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타 페스 후기 - #include "stdlib.h"

RanolP·2024년 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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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단

때는 12월 중순 즈음, 조만간 제3회 일러스타 페스가 열린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솔직히 그렇게까지 큰 흥미가 있지는 않았죠. 그런데 havana723 님께서 한별은하 부스를 내는 걸 고려하고 계신다고 밝히셨습니다.

네, 12,000 원 짜리 선행 입장권을 질렀습니다. 일반 입장권이 아니었던 건 잘한 일이었고, 일러스타 페스가 제 생각보다 훨씬(×100) 큰 행사였던 건 비극의 시작이었습니다.

전개

수요조사와 선입금

수요 조사가 열렸습니다. 수요조사 참여 시 <코딩하는 한별이와 은하 수조 ver.> 스티커를 받을 수 있어서 바로 참여했습니다. 다 고르고 나니까 결제 예정 금액이 23만원입니다.

조금 더 지나니 1월 20일까지 선입금을 받는 폼이 나왔습니다. 플랫폼이 수수료를 좀 크게 떼어가는 문제가 잠시 있었습니다.

그런데 친구가 장패드 하나를 대리구매해달래서 총 결제액이 25만원이 됐어요.

일러스타 준비하기

하지만, 굿즈 수령만 하기엔 아쉽습니다. 가서 뭘 하죠? 다른 부스 탐방...을 하기엔 저는 거기에 뭔 부스가 있는지 일러스타 페스가 끝난 지금도 잘 모릅니다. 그래서 그냥 대충 아무 팟에나 껴서 돌아다니려고 했고, solved.ac discord#한별이 채널을 열심히 기웃거리다가 toycartoon 님께서 만드신 🧵 저이 일러스타가요 스레드도 참여하고 그랬습니다.

한편, 제가 가려는 부스인 "표준 라이브러리"의 경우, 태그 암기 이벤트[1]를 구상하고 계셔서, 새벽에 개발할 거리를 찾던 kiwiyou 님에게 만들어달라고 부탁했고, tagged-exact가 진짜 하루만에 뚝딱 나왔습니다. 이 사이트는 개선을 거듭해 부스 공식으로 채택되기까지 합니다.

solved.ac discord에서 기어코 205 개의 태그를 전부 외우신 분이 나왔다는 흉흉한 이야기가 들려와서 사실 이 시점에는 태그 암기 이벤트 1등을 포기한 상태로 졌잘싸를 하려는 마음이었습니다.

첫번째 줄에 사람의 수 NN이 주어진다 (N1,000N \le 1,000)

오전 1시 20분 쯤 잠에 들고, 7시 30분에 기상해 사람 몰골을 좀 되찾고, 대기하면서 얼어죽지 않게 아침밥을 챙겨먹은 다음, 8시 20분 경 출발했습니다. 저희 집에서 대화역까지는 대략 2시간 정도 걸립니다. 열차에서 30분 좀 넘게 쪽잠을 자고, 10시에야 겨우 대화역에 도착합니다. 10시 30분 쯤에 대기 줄에 도착한 저는, 솔브드 사람끼리의 신원 확인용으로 솔브드 굿즈샵에서 샀던 시즌 2 통계 키링을 꺼내 대충 폰에 걸어둡니다. 동시에 '그래도 12시 전에는 입장 완료되겠지...'라는 생각을 합니다.

......틀렸습니다. 일러스타 입장 대기 줄은 시간 초과를 받습니다.

기억과 상상에 의존해 복원한 선행입장 줄 생김새는 아래와 같습니다. 나주곰탕 위쪽 네모박스는 복도가 나있는 건물인데, 중간쯤 갔을 때인가 앞에 서서 계신 분이 아이패드를 꺼내서 뭔가 하시길래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었는데, 당장은 낌새를 눈치 못챘습니다. 나중에 보니 가방에 티어 키링도 달고 계셨는데 흑흑 반성합니다.

계속해서 걸어가던 도중 흡연구역이 보여 사진을 찍어 올리려고 하는데... 앞에 서 계신 분이 먼저 사진을 찍으십니다. 스레드를 보니 이미지가 올라옵니다. 어라, 앵글이 익숙합니다.

진짜 바로 앞에 계셨습니다. 왜 못 알아뵀지....... 체력도 떨어지고 감도 떨어졌나봅니다. 뭐 어쨌든 열심히 입장 큐가 처리되어서, 12시가 조금 넘어 입장을 완료합니다. 입장에만 약 1시간 30분이 걸린 셈입니다. 나는이제지쳤어요땡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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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표준 라이브러리 부스에 도착합니다. 도착하자마자 한 것은 태그 암기 이벤트 랭킹 도전입니다. 시간 제한은 5분. 총 59개를 입력하고, 사칙연산 태그를 두 번 대서 1분 39초만에 죽었습니다. 그리고 그 외에도 사람이 모였으면 해야 하는 정모 인증샷[2](?)을 찍었습니다.

