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서울 코로나 시대 재택 학습

ayokinya·2020년 9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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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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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거창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집에서 코딩을 하게 됐다.
나의 42 서울 생활 중 대부분이 되어버린 재택 학습을 기록하고자 글을 쓴다.

코로나로 집에서 코딩을 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피신이 2주 정도 지났을 때였나? 클러스터 내에서 마스크 착용이 필수가 되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대규모 감염이 없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피신이 2월 14일에 끝나고, 합격 발표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안 가서 신천지발 대규모 집단 감염이 터져버렸다. 그래서 꼼짝없이 본과정을 집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매일 아침 일일 코로나 확진자수를 확인하며 클러스터에 나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5월 초에 또 한 번의 집단 감염이 발생해서 정말 올해 안에 못 나가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기적적으로 6월 말부터 클러스터에 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8월 15일 광화문 집회 이후 코로나가 확산되어 클러스터를 나가지 못하게 되었다...

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거실이 됐다.

나는 노트북이 없다. 그래도 다행히 집에 데스크탑 한 대가 있어서 그 데스크탑으로 열심히 코딩 중이다. 데스크탑이 거실에 있는 긴 테이블 끝에 있어서 항상 커튼을 등지고 앉아 코딩한다. 보통은 밥을 먹거나 텔레비전을 볼 때만 거실에 나와 있었는데, 지금은 계속 거실에 있다. 그나마 거실에서 코딩을 해서 덜 답답하다. 그리고 내가 뭘 하고 있는지 가족들이 수시로 보게 돼서 긴장이 되기도 한다. 당연히 거실이 나만 쓰는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집중이 흐트러질 때도 있고, 사정상 여섯 시 이후 서너 시간 정도는 아예 코딩을 할 수 없기도 한다. 그럴 때는 답답하기도 하고, 클러스터의 환경도 그립지만 뭐 어쩔 수 없다. 되는 대로 열심히 해야지 별 수 없다.

재택 학습의 장점은 "집"에서 학습한다는 것이다.

집에서 개포까지 통학에 드는 시간, 에너지, 그리고 교통비를 절감할 수 있다. 과제가 너무 안 풀리거나 쉬고 싶을 때 바로 몇 발자국만 걸으면 내 방 침대에 누울 수 있다. 그리고 엄마 찬스로 집밥을 먹을 수 있다. 개포동에는 내 기준에서 볼 때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곳이 없다. 주중에는 클러스터에 계속 나가 있으니까 주말 밖에 집에서 밥을 먹지 못 했다. 그런데 집에서 공부를 하면 집밥을 먹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그리고 의외의 장점은 클러스터에 있을 때보다 코딩에 더 몰두한다는 점이다. (에러를 해결해야 할 때는 다른 문제다.) 사람들과 상호작용이 줄어든 것에 대한 결과 같아서 씁쓸할 때도 있긴 하지만 코딩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게 생각할 때가 더 많다.

재택 학습의 단점 또한 "집"에서 학습한다는 것이다.

공간의 변화가 없어서 그런지 시간 관념이 사라지게 된다. 클러스터에서 본과정을 할 때는 오전 10시 쯤에 클러스터에 도착해서 오후 10시에 클러스터에서 나오는 생활을 일정하게 했다. 그렇지만 집에 있으면 그냥 되는 대로 일어나서 중간중간 씻고 밥먹고 쉬고 코딩하다가 너무 졸리면 방에 들어가서 잔다. 그렇게 되는 대로 하다 보면 코딩을 끝내는 시간이 새벽 2-3시가 될 때도 있고, 그렇게 늦게 들어가면 그만큼 또 늦게 일어나서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생활 패턴이 되기도 한다. 시간의 흐름을 느끼지 못하고 한 곳에만 계속 앉아 코딩을 하면 정신적, 육체적으로 피폐해지는 기분이 든다...

물리적으로는 집 컴퓨터는 윈도우고 42 서울 과제 학습은 MacOS 기반이라서 힘들었다.
내 데스크탑은 윈도우라서 wsl으로 코딩을 하고 있는데, 42 서울 과제는 MacOS가 기준이다. 그래서 MacOS로 하면 아무 문제가 없는데 wsl로 하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아서 정말 Mac이 간절하기도 했다. 하지만 취업해서 회사에서 맥북을 받는 그날까지 윈도우로 버티기로 마음 먹어서 안 되면 되게 하자는 마인드로 과제를 진행했다. 이제는 42 서울에서 맥북을 일정 기간동안 대여할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으로 MacOS에서 코딩을 하고 있다. 대여 기간이 끝날 쯤에는 클러스터가 열려야 할텐데...

사실 재택 학습을 하면서 가장 슬픈 것은 42 서울에서 기대했던 동료 학습은 찾아볼 수 없고, 나홀로 자기주도 학습으로 코딩을 배우고 있다는 것이다. 코딩을 혼자서만 하면 외롭고 답답할 때가 있다. 클러스터에서는 동료에게 이 괴로움을 이야기하고 공감받을 수도 있고, 동료 덕분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다. 집에서는 그 괴로움을 오롯이 나 혼자서만 극복해야 하는 게 재택학습을 하면서 제일 힘들다. 그래도 이러면서 성장하는 거겠지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재택 학습과 오프라인 학습을 같이 하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두 개 다 해보니까 재택과 오프라인을 혼합하는 게 가장 좋은 것 같다.
동료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서로 도움을 주기도 받기도 하면서 코딩을 하고 싶을 때는 오프라인에서, 정말 코딩만 집중적으로 해야 하거나 체력이 모자랄 때는 집에서 공부하는 게 딱이다!
나중에 일을 하게 될 떄에도 재택 근무를 자율적으로 할 수 있으면 좋겠다 ㅎㅎ...
우선 지금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다시 클러스터에 나가게 되면 효율적인 방식으로 유연하게 선택해서 공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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