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또가 끝난 이후 매일 아침의 나
어느새 글또 10기도 끝이 찾아왔다. 작년 10월에 시작해서 총 6개월간 글또에서 많은 것들을 경험했는데 이제 끝이라고 하니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든다. 글또 10기를 마무리하며 나에게 있어 글또가 어떤 곳이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회고를 해보았다.
내가 글또에 참가한 가장 큰 이유는 꾸준히 글을 쓰기 위한 것이었다. 글또 9기에도 참가를 해서 꾸준히 글을 썼었지만 9기가 끝나고 나니 글을 거의 안 쓰게 되어서 다시 한번 글 쓰는 습관을 만들기 위해 글또 10기에 참가를 했다.
그리고 내게 굉장히 의미 있었던 일도 한 번 있었다. 바로 내 글이 큐레이션에 선정되었던 일이다.
비록 NLP 관련 글은 아니지만 내가 학부 시절부터 취준기간까지 열심히 갈고 닦았던 알고리즘 실력이 조금이나마 인정받은 것 같아 기뻤다. 그리고 NLP 관련 글보다는 알고리즘 글이 좀 더 범용성 있고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좀 더 의미 있는 큐레이션 선정이었다.
참고로 글또에서 글을 제출하면 이런 식으로 피드백도 받을 수 있다.
원래는 글빼미의 피드백이 무조건 좀 따뜻하고 온화했지만, 매운맛 조절 기능이 추가되어 이런 식으로 팩트 폭력 수준의 피드백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참고로 나는 매운맛의 단계 중 가장 매운맛인 지옥맛을 골랐기 때문에 이정도 수준의 피드백을 받은 것이고 보통맛정도로 설정하면 글을 좀 못 쓰더라도 아래처럼 좋은 말을 많이 해줬다.
내 글이 좋은 글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 나에게 너무나 좋은 기능이라 글또가 끝나면 더 이상 피드백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쉬웠다. 그런데 이런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글또 운영진분들이 피드백을 직접 받아볼 수 있도록 피드백 서비스까지 공개를 해주셨으니, 앞으로도 글을 쓸 때 자주 이용해야겠다.
이렇게 글또에서의 글쓰기를 돌아보니 목표 초과 달성을 넘어 큐레이션이라는 영광까지 차지한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라고 생각한다.
글또 10기에서는 여러가지 소모임 활동에도 참가했다. 물론 내가 참가한 모든 소모임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활발하게 활동을 했던 채널에 대해 당장 생각해 봐도 감사회고해또, 게임해또, 다진마늘, 또아재개그야또, 피크민또, 월간데이터노또, 삶의지또, 책읽어또가 떠오를 정도로 굉장히 많은 활동에 참가했다.
다들 너무 의미 있고 재미있었던 소모임들이었다. 매일매일 작은 일이라도 감사할 일을 기록하고, 사람들끼리 모여 함께 게임을 하고, 매일 할 일을 기록하고, 사람들과 시답잖은 농담을 주고받고, 서로 팁을 공유하며 하찮고 귀여운 녀석들을 키우고, 각자가 좋아하는 주제로 데이터분석을 해보고, 본인이 살아온 길을 돌아보고, 매일 책을 읽는 등의 많은 일들을 꾸준히 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 사람들과 함께였기 때문인 것 같다.
혼자 뭔가를 할 때는 꾸준히 해내는 것이 굉장히 힘든데 여러 사람들이 함께하다 보니 꾸준히 유지가 가능했던 것 같다. 또한 다른 사람들의 활동을 보며 자극을 받기도 하고 배우기도 하며 더 의미 있게 저런 일들을 할 수 있었다.
글또 9기에서는 커피챗을 거의 못했어서 아쉬웠는데 10기에서는 커피챗도 정말 많이 참가했다.
다진마늴또, 썰매또 등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커피챗을 5번 정도, 3~4명 정도의 소규모 커피챗을 6번, 1대1 커피챗을 2번 총 13번을 진행했다.
커피챗을 많이 참가한만큼 많은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것들을 듣고 배울 수 있었다. 사실 커피챗으로 만난 분들과는 기술적인 얘기나 커리어 관련 얘기를 할 줄 알았었다. 하지만 막상 만나보니 그런 얘기들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얘기들도 하면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낸 적도 많다.