[2]

한편, 이 많은 인원이 크리에스타 부스들 사이에 계속 있다간 필연적으로 길을 막을 수밖에 없어서, 에버소울 부스 앞 무대 쪽으로 이동해 자리를 잡았습니다. 시끌시끌하긴 했는데 선곡 맛집이라서 그냥 빠져들었어요.

점심 먹기 문제

그나저나, 시간은 점점 점심을 넘어가고, 여전히 메뉴는 정하지 못했고, 후루요니는 계속되고, 다들 지쳐서 앉아있고, 정말 일러스타 대기줄이 모든 걸 망쳐놨다고 볼 수 있어요. 후루요니 게임이 1시 50분 쯤 종료되고, 봇치 곡을 마저 감상한 다음에야 주린 배를 잡고 점심을 먹기 위해 킨텍스 8홀을 탈출합니다.

2시가 넘어서도 메뉴를 못 정하고 있다가, 그냥 역으로 무작정 돌진 후 써브웨이에 도착합니다. 킨텍스에서 역 근방까지는 약 20~30분 가량이 소요되기 때문에, 식사를 마치니 3시에 가까워졌는데요. 원래는 3시에 선입금 물량 수령 마감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러스타 대기열이 워낙 길었다보니, 미리 연락드릴 경우 5시 전까지는 수령이 가능하다고 하셔서, 3시를 조금 넘은 시각에 DM을 드렸고, 다행히 굿즈를 지켰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태그 암기 이벤트를 1등합니다. 솔직히 자신이 없었어서 수령하면서 정신도 없었고 하다보니 현실감을 못 느꼈는데 글을 쓰며 정리하니 좀 현실감이 드는군요. 원래 70개 좀 넘게 외워 갔는데 긴장해서 그런지 사칙연산을 중복으로 대버리고 말았으니, 못 받을 거라 예상했는데 도전하시는 분들이 예상보다 적어서 그런지 59개로도 1등이 되었더라고요. 정말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다음 날인 일요일엔 ai4youej 님이 83 개를 대고 가셨다고 하니.... 무서운 세상입니다.

인디게임? 둘러보기

아직 일러스타 페스 종료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습니다. 인디게임 부스에 아는 게임이 몇 개 있어서 둘러보러 갔습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두가 좋아하는 장르인, 리듬 게임도 한 작품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체력도, 금일치 사회성도 모두 바닥나고 있는 저로서는 멀리서 '오늘부터 동거 1일차'와 '커넥티드 클루' 사진만 찍고, 솔브드 분들이 계시던 '코세타' 부스로 돌아옵니다. 어쩌다보니 코세타 깔고 음료수도 받아갔어요.

그 후, '식스타 구멍가게'에 들려서 식스타 영업을 받고 스팀 키를 사고 맙니다. 원래 일러스타 와서 현장 구매를 할 생각이 없었는데 현장 구매를 해버리고 말았네요. 하지만 시이가 귀여운걸요.

Curtain Call

아쉽게도 너무 늦은 시간에 한별이 밴드를 못 받아간 걸 떠올려내서 챙기지 못했고, 슬슬 정리하는 추세에 들어가는 부스들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고 집에 가려는데, 너무 오래 걷고 서있었어서 그런지 힘들더라고요. 의자에 앉아서 쉬다가 집으로 겨우겨우 돌아갔습니다. 분명 행사 종료는 5시인데 대화역에 도착한 게 6시였다니까요. 일러스타 페스 같은 곳을 돌아다니니까 사람 체질이 바뀝니다. 오후 8시에 집에 도착하고, 대충 씻은 다음, 오늘은 절대 굿즈 정리 못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배달음식을 시켜 저녁을 해치웠습니다.

결말

그래도, 굿즈가 많이 남았으니까 저는 행복합니다.

굿즈 총결산

일러스타에 입장하고 나눠준 팔찌(너덜너덜해짐), 티켓, 그리고 안내 책자.

대길이 나온 오마모리 (구매 특전)

태그 암기 이벤트로 얻어낸 스티커와 쿠션

아레나 다녀오신 분이 잔뜩 날라오셔서 나눠주신 많조분 애드혹 스티커(?)와 구매 특전(5,000 원 이상) 스티커
명함 키링들, 아레나 키링들과, 구매 특전(30,000 원 이상) 한별이 키링

귀여운 일러스트 코롯토와 태그 장패드, 일러스트 장패드, 그리고 갑자기 튀어나온 식스타 게이트 스팀 키

마무리는 구데기 쿠션과 한별이 쿠션으로

많은 굿즈를 얻어서 행복해요. 제 지갑이 하는 말은 무시하세요.


각주
[1] solved.ac 사이트 내에서 알고리즘 문제 분류에 사용되는 태그를 제한 시간 내에 가장 많이 댄 사람이 우승하는 이벤트. 참가해 20개 이상을 댈 경우 '한별이 UV DTF 스티커'를 보상으로 얻을 수 있고, 3:30까지 참가한 사람 중 가장 많이 댄 사람에게는 미니 한별이 쿠션을 보상으로 지급한다.
[2] 아쉽게도 제가 폰을 2개 들고 가지는 못했어서 솔브드 프로필 모음 사진은 ruykun 님의 사진을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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