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득인가 실인가 - 1탄 장점편 (부제 : 전사 재택 근무 회사에서 신입으로 살아남기)

김어텀·2023년 3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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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트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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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란의 재택 근무, 그리고 리모트 근무를 지향하는 회사에 다닌다는 것

코로나 후 재택근무에서 사무실 출근을 강제하는 회사들이 많아졌고, 그에 따라 아래와 같은 기사들이 많이 보인다.

  • "재택근무가 더 무섭다"…직장인들 불만 커지는 이유
  • '돈잔치' 끝난 판교 '재택 시대' 저무나…"사무실로 출근하세요"
  • “거리두기 끝, 출근은 글쎄”… 이젠 ‘재택 갈등’ 확산

재택근무로 소위 '꿀빨았다'는 사람들부터, '재택근무를 통해 생산성 높은 사람들만 살아남을 것이다'와 같은 말까지, 다양한 의견이 오간다. 개발자 중에서는 연봉 다음으로 재택 여부를 따진다는 말도 나온다.

이런 반응들을 보면, 전사 재택 근무 회사를 다니는 나는 생각이 많아진다.
업계/회사/팀/사람마다 재택의 경험과 이유는 다르겠지만, 어찌되었든 나는 1년 내내 재택을 하면서 장점과 단점을 확실히 경험했고, 나름의 의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리모트 근무가 앞으로도 디폴트일 '재택 근무에 최적화된 회사'에 다니기에, 오히려 임시적 대안으로서 재택근무가 아닌 '일하는 하나의 방법/시스템으로써 재택근무는 지속가능한가?' 에 대해서 고민해보았다.

분명히 재택근무는 장점과 단점이 있고, 사람/직무/경험/회사/팀마다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
장점과 단점은 종이의 양면처럼 아주 가깝게 공존하기도 하고, 어떤 시선으로 보는지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한다.
오늘은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재택근무가 개인과 조직차원에서 각각 득인지 실인지 비교해보려고 한다.

내용이 많아져서 본 포스팅은 1탄 장점편, 다음 포스팅은 2탄 단점편으로 다뤄보려고한다. 

🏢 [회사·일의 방식 차원에서] 장점

1. 미팅에서의 비효율이 줄어들고 시간 효율성이 높아진다.

  • 쓸 데 없는 미팅이 줄고, 꼭 필요한 것만 미팅에서 말하게 되어 미팅의 집약도와 효율성이 높아진다. 특히 온라인에서 미팅을 하게 되면 이상하게 1분이라도 늦으면 안될 것 같고, 발화자의 입장에서 잘 정리해서 말해야할 것 같은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오프라인 미팅보다 더 잘 준비하게 되고 (짧은 노션 문서라도 작성해서 보면서 공유하는 습관이 들었다) 알아듣기 쉽고 빨리 끝나도록 간결하고 명확하게 전달하려고 한다.

  • 물론 온라인 미팅인만큼 이 사람이 얼마나 집중하는지는 덜 알아챌 수 있으나, 이건 개인의 문제인 것이고 쓸데없이 미팅이 길어지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2. 개인의 업무 스타일과 시간 관리에 맞게 집중력 있는 근무가 가능하다.

  • 슬랙과 줌/디스코드로 대부분의 소통이 이뤄지며, 오피스에서 일할 때처럼 동료의 자리에 가서 물어볼 수 없기 때문에 각자가 편한 시간에 질문하고 답변하게 된다. (비동기 커뮤니케이션)

  • 따라서 내가 A 업무에 집중할 동안은 B 업무에 대한 답변을 잠시 미뤘다가, A가 끝나면 답변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집중력을 요하는 A업무를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나만의 시간과 공간에서 처리할 수 있고, 우선순위와 시간 관리가 용이해 생산성이 올라간다.

  • 물론 직무나 회사문화에 따라 B에 대한 답변을 어느정도 미루고 어떤 식으로 집중모드를 표시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미리 있어야한다. 그래야 남용하는 사람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 나는 이런 식으로 가끔 슬랙 상태에 집중모드에 있다고 표시해둔다.

  • 성향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이렇게 독립적으로 일하는 것을 좋아하고 (동료들과 같이 일하는게 싫다거나 미팅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와는 다름) 내가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자율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이 좋다.

  • 물론 이건 내가 개발직군에 가까운 데이터 분석가라서 그럴 수도 있다. 운영이나 영업직군 등 타인과 싱크 맞춰야할 일이 많은 직무는 또 다르게 느낄 수 있겠다. 하지만 동등한 조건에서 재택근무vs오피스 근무로만 놓고 봤을 때는, 시간 및 업무 관리를 개인이 독립적으로 하기에 편한 것은 맞다.

