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와 코딩

ayokinya·2020년 9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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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이번주에는 한글보다 영어를 더 많이 읽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간 코딩을 공부하면서 들었던 영어에 대한 생각에 대해 짧은 글을 써본다.

영어를 몰랐으면 코딩 더 못했겠다.

gcc로 컴파일 하는 법을 배운 지 일주일도 안 됐을 때였다.
구체적으로 어떤 에러 메시지였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는데, 영어를 잘 모르면 한 번에 알아듣기 어려울 것 같은 메시지를 보게 됐다. 그 때 처음으로 코딩은 못해도 영어라도 잘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에러인지는 알 수 있으니까...
그래도 그때까지만 해도 한글보다 영어를 더 읽게 될 줄 몰랐다. 개발 공부를 더 하게 되면서 한국어로 된 공부 자료가 생각보다 없다는 걸 깨달았다. 한국어로 번역되지 않은 매뉴얼도 많다. 요즘은 HTTP/1.1 RFC를 읽고 있다. 아무래도 영어로 읽을 때보다 한국어로 읽을 때 속도가 더 빠르니까 RFC 한글판을 찾아봤는데, 마땅한 글을 찾을 수 없어 그냥 영어로 읽고 있다. 그리고 한국어로 한국어로 번역되었어도 번역 상태가 심각해서 영어로 읽는 게 훨씬 나은 경우도 있다. 쿠버네티스 공식 홈페이지에서 쿠버네티스를 공부하려고 했을 때 글이 너무 번역체라 눈에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또 어쩔 수 없이 영어로 읽었다. 공부하다가 막혀서 찾아 보면 한국어로 검색할 때보다 영어로 검색할 때 결과가 더 잘 나온다. 우리나라에 StackOverFlow 같은 개발 질문 대형 커뮤니티가 그런 것 같다.
하도 영어로 된 글을 읽다 보니까 어떤 때는 코딩 실력보다 영어 독해 능력이 더 많이 느는 것 같은 착각이 들 때도 있다. 둘 중 하나라도 늘면 성공이겠지?...

영어를 공부한 보람을 이제서야 느끼고 있다.

개발을 공부하기 위해서 영어를 읽어서 좋다. 점수를 얻기 위한 영어 독해가 아니라서 좋다.
영어를 공부할 때는 숙제를 해가려고, 문제를 맞히려고 영어 지문을 읽었다. 지금에서야 비로소 영어가 의사소통의 수단이 된 것 같다. 영어를 공부했을 때 개발이나 다른 어떤 걸 영어로 공부했으면 영어를 공부한 보람을 일찍 느꼈을 것 같은데 약간 아쉽다. 개발자로 살아보려고 하길 잘했네 보람도 느끼고 ㅎㅎ...

영어와 비교하면 내가 개발을 못하는 건 당연하다!

개발을 공부하면 할수록 내가 정말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낀다. 아는 게 없다. 자료구조, 알고리즘, 네트워크, 웹 등등 모르는 것 투성이다. 코딩할 때에도 자잘한 실수를 한다. 아직도 반복문을 돌릴 때 증감연산자를 설정하지 않을 때도 있고, 변수 이름에 오타를 내기도 하는 등 조금만 신경써도 실수하지 않을 것을 실수한다. 아직 갈 길도 멀고, 똑같은 실수를 계속해서 반복하는 내가 대단해서 슬플 때도 있다.
본과정 시작하고 두 달 정도 지났을 때였다. 여느 때처럼 코딩을 잘 못하는 내가 답답했는데 갑자기 내가 이러고 있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야 영어가 나한테 너무나 당연한 언어지만 이렇게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노력에 비하면 내가 지금까지 개발에 쏟은 노력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는 몇 년을 공부한 거고, 개발은 올해가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거니까... 그래서 내가 지금 코딩을 못 하는 것이, 아는 게 부족한 것이 당연하구나 위로가 됐다. 계속 열심히 개발을 공부해서 영어가 나에게 당연한 언어인 것처럼 개발도 나에게 자연스러운 일이면 좋겠다. 너무 답답하지 않게...
영어에 투자한 시간보다 개발에 투자한 시간이 많아지는 날이 올 때까지 고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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