그리고 애초에 만남의 목적 자체가 인사이트나 정보 공유가 아닌 즐거움 그 자체인 경우도 많았다. 그런 만남에서도 자연스레 이런저런 정보들을 공유하기도 하고, 서로에 대한 친밀감도 쌓으며 더 재미있게 글또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글또에는 놀랍게도 고민 상담소도 있다. 고민 상담소라고 거창한 것은 아니고 글또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모여 모각글을 하는 게더타운이라는 곳에서 글또의 운영자인 카일 님이 사람들의 고민을 듣고 답변을 해주는 것이다.
사실 원래 초기에는 그냥 게더에 있는 사람들이 카일 님과 채팅을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식으로 시작이 되었었는데 나중에는 일정을 잡고 고민 사연을 받아서 정말 라디오 같은 느낌으로 진행이 되었다.
참고로 나도 고민 상담소에 고민 사연을 보내서 상담을 받았었다. 사실 나는 고민 사연을 접수할 당시, 카일 님이 내 사연을 보고 본인의 생각을 말해주시는 느낌일 줄 알았었다.
하지만 고민 상담소 전날밤 카일 님이 DM으로 내일 고민상담소가 1대1로 대화를 하며 진행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사실 나는 내 이야기를 남에게 하는 것을 부끄러워 하는 편이라 고민을 했었다. 하지만 어차피 나를 이미 아는 사람들은 이런 내 고민도 품어줄 것이라고 생각했고, 나를 모르는 사람들은 이런 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가오지 않을 수도, 나의 이야기에 공감한다면 조금이라도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을까해서 대화를 진행하기로 했다.
다음날 고민 상담소에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이 중에는 나를 아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많았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내 이야기를 하려고 하니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지만, 카일 님의 이런저런 질문과 사람들의 따뜻한 한마디들 덕에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고 후련하게 고민 상담소를 마칠 수 있었다.
아래는 내 고민 상담 이후 카일 님이 보내주신 상담 일지의 일부로 이렇게 디테일하고 카일 님의 경험과 가치관이 담긴 답변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때 고민 상담을 했던 것이 많이 도움이 된 것 같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을 대하는 자세도 바뀐 것 같고 미래에 대한 부담감도 조금 줄어든 것 같다. 이후에도 카일 님이 고민 상담소를 계획하고 계신다고 했는데 그때도 꼭 참가해 봐야겠다.
참고로 내 고민을 듣고 공감하는 분들이 꽤 있었는지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신 분들도 좀 있었다. 나와 카일 님의 고민 상담이 그런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고 잘 알지도 못하는 나의 이야기에 공감을 해주고 좋은 말씀도 해주신 분들에게 감사함이 느껴진다.
2주마다 글쓰기
2주마다 글쓰기라는 목표는 완벽하게 성공했다. 이번 10기에도 9기와 마찬가지로 패스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고 추가 제출까지 해보았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글또 말기에는 글 쓸 시간이 부족해져서 개인 공부 내용을 제출 글로 활용한 적이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예전이었으면 공부한 것조차도 기록을 하지 않았을 텐데 이를 기록하고 제출할 만한 글로 만든 것만으로도 많은 발전이라 생각하고 2주마다 글쓰기라는 목표는 완벽히 수행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사람들 만나보기
다양한 사람들 만나보기라는 목표도 완벽히 성공했다. 글또 10기 다짐 글에 적어놓지는 않았지만, 애초 목표는 한 달에 커피챗 1번 이상하기로 6개월간의 목표치는 6번이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총 13번을 진행했으니, 목표치의 200%를 넘게 달성한 것이다.
거기에 더해 튜사 투어, 데이터-AI 빌리지 반상회까지 참가했으니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을 만났을 것이다. 물론 대규모 인원이 모일 때는 그중 일부 사람들만 대화를 나누어보긴 했으나 그래도 여전히 많은 인원이다. 그리고 이렇게 만난 사람들 중 일부는 지금도 종종 연락을 주고받으며 관계를 이어가는 사람들도 있다. 거기에 더해 오프라인으로는 만나보지 못했지만 온라인에서 대화를 주고받아 본 사람들까지 생각하면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글또에서 이렇게까지 많은 사람들을 만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꾸준한 인연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내 예상보다 너무 많은 것들을 얻어 간 것 같다. 그래서 다양한 사람들 만나보기라는 목표도 완벽히 수행했다고 생각한다.