3. 글로 하는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이 기본이기에, 오히려 질문과 답변에 신경쓰게 된다.

  • 2번과 마찬가지로, 각자의 페이스에 맞춰서 업무할 수 있게 된다.
  • 특히 데이터 분석가로 일하는 나의 경우, 마케팅/운영 등의 문의가 오면 내가 아는 범위를 넘기 때문에 엔지니어에게 문의해야할 일이 많다. 예를 들어 (1)어떤 배너의 노출/클릭 수를 수집하고 싶다는 요청이 들어오면 (2)나는 이것이 현재 어떻게 되고 있는지 확인해보고, 만약 트래커 추가가 필요하다면 (3)엔지니어에게 물어보고 작업 예정일을 확인해보는 과정을 거친다. 이런 경우 요청자의 복잡한 요구사항을 듣고 엔지니어에게 정확히 요청하는 것이 중간자로서 나의 역할이 된다. 그런데 보통 (1)과 (2)과정 사이에서는 내가 바로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운영자/엔지니어의 각자 다른 용어를 번역해서 전달해줄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바로 답변하는 것보다 히스토리를 찾거나 나만의 언어로 정리해보는 것이 중요한데, 글로 적어서 전달하게 되면 오히려 더 명료하게 전달되는 부분이 있다. (내 스스로의 이해에도 상당히 도움이 되기도 한다)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이 잘 정착되면,
    질문자는 질문을 정리해서 더 좋은 질문을 할 수 있고 (중언부언 없이 한번에 명료하게 핵심을 전달)
    답변자 또한 답변 전에 미리 찾아보고 신중하게 답변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과정이 기록으로 남게 되어 추후 히스토리 파악에도 유용하다.


위에서는 회사, 일을 하는 방법 차원에서 어떤 장점이 있는지 생각해봤다.
다음으로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재택 근무는 어떤 장점이 있는지 적어본다.

👩🏻‍💻 [개인 차원]에서의 장점

1. 출퇴근 시간과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퇴근 후에도 뭘 많이 할 수 있다💪)

  • 단순히 출퇴근 시간만 아껴도 엄청나지만(하루 2시간 아끼는 것이 모이면 한 달 동안 대중교통에서 버리는 시간은 거의 일주일 근무시간만큼 아끼게 된다), 지옥철에서 버티는 에너지를 그대로 일, 자기계발, 휴식 등에 쓸 수 있다. 이게 생각보다 엄청난게, 야근 조금 하고 퇴근하면 집에 와서도 아무 의욕 없던 내가, 퇴근하고 밥먹어도 7시가 되면서 뭔가 더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 나처럼 집에 빨리 와서 나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이라면 더없이 좋다. 나는 빨리 퇴근해서 집에서 편한 옷을 입고 나만의 시간을 가지며 운동,자기계발,업무 공부를 더 하고 싶은 편이고, 재택근무는 이를 가능하게 한다. 예전에 1시간 편도 출퇴근할 때는 밖에서 일+야근+대인관계+출퇴근 콤보로 에너지가 쪽 빨려와서 집에 와서는 침대로 자주 쓰러지곤 했다. 하지만 재택을 한 이후로는 퇴근 후에도 에너지가 남아있고, 나만의 시간을 온전히 쓸 수 있어 오히려 업무 효율성도 높아지는 것 같다.
  • 개인적으로도,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으로도, 어찌보면 국가적으로도(!) 재택 근무를 시행하면 좋을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2. 모르는 것을 혼자 찬찬히 정리해보는 독립적인 시간 확보가 가능하다.

  • 여러 일을 동시에 많이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지금 이것을 왜 하고 어떻게 더 잘할지 고민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평소대로 바쁘게 일하다보면 내가, 이 일이, 저 미팅이 무엇을 위함인지 잊을 때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일의 목적/핵심을 염두해야한다.
  • 재택 근무를 하면 어떤 문제나 이슈에 대해서 나 혼자 소화할 수 있는 시간(곰곰히 이해할만한 여유)이 있다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이전 회사에서 인턴시절, 미팅에서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정보가 많이 나와서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해서 찝찝할 때가 여러 번 있었다. 끝나고 스스로 정리해보고 내 안에서 다시 구조화하고 싶은데 그 뒤에 미팅이 연달아 있다든가, 다른 업무가 밀려와서 오피스에서 다시 미팅록을 정리하거나 할 수 없던 적이 많았다. 하지만 집에서 혼자 근무하면 이런 부분에 대해서 나 혼자 충분히 생각하고 정리할 시간이 있어서 좋고, 비동기 커뮤니케이션 특성상 문서화/공유도 중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과정이 훨씬 가치있게 느껴진다.
    🔼 회사 내 다이어리(일기) 채널에 종종 회고글을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다.

