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득인가 실인가 - 2탄 단점편 (부제 : 전사 재택 근무 회사에서 신입으로 살아남기)

김어텀·2023년 3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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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트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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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네일이자 위 사진은 저의 홈오피스🏠💻 입니다 :)

지난 포스팅에서는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재택근무의 장점에 대해서 다뤘다.
👉 재택근무, 득인가 실인가 - 1탄 장점편 (부제 : 전사 재택 근무 회사에서 신입으로 살아남기)

이번 포스팅에서는 후속편으로 단점을 다뤄보려한다.


🏢 [회사·일의 방식 차원에서] 단점

1. 오피스라면 바로 물어볼 것을... 결국 일의 속도가 느려진다.

  • 대부분의 소통은 온라인인 줌 & 슬랙을 통해 이뤄진다. 그 말인 즉슨 아주 간단한 질문 하나를 하려고 해도 글로 주절주절 써야한다. 옆 자리에 앉았으면 모니터 가리키면서 '이거 왜이래요?'라고 하면 될 것을, 링크나 캡쳐본을 첨부하고 맥락을 적게 된다.

  • 특히 데이터 분석가인 나는 특정 차트의 어떤 그래프를 가리키고 싶으면 캡쳐를 해서 동그라미를 그리거나, 아니면 다양한 지시어의 조합으로 설명할 수 밖에 없다. (아니면 줌으로 미팅을 잡아서 설명하든가) 데이터 구조를 그리거나 설명하는데도 보조 도구를 써야한다. 그래서 타 팀에 문의할 것이 있어도 '[문의] 안녕하세요'라는 말머리로 시작하면서 간단하면서도 모든 맥락을 담을 수 있는 문장을 고르게 된다. 이게 복잡한 맥락을 담는 경우에는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효율적일 수 있으나, 많은 경우 시간이 걸리고 문제는 이게 여러 사람을 거쳐가는 경우에 쓰레드를 전부 읽어야하는 피로함이 있다.

  • 각자가 다른 시간에 답할 수 있다는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의 한계도 느껴진다. 상대가 언제 답변해주는지 정확히 알 수 없고, 그렇다면 나의 급박함을 글로 표현해야한다. 이렇게 온라인 상에서 소통을 조율하고 예약 잡는게 전체적인 일의 속도를 느리게 한다.

  • 조직이 커질수록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비용은 더 커진다.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이해가 모두가 같아야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불균형하고, 같은 사무실 내에 있으면 얼른 해결될 일인데 슬랙에서는 쓰레드가 길어진다.

2. 동료와 기본적인 유대관계를 쌓기 쉽지 않다.

  • 재택근무를 설명할 때 내가 자주 비유로 사용하는 표현이 있다. '외딴 섬'. 각자의 섬에서 알아서 살아가는 느낌이다. 나만 이런 건가..?하는 느낌이 들 때도 이를 공유하기 쉽지 않다. 주로 아는 사람들과 간간히 이야기하게 되고, 업무 외적으로 특별히 티타임을 만들지 않으면 사담을 할 일이 전혀 없다. 사회성 에너지를 아끼고 일에 집중하고 싶은 때가 있거나,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가끔 쓸데없다고 느껴지기도 하는 I형 인간이지만 그래도 동료들과 점심먹고 커피 한 잔 하면서 이야기하고 친해지는 것이 아주 약간은 그립다.

  • 같은 팀이 아니라도 동일한 공간에 있는 것으로 얻는 정보도 있고 친해지는 인맥도 있는데, 그러기가 참 어렵다. 타 팀, 업무가 겹치지 않는 사람들은 존재조차 모를 수도 있다.

  • 💡그래서 내가 생각한 것 - DM으로 메세지 보내기
    나는 좀 특이하게도 전혀 접점 없는 분들 일지라도, 사내 자기소개 포스팅을 보고 나와 공통점이 있거나 연락해보면 좋을 것 같은 분들에게 DM으로 친해지고 싶다고 밥먹자고 연락해서 친해진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보통 업무 연관성이 있는 사람들이나 사내 동아리 등을 통해 친해지는 듯하다.)
    ⬇️ 이렇게 개인적으로 메세지를 보내면 대부분 좋아해주신다! 다들 나처럼 목말랐던거였다..

  • 회사의 모든 사람들을 다 알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다른 부서 사람들에게 부탁하거나, 프로젝트를 같이하게 되거나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 기본적인 래포(rapport)를 쌓아야 신뢰감이 생긴다. 그런데 입사 직후 재택을 시작하면, 오프라인에서 켜켜히 쌓을 수 있는 유대감은 쉽게 쌓기 어렵다.

3. 스몰톡과 커피챗의 부재 : 아이디어도 맞대야 반짝이는데 맞댈 일이 없다.

