙겨왔던 텀블러에 담은 뒤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노을이 순식간에 졌구나.. 어느샌가 깜깜해진 하늘을 보며 시간과 함께 나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사실 이 때 빛 축제처럼 조명으로 예쁘게 꾸며놓은 것들이 많았는데 너무 어두워지면 나의 조명없는 자전거로 운전하기가 힘들 것 같아 서둘러서 이동했다.
그러다.. 으스러질듯한 안장통에 점점 버거워져서 혹시몰라 가져왔던 수건을 안장에 얹어두었다.
수건 안들고 왔으면 이 길 못지나갔다 진짜..
그렇게 열심히 표지판이 알려주는 곳으로 따라가다가 당황스러운 길을 발견했다.
이때까진 거의 직진과 약간의 커브길이어서 잘 왔는데 이 길 어떻게 가란 소릴까..?
붉은 자전거길을 그대로 따라가던 다른 자전거들을 뒤로한 채 우회전을 했는데 여긴 자전거길이 없었다.
약간 당황스러웠는데, 생각해보니 앞으로 더 갔다가 오른쪽으로 꺾으라는 말 같아서 그렇게 해보기로 하고 더 나아갔는데 다행히 다른 표지판들이 이 길이 맞다는 듯 인사해주고 있었다.
그렇게 오른쪽으로 꺾으니 물류센터가 상당히 많다.
쿠팡부터 마켓컬리, 대한통운 등 정말 많고 큰 규모의 건물들이 보였고, 다니는 차량들도 하나같이 짐을 실을 수 있는 차량들이었다.
물류센터가 많은 곳에 오니 차도 다 물류 차량들로만 보이는 것을 보고 속으로 신기하다고 생각하며 열심히 페달을 돌렸다.
길을 가다가 자전거를 한두번 타본 사람이 아닌 자전거 무리를 보았다. 네분이서 다 풀세팅으로 갖춘 채 나아가고 있었는데 국토종주 자전거 길과 겹치는 것 같아 길 잃을 일은 없겠다! 하는 마음으로 살짝 거리를 유지한 채 졸졸 따라갔다.
물론 미니벨로는 굉장히 느리기에...
페달을 세게, 그리고 빠르게 여러번 밟아도 그분들의 페달 한바퀴는 따라잡을 수 없었다.
그래도 눈으로 그분들이 지나간 자취는 기억했으니 그 길로 열심히 따라갔다.
그런데 지형이 자꾸 높아지는지 허벅지와 종아리에 드는 힘이 배가되었다. 아라자전거길이 이렇게 다와서 힘들어진다고?? 싶었는데 알고보니 이게 전호대교렸다..
사람이 찍은 사진은 없고 어떤 블로그에서 가설 현황을 담은 사진을 가져왔다. 실제로도 다리옆에 다리가 있는 형태였음.
그렇게 열심히 앞만보면서 달려가는데 반이 오르막길이고 반이 내리막길이라, 온힘을 다해 겨우겨우 페달을 밟으며 오르막길을 올라와 시원하게 내려갔다.
이후에 표지판이 딱히 없어서
여기선 표시가 안되어있나보네 하고 어플을 켰는데...
나 왜 한참 지나와있지...?
그리고 배터리 15%는 무슨말이야...!!
그래서 다시 오르막길을 올라가며 중간에 옆으로 빠지는 곳이 있나보다 하며 왼쪽을 쳐다보는데
없다.
없어.
옆으로 갈 곳이 없어!!
와 이 날 가장 멘붕온 지점을 꼽으라면 여기였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온거지
다시 물류센터로 돌아가서 찾아야하나..?
그러다 폰 배터리가 없어지면 나 집으로 어떻게 가지
이때부터 심장이 뛰는 소리가 더 크게 느껴졌고, 고민할 시간은 지금 없다는게 느껴졌다.
일단 이 대교에 옆으로 갈 수 있는 곳은 없다. 그러니까 고민말고 내려가야한다 라는 생각으로 내리막길을 다시 내려가는데
오른쪽 작은 차도도 아닌 자전거 도로도 아닌 짧은 도로에서 한 사람이 자전거를 옆에 둔 채로 핸드폰을 보고있었다.
아 이 길인가!?
하고 내려가려했는데 자전거 출입금지
라는 글씨가 내가 보는 방향이 아닌 반대 방향으로 바닥에 흰글씨로 쓰여있는게 보였다.
조금 실망한 채로 돌아가는데 표지판이 하나 보인다?
그래 아라자전거길 북측은 여기 맞잖아 생각하며 모든 표지판을 찬찬히 읽어보는데
와... 안쪽길이네 거기가 국토종주 길이네ㅠㅠㅠㅠ
표지판이 다 벗겨질대로 벗겨져 보이지도 않는데 어떻게 자전거 타고가면서 보라는거야ㅠㅠ
그래도 일단 길을 찾았다 싶어서 다시 힘을내어 자전거를 몰았다.
그렇게 빠르게 페달을 밟는데!?
와 드디어 이 자전거 길이 맞다고 표시해주네ㅠ
그렇게 우측으로 꺾는 곳이 나왔고 이제 직진만 남았다를 외치며 안간힘을 다해 나아갔다.
와 와 드디어ㅠ 저 집갈 수 있는건가요..