글또가 끝난 후에도 꾸준히 글 쓰는 습관 들이기
사실 이건 지금 당장 판단할 수 없는 목표이다. 하지만 글또에서 2주마다 꾸준히 글을 써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글을 꾸준히 쓰는 습관을 만드는 데는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글또 신청 당시의 내가 했던 다짐들
포인트도 굉장히 많이 쌓았다. 한 달 전 기준으로 중간값이 2,050점이라고하니 한 달 동안 모든 사람이 글을 제출해서 중간값이 200점 올랐다고 해도 중간값의 3배에 가까운 포인트이다. 포인트가 높은 사람은 글또 이후의 다른 뭔가가 있을 수도 있다고 하니 기대를 해봐야겠다.
독서
내 오랜 취미인 독서도 꾸준히 해왔다. 책읽어또에 참가해서 매일 20~30분씩 책을 읽은 결과 6개월간 6권의 책을 읽었고 현재도 한 권 읽고 있다. 사실 직장을 다니고 따로 개인 공부도 하면서 책을 읽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독서는 내 오랜 취미로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는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하며 이런저런 책들을 읽었다.
논문 스터디
AI 분야에 대한 지식을 쌓기 위해서는 논문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1월부터 글또에서 만난 분과 그분의 친구, 나 이렇게 3명이서 논문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다. 사실 이전에도 주기적으로 논문을 읽고 정리해 왔었지만, 스터디에 참가하고 나서는 좀 더 깊이 있게 공부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스터디에 참가하며 가장 만족하는 부분은 직접 논문을 구현해 보는 것이다. 원래 혼자 논문 리뷰를 할 때는 단순히 논문을 읽고 정리하는 수준에서 그쳤었는데 스터디에서는 직접 논문을 Numpy로 밑바닥부터 구현해 보는 과정을 거친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서 모델의 작동 원리나 수학적 표현에 대해서도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영어 공부
나는 사실 해외 생활에 대한 꿈이 있다. 그리고 꼭 해외 생활이 아니더라도 개발자로서,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영어 공부는 필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영어 공부도 꾸준히 했다. 취업을 한 이후 출퇴근 시간을 활용해서 꾸준히 영어 공부를 진행 중이다.
직장
직장에서도 많은 일이 있었다. 직장에서 내가 생각했던 일과 다른 일을 하며 커리어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고 처음 해보는 일들을 하며 어려움도 종종 겪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근무지까지 변경되며 현재까지 1시간씩 출퇴근을 하고 있다. 현재 직장에서 맡고 있는 프로젝트가 없다 보니 커리어에 대한 불안감이 계속해서 짙어지기는 하지만 글또의 다른 분들을 보며 자극을 받고 나의 커리어를 살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취미
내게 독서 이외의 취미는 스포츠 경기 시청, 게임이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피크민에도 빠져있는데 피크민은 커피챗에서 만난 분의 영업으로 시작을 하게 되었다.
스포츠 경기는 내가 좋아하는 팀의 경기를 직관을 가기도 하고 집관을 하기도 하며 종종 즐기고 있다. 비록 내가 응원하는 팀이 좋은 성적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항상 정상에만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니 그러려니 하고 있다. 그리고 글또에도 나와 비슷하게 이번 시즌 성적이 저조한 팀의 팬분이 계셔서 종종 그분과 함께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서로를 위로한다...
이제 6개월 간의 글또 활동이 끝났으니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글또가 끝난 이후 나의 목표를 3가지 정도로 요약해 보면
1. 글또가 끝나도 2주마다 글 쓰기
2. 조지아텍 준비하기
3. 꾸준히 커리어를 위한 준비해나가기
정도인 것 같다.
뭔가 글또가 끝났다고 전혀 다른 일을 하기보다는 글또에서 시작한 일들을 꾸준히 이어 나가는 것이 목표가 된 것 같다. 그 정도로 글또에서의 6개월은 내게 많은 영향을 끼쳤고 이후의 삶에도 많은 영향을 끼칠 것 같다.
그리고 사실 글또의 시간이 비록 비정규 기간이긴 하지만 2개월이 연장되기도 했고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일들이 몇 개 남아있기 때문에 내게 있어 글또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다만 글또를 보낼 준비를 할 시간인 것 같다. 2달이 지난 후에는 글또를 정말 보내주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더라도 이곳에서의 경험과 기록, 인연들을 꼭꼭 챙겨서 함께 가겠다는 다짐을 하며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겠다.
ps. 글또가 끝난다니... 말도 안 돼... 가지 마.. 글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