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후 재택근무에서 사무실 출근을 강제하는 회사들이 많아졌고, 그에 따라 아래와 같은 기사들이 많이 보인다.
재택근무로 소위 '꿀빨았다'는 사람들부터, '재택근무를 통해 생산성 높은 사람들만 살아남을 것이다'와 같은 말까지, 다양한 의견이 오간다. 개발자 중에서는 연봉 다음으로 재택 여부를 따진다는 말도 나온다.
이런 반응들을 보면, 전사 재택 근무 회사를 다니는 나는 생각이 많아진다.
업계/회사/팀/사람마다 재택의 경험과 이유는 다르겠지만, 어찌되었든 나는 1년 내내 재택을 하면서 장점과 단점을 확실히 경험했고, 나름의 의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리모트 근무가 앞으로도 디폴트일 '재택 근무에 최적화된 회사'에 다니기에, 오히려 임시적 대안으로서 재택근무가 아닌 '일하는 하나의 방법/시스템으로써 재택근무는 지속가능한가?' 에 대해서 고민해보았다.
분명히 재택근무는 장점과 단점이 있고, 사람/직무/경험/회사/팀마다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
장점과 단점은 종이의 양면처럼 아주 가깝게 공존하기도 하고, 어떤 시선으로 보는지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한다.
오늘은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재택근무가 개인과 조직차원에서 각각 득인지 실인지 비교해보려고 한다.
내용이 많아져서 본 포스팅은 1탄 장점편, 다음 포스팅은 2탄 단점편으로 다뤄보려고한다.
쓸 데 없는 미팅이 줄고, 꼭 필요한 것만 미팅에서 말하게 되어 미팅의 집약도와 효율성이 높아진다. 특히 온라인에서 미팅을 하게 되면 이상하게 1분이라도 늦으면 안될 것 같고, 발화자의 입장에서 잘 정리해서 말해야할 것 같은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오프라인 미팅보다 더 잘 준비하게 되고 (짧은 노션 문서라도 작성해서 보면서 공유하는 습관이 들었다) 알아듣기 쉽고 빨리 끝나도록 간결하고 명확하게 전달하려고 한다.
물론 온라인 미팅인만큼 이 사람이 얼마나 집중하는지는 덜 알아챌 수 있으나, 이건 개인의 문제인 것이고 쓸데없이 미팅이 길어지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슬랙과 줌/디스코드로 대부분의 소통이 이뤄지며, 오피스에서 일할 때처럼 동료의 자리에 가서 물어볼 수 없기 때문에 각자가 편한 시간에 질문하고 답변하게 된다. (비동기 커뮤니케이션)
따라서 내가 A 업무에 집중할 동안은 B 업무에 대한 답변을 잠시 미뤘다가, A가 끝나면 답변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집중력을 요하는 A업무를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나만의 시간과 공간에서 처리할 수 있고, 우선순위와 시간 관리가 용이해 생산성이 올라간다.
물론 직무나 회사문화에 따라 B에 대한 답변을 어느정도 미루고 어떤 식으로 집중모드를 표시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미리 있어야한다. 그래야 남용하는 사람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 나는 이런 식으로 가끔 슬랙 상태에 집중모드에 있다고 표시해둔다.
성향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이렇게 독립적으로 일하는 것을 좋아하고 (동료들과 같이 일하는게 싫다거나 미팅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와는 다름) 내가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자율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이 좋다.
물론 이건 내가 개발직군에 가까운 데이터 분석가라서 그럴 수도 있다. 운영이나 영업직군 등 타인과 싱크 맞춰야할 일이 많은 직무는 또 다르게 느낄 수 있겠다. 하지만 동등한 조건에서 재택근무vs오피스 근무로만 놓고 봤을 때는, 시간 및 업무 관리를 개인이 독립적으로 하기에 편한 것은 맞다.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이 잘 정착되면,
질문자는 질문을 정리해서 더 좋은 질문을 할 수 있고 (중언부언 없이 한번에 명료하게 핵심을 전달)
답변자 또한 답변 전에 미리 찾아보고 신중하게 답변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과정이 기록으로 남게 되어 추후 히스토리 파악에도 유용하다.
위에서는 회사, 일을 하는 방법 차원에서 어떤 장점이 있는지 생각해봤다.
다음으로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재택 근무는 어떤 장점이 있는지 적어본다.
첫 인턴시 일도 새로 배우랴, (사회적 자아를 장착하고) 사람들과도 친해지랴 정신이 없었던 기억이 있다. 에너지가 100이 있다면 업무적으로 이미 80은 써야했고 다양한 면에서 사람들과 '잘' 지내는 것에도 에너지를 30 이상은 쓰게 되었다. 둘다 놓치고 싶지 않아 신경쓰다 보니 에너지는 마이너스가 되었고 매일 누적되다보니 퇴근 후에 쉬어도 풀충전되는 느낌이 아니었다.
이러한 내향형 인간에겐 집에서 일하는 것만큼 소위 '기가 덜 빨리는게' 없다. 또 풀 재택하는 회사인만큼 전반적으로 나와 같은 성향의 집돌이/집순이들이 많이 있다.
우리 팀의 경우에도 대부분 독립적으로 집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하고 (개발자 특인가..) 서로의 바운더리를 지켜주는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각자 일하고 공유를 충분히 한다면, 그리고 가끔 잡담을 하면서 여전히 친밀도와 신뢰감을 지킬 수 있다면, 이런 환경에서 개인의 퍼포먼스가 충분히 좋을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 월 1회 점심회식(각자 시켜먹어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는데, 우리 팀은 얼마나 개인적인지 무조건 온라인으로 한다. 참 편하고 좋다..
물론 이것에는 단점도 있다 (장단점은 종이 한 장 차이처럼 연결되어있으니 당연하다). 예를 들어 신입으로서 배울 수 있는 사회생활, 미팅에서 주워듣는 것, 옆자리 동료가 일하는 것을 보고 배우는 것 등을 놓치기 쉽다는 점이 있긴하다. 이러한 점은 경력이 없는 신입으로서는 치명적이긴 하지만, 나도 나름대로 보완할 방법을 찾기는 했다. (이후 2탄 단점편에서 이에 대한 내용을 계속 다뤄보겠다.)
상황마다, 아니면 같은 상황이라도 어떻게 보는지 또는 일하는지에 따라 장점과 단점이 한 끗 차이인 것이 재택근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재택근무를 충분하게 경험해보지 못했거나 나와 다른 상황에서 경험해본 사람들이 읽었을 때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다보니 글이 길어졌다. 그래서 이번 편에서는 장점까지만 다루고, 다음 편에서는 단점과 그리고 그를 위해 내가 어떻게 보완하려고 했는지 (또는 trade-off라 생각하고 일부 포기했는지) 다뤄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