이게 사진으로는 밝아보이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어두웠다. 가로등이 없으면 암흑 그 자체였던 시간대..
그렇게 도장을 찍으러 가방에서 인주를 꺼내는데 가방속에 있던 회가 반겨주며 오늘 집으로 돌아가야 동생이랑 먹을 수 있다? 라는 말을 건네는 듯 했다.
서둘러 인주와 인증수첩을 꺼내고 도장을 찍어보는데
잉 여기는 사람들이 잘 안왔나..? 왜 도장이 예쁘게 살아있지
다들 시작은 거창하고 끝은 마무리를 짖지 않는 것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하니 한층 더 뿌듯했지.
그래 집가서 신선한 회를 같이 먹으려면 서둘러야지! 빨리 가보자
그런 마음으로 어떻게 집을 갈지에 대해 검색했다.
2024년 05월 01일 수요일 (근로자의 날)
오후 9시 17분
두번째 인증센터 "아라한강갑문" 인증
어떻게 가야할까... 가장 가까운 역을 찾기위해 지도를 축소해봤는데, 서울에 그렇게 많은 지하철이 있음에도 다 멀리있었다..
그 중에서도 방화는 그나마 가까워 보였는데 거리를 계산하니 약 20분 정도만 밟으면 갈 수 있었다!
물론 미니벨로 기준 최소 30분 아닐까 싶지만 ㅎㅎ
고민할 시간도 없다. 일단 달렸음.
처음엔 한적한 평원, 그 뒤엔 공사중인 도로, 그 뒤엔 도보?!
그러다 따릉이까지 만나니 서울에 다시 돌아온 것을 체감했다.
조금만 더 직진하다가 오른쪽으로 꺾기만 하면 방화역이 보이겠지
돌아가지 않는 다리를 달래며 세게 밟았다.
그러다 발견한 방화역!!
진짜 누가 불질렀나 왜이리 밝고 예쁘지ㅠㅠ
바로 자전거를 들고 에스컬레이터를 탄 채로 여기는 의자가 있기를 빌었다.
내려가니까 와 의자가 있다!
기둥을 기점으로 둥글게 배치한 듯한 의자를 발견하고 앉은채로 가방에 있던 캐링백을 꺼내 바닥에 펼쳐두었다.
오늘만 최소 3번은 조립하고 분해했는데 이정도는 빨리 할 수 있지를 외치며 분해하는데, 평소에는 잘 접혔던 몸체가 유난히 단단하게 꽂혀있는지 펜을 찔러 올려도 뻑뻑했다.
서울이라 막차는 꽤 늦겠지만, 혹시모를 상황에 펜을 힘으로 누르다가 평소와는 다른 모양으로 꽂혀있다는 걸 알게되었다.
비틀려있는건가
펜으로 가장자리를 살짝 눌러보니 그제서야 딸깍 이라는 소리와 함께 분해가 되었다.
서둘러서 다 넣고 캐링백을 잠근 뒤 빠진게 없겠지 외치며 앉았던 자리를 다시한번 보고 개찰구를 통과해 내려갔다.
와 나이스 타이밍!
바로 온 지하철과 함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캐링백을 남은 힘으로 집에다 넣어놓으니 온 힘이 다 빠졌다. 그러고 고개를 들었는데 집의 구조가 묘하게 바뀌어있었음.
알고보니.. 최근에 독서실 책상이랑 의자를 구매했는데 그게 오늘 도착해서, 책장을 옆으로 옮기고 그 자리에서 부품을 조립하고 있었던 것. 그 와중에도 걸레질을 했는지 바닥은 평소보다 더 매끄러워 보였다.
완전하게 조립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동생 덕분에 빛을 보고 제 역할을 할 수 있게된 책상과 의자를 보니 한층 더 인생의 동기부여가 되는 듯 했다.
열심히 살아야지 앞으로도 무엇이든.
그렇게 일하고 있던 동생을 불러 회를 꺼냈다. 동생은 고민하다 집에 있던 사케를 들고왔고, 나는 운동도 했겠다 단쉐 한잔을 들이켰다. 그렇게 서로 한 테이블에 앉아 회를 한점한점 맛보았는데, 역시 바로 뜬 회라 그런가 식감이 오독오독했고 연어는 부드러웠으며 개불도 아주 달디 달았다.
이게 어떻게 2만원일 수 있지 싶은 생각과 함께 굉장히 뜻 깊었던 하루였다.
다음날 다시 싸피 가야지 뭐.
잠자리에서 일어나는데 허벅지가 묘하게 뻐근함이 느껴졌다. 그렇지만 신기하게도 살짝 무겁다는 느낌만 있을 뿐 걷거나 뛰는 것이 힘들진 않았다.
오히려 그것보단 핸들을 잡고 돌렸던 손바닥이 물만 닿아도 따가웠던게 더 힘들었다.
그리고 의자에 앉을 때 묘하게 욱씬거렸던 것 정도?
그정도만 힘들었던 것 같은데, 심하지 않아서 일상 생활엔 지장이 딱히 없었다.
다음엔 장갑을 꼭 끼고 가야지.
그리고 핸드폰 충전도 해야하니까 보빼랑 충전기도 챙기고.
그 와중에 조립 다했다는 카톡을 받음!
집가서 마저 해보려했는데.. 와 미쳤다ㅜㅜ
퀄리티 차이 다시봐도 극과 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