3. 대인관계에서 쓰는 에너지가 줄고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도 덜하다😌

  • 첫 인턴시 일도 새로 배우랴, (사회적 자아를 장착하고) 사람들과도 친해지랴 정신이 없었던 기억이 있다. 에너지가 100이 있다면 업무적으로 이미 80은 써야했고 다양한 면에서 사람들과 '잘' 지내는 것에도 에너지를 30 이상은 쓰게 되었다. 둘다 놓치고 싶지 않아 신경쓰다 보니 에너지는 마이너스가 되었고 매일 누적되다보니 퇴근 후에 쉬어도 풀충전되는 느낌이 아니었다.

  • 이러한 내향형 인간에겐 집에서 일하는 것만큼 소위 '기가 덜 빨리는게' 없다. 또 풀 재택하는 회사인만큼 전반적으로 나와 같은 성향의 집돌이/집순이들이 많이 있다.

  • 우리 팀의 경우에도 대부분 독립적으로 집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하고 (개발자 특인가..) 서로의 바운더리를 지켜주는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각자 일하고 공유를 충분히 한다면, 그리고 가끔 잡담을 하면서 여전히 친밀도와 신뢰감을 지킬 수 있다면, 이런 환경에서 개인의 퍼포먼스가 충분히 좋을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 월 1회 점심회식(각자 시켜먹어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는데, 우리 팀은 얼마나 개인적인지 무조건 온라인으로 한다. 참 편하고 좋다..

  • 물론 이것에는 단점도 있다 (장단점은 종이 한 장 차이처럼 연결되어있으니 당연하다). 예를 들어 신입으로서 배울 수 있는 사회생활, 미팅에서 주워듣는 것, 옆자리 동료가 일하는 것을 보고 배우는 것 등을 놓치기 쉽다는 점이 있긴하다. 이러한 점은 경력이 없는 신입으로서는 치명적이긴 하지만, 나도 나름대로 보완할 방법을 찾기는 했다. (이후 2탄 단점편에서 이에 대한 내용을 계속 다뤄보겠다.)

4. 🏝️휴가에 대한 갈증이 줄어들고, 워케이션을 통해 삶의 질이 개선된다.

  • 굳이 휴가를 내지 않아도 워케이션을 통해 연차쓰지 않고 휴가쓰는 기분을 낼 수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휴가에 대한 갈증이 줄어들고, 효율적으로 휴가를 누릴 수 있다.
  • 예를 들어 제주도 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 수요일 반차를 내고 제주도로 이동한 다음, 제주도에 도착해서 남은 반일을 일한다. 그리고 목, 금은 숙소와 카페에서 일을 하고 저녁과 주말에는 휴가를 즐길 수 있다. 이렇게 하면 꼭 금요일에 휴가를 내서 3일 꽉 채우지 않아도, 반차만 쓰고 휴가를 최대한으로 즐길 수 있다. (*그래서 작년에는 회사 동료분들과 강릉 워케이션을 같이 갔고, 지난 포스팅 - 전사 재택근무 회사 동료들과 워케이션 같이 간 후기- 에서 다뤄봤다)
  • 최근에는 이런식으로 휴가를 활용해서 회사분들과 사흘 스키장에 갔다왔다. 반차 쪼개쓰고 오후에는 근무하고 야간 스키 타면서 결론은 휴가를 거의 안쓰면서 휴가를 다녀왔다!
  • 이렇기에 언제 꼭 휴가를 사수해야한다는 집착이 줄어들고, 워케이션을 통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여유가 오히려 휴가 욕심을 사라지게 만든다.
  • 또한 설이나 추석 전날 빡빡하게 KTX표를 구하지 않아도 미리 며칠 전에 본가에 가서 근무해도 되는 것도 엄청난 장점이다.

상황마다, 아니면 같은 상황이라도 어떻게 보는지 또는 일하는지에 따라 장점과 단점이 한 끗 차이인 것이 재택근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재택근무를 충분하게 경험해보지 못했거나 나와 다른 상황에서 경험해본 사람들이 읽었을 때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다보니 글이 길어졌다. 그래서 이번 편에서는 장점까지만 다루고, 다음 편에서는 단점과 그리고 그를 위해 내가 어떻게 보완하려고 했는지 (또는 trade-off라 생각하고 일부 포기했는지) 다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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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로 성장과정을 나누고 싶은 데이터 분석가입니다 🌱 https://www.linkedin.com/in/soheekim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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