  • 2번과 비슷한 맥락으로, 업무 이야기를 꼭 해야지만 업무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거나, 호박씨를 까거나, 오늘 업무가 많다고 같이 투덜대면서 생기는 아이디어도 있고 일에 도움이 되는 단서들을 찾을 수 있다. 근데 재택을 하면 그런게 없다.

  • 그마나 팀별로 주1회 티타임 시간을 고정해서 가지는 경우도 있고, 따로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편인 팀도 있지만 어쨌든 이런 기회를 만들지 않으면 '평소에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은 많지 않다.

  • 어떤 업무/프로젝트 아이디어가 있어도 혼자 있으면 이게 진짜 필요한 서비스인가? 하며 자기 검열을 하면서 없어지는 경우가 있다. 아니면 이게 불필요한데 나만 이렇게 느끼나? 하면서 안에서 증발해버리는 경우. 만약 의견을 내야겠다고 생각해도 줌으로 '제 아이디어 어때요?'하기가 애매한 경우도 있다. 오피스에서 일하면 혼잣말을 하거나 문득 생각나서 동료와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재택 상황에는 그럴 환경이 안되니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면서 풀리게 될 가능성은 아주 낮다.

  • 이런 것을 보완하기 위해 나와 내 사수는 탕비실을 오가는 사람들의 수다 느낌으로 오후에 슬랙 허들(음성으로 실시간 대화하는 기능)에서 '탕비실 타임'을 열어 봤다. 하지만 참여가 저조했다. 결국 이건 개인이 아닌 시스템의 차원에서 사내 문화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느꼈다.

*그래서 [제도/시스템]이 필요하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재택 근무에는 치명적인 단점들이 있기 때문에 더더욱 조직 전체적으로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개인 차원에서 나름 노력해보았지만 이건 파급효과가 크지 않았다고 본다. 결국 너무 느슨해도 풀려도 안되는 재택근무를 지속가능하게 하려면 전사 차원에서 고민해야하며, 사내 문화와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필수라고 느꼈다.

e.g. 팀 빌딩을 위해 회식을 하되 월 1회 점심 온라인 회식을 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었다. (아래 사진은 가장 최근 회식)
각자 음식을 시키고 (법인카드로 맛있는 것 먹을 기회) 팀원들과 이야기하는 자리인데, 업무 외적인 이야기도 하고, 함께 게임도 하면서 유대감을 쌓을 수 있다. 퇴근 후에 피곤한데 불려가는 회식이 아니라 정말 기다려지는 회식이고, '팀 내 유대감 쌓기'이라는 목적에 나름 부합하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 [개인 차원]에서의 단점

1. 신입으로서 일 잘하는 방법을 배우기 어렵다.

  • 스타트업 주니어라면 보통 척박한 환경에서도 알아서 좌충우돌하게 되지만, 특히 재택환경은 더욱 야생의 환경이다. 옆에서 붙어서 가르쳐주는 것 없이 내 스스로 찾아서 물어보고 해결해야하는 확률이 더 크다. (물론 이건 내 사수가 좀더 자율적으로 배우게끔, 생각하게끔 하는 경향이 있어서도 있다)

  • 그리고 신입이라면 여러 미팅에서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배우고, 사수가 코드 짜는걸 옆에서 지켜보는 것으로도 배울게 있다고 생각하는데, 물리적 공간이 단절되어있으니 그런걸 할 수가 없다. 그렇기에 더더욱 스스로 살 길을 찾아야한다. 일 잘하는, 잘하고 싶은 신입이 되어서 부지런히 (온라인 미팅과 기회를) 찾아다니며 적극적으로 나서야하는 것이다.

  • 내 경우에는 '질문타임'을 매일 갖는 것으로서 이를 보완했다. 입사 초기에는 아는 것이 없으니 뭘 물어야할지 몰랐고, 사수도 갓 생긴 데이터팀에서 처음으로 누군가를 가르치고 온보딩해줘야했다.

⬇️ 회사 슬랙에 다이어리 채널 (회고 등 일기장으로 누구나 쓸 수 있다)에 내가 적은 글. 입사 초기에는 어떻게 하면 잘 적응하고, 일을 배우고, 성과를 만들 수 있을까? 에 대해 매주 회고글을 적어봤다.

2. 집과 회사의 구분이 물리적으로 되지 않아 업무 페이스 조절이 어렵다.

  • 물리적 공간이 같기에 일의 맺고 끊음이 어렵다. 즉 업무가 안될 때도 있고, 누군가의 방해가 없기에 쉬지 않고 해야할 압박감이 있을 때도 있다.

  • 일이 바쁘지 않은 날에는 솔직히 늘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이게 죄책감이 꽤나 크다. 오피스에서 일하면 동료랑 잡담하거나 집중이 되지 않아 시간을 허비하게 되는 날도 평범한 건데, 재택을 하면 뭔가 모를 찜찜함이 있다. 특히 입사 초반에는 바짝 긴장해서 거의 8시간을 풀로 집중해서 너무 피곤했다. (감시하는 사람이 없으니 더 열심히 해서 성과를 보여줘야한다는 압박)

3. 혼자 근무하다보니 일에 의욕이 덜 생기고, 사람만날 일이 없어 쳐질 수 있다.

  • 도서관에 가서 열심히 하는 사람들 옆에 있으면 덩달아 열심히 하는 (적어도 해야할 것 같은) 것처럼, 오피스에서는 일하는 분위기에 다들 함께 하니까 자연스럽게 일하게 된다. 하지만 재택 환경에서는 옆 자리 동료가 없어서 페이스메이커가 없이 달려야한다. 그러다 보면 '내가 잘 하고 있나?'에 대해 의문이 들기도 하고, 집중도가 떨어지기도 한다.
  • 그래서 나는 위에 언급한 것처럼 동료들에게 따로 연락을 해서 같이 밥을 먹고 오후 근무는 카페에서 하는 등, 월 2회 정도는 회사 사람들과 만나서 함께 일하려고 했다. 확실히 이렇게 보고 나면 그 분들이 요즘 하는 일도 엿볼 수 있고, 같이 해볼만한 프로젝트 아이디어가 생겨서 의욕이 생기기도 한다.

💁‍♀️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하이브리드가 좋을 것 같습니다

재택을 싫어하는 회사도 경험했고, 재택을 영원히 한다는 회사에도 1년 동안 일해본 결과 나는 "하이브리드 근무(주 1-2회 재택, 그외 대면근무)"형태가 개인적으로 나에게 가장 맞을 것 같다고 결론지었다.

출퇴근으로 버리는 시간/에너지를 아끼는 것이 너무나 큰 축복이었던 재택이지만, 가뜩이나 체계가 부족한 스타트업에서 '신입'으로는 대면근무가 배울 것이 더 많기 때문이고, 위의 단점들 또한 고려해봤을 때 대면 근무도 적당히 섞인 것이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건 나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내 직무와 커리어 방향과 회사 시스템을 종합적으로 생각했을 때이다)

안티-재택에 대한 의견('재택을 하면 모두 놀자판이 되어서 절대 재택해주면 안된다' 등)은 솔직히 이해가 되지만 100% 동의하기는 어렵다. 왜냐면 리모트 근무 자체가 한국에서 논의가 된 것이 얼마 안되었기에 당연히 남용하는 사람도 있고 회사 측에서도 지속가능한 대안으로서 고민할 것 없이 코로나때문에 임시적으로 할 수 밖에 없던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런 미성숙한 상황에서 악용되거나 오도되기 쉽고, 그렇기에 장기적으로 정식 근무 형태의 하나로써 자리잡으려면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체계를 잘 만들면 되고(물론 그게 쉽지 않긴하다) 그렇게 되면 얻게 될 것들이 엄청 많다고 생각한다.

💡[그냥 제 생각입니다만] 출퇴근/재택 5부제가 있으면 좋겠다. 월요일은 A,B,C회사가 재택, 화요일은 C,D,F가 재택..이런 식으로 재택근무가 가능한 형태의 회사/직무면 정해진 요일에는 재택을 하는거다. 그러면 출퇴근 버스,지하철,도로의 사람들이 조금 줄지 않을까? 9호선 급행 열차 수를 늘리지말고 거기에 낑긴 직장인을 몇 명 줄이면 모두의 삶이 총체적으로 훨씬 윤택해질 것 같은데... (시스템 정비만 되면 공리주의적으로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끌어낼 수 있지 않나..그러면 출산율도 조금 더 나아지려나? 물론 재택과 출산율의 인과는 증명되지 않았지만.)

⬇️ 칸 수를 늘리지 않고 재택 5부제를 시행하라‼️ (농담입니다 ㅠ)


아무튼 재택 근무를 하면서 느낀 점도 있고, 남들에게 설명해주면서 깨달은 것도 있지만 이렇게 글로 적다보니 좀더 장단점이 명확해졌고, 나 스스로도 어떻게 일을 더 잘하고 내 커리어를 발전시킬 수 있을지 고민할 수 있는 좋은 주제였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겐 재택근무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되는 포스팅이었으면 좋겠다 :)

여러분의 경험들은 어떤지, 그래서 제 의견과 얼마나 다를지 궁금합니다. 댓글로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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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로 성장과정을 나누고 싶은 데이터 분석가입니다 🌱 https://www.linkedin.com/in/soheekim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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