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어그로가 아니다. 두 번 꺾어서, 나는 저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럼 사상범은 무엇인가? 사상범이 잡법이나 일반 범죄자와 다른 이유는, 그들이 일을 벌이는 이유가 자신의 사상을 세상에 납득시키기 위함이라는 점이다. 그렇기에 사상범에게 있어 자기 자신은 빌런이 아니라, 외부 세계에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설득시켜야 하는 히어로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그게 왜 데이터 분석가가 사상범이라는 뚱딴지 같은 소리로 이어지는 거냐고? 그게 데이터 분석가가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이 헛소리 같은 주장을 뒷받침 해줄 아티클과 함께, 오늘 하루를 리마인드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다.
내 아티클을 읽어봤던, 혹은 데이터 분석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데이터 분석가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각자만의 정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정의가 무엇이든, 분석가의 주요한 역할이 더 나은 의사결정을 위해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그것을 다양한 데이터와 실험을 근거로 증명한다는 것임에는 다들 동의하리라 믿는다.
그 과정에서 분석가들이 사용하는 무기는 그래프, 그래픽이다. 자신이 주장하는 바와 그 근거가 되는 정보를 한 번에 녹여낸 시각화 자료를 통해 단순히 자신의 주장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사람들의 행동, 행위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의 그래픽 기자 해리 스티븐슨의 코로나 바이러스 시뮬레이션이 그 예이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전염병이 빠르게 전파한다는 것을 넘어,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사람들에게 납득시키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자료를 보면서 '코로나 바이러스는 이렇게 빨리 전염되는구나'라는 정보 전달을 넘어서, '그러니까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하는 거구나'라는 행위라는 결론까지 나아갈 수 있었던 걸까?
시각은 다른 감각에 비해 빠르다. 그냥 빠른 정도가 아니고, 연구에 따르면 시간당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에서 청각, 촉각, 미각 등과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속도가 빠르다. 그리고 우리의 눈은 시각화를 위한 그래픽을 텍스트화된 정보보다 무려 6만 배나 빠르게 처리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눈으로 그래픽화된 정보를 수용하는 속도는 다른 어떤 감각이 어떤 형태의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보다 월등히 빠르다는 것이다. 그 말은 즉, 같은 시간에 우리가 그레픽을 통해 압도적으로 많인 정보를 수용할 수 있고, 남은 시간에 추가적인 정보를 수용하거나, 혹은 보이지 않는 것을 추론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두 자료는 직장 생활을 하는 미국인과 그렇지 않은 미국인의 생활 패턴이라는 동일한 현상을 보여주는 자료이다. 하단의 그래프에서 노란색은 work, 즉 노동 시간을 보여준다. 상단의 파란 부분은 식사 시간으로, 이 자료를 통해 노동을 하는 미국인들 대부분이 규칙적인 식사시간을 갖는 경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위 텍스트에서는 이런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을까? 시각화는 이처럼 한 눈에 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정보를 바탕으로 보이지 않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는 지적 쾌감, 즉 '아하 모먼트'를 만들기도 한다. 노동 인구의 규칙화된 일상, 비노동 인구의 불규칙적 생활에 따른 건강 상태에 대한 연구 등 더 많은 것을 우리는 생각할 수 있게 된다.
이젠 분석가가 왜 사상범인지 좀 이야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 우리가 하는 모든 주장에는 근거가 있듯, 데이터 분석가들의 근거는 데이터다. 그리고 모든 주장에는 반발과 그에 따른 논쟁이 함께하기 때문에, 분석가들은 자신의 의견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세상에 맞서 싸워야 한다. 사상범이라는 워딩이 조금 거칠다면 '프로타고니스트', 주도자라는 멋진 말도 있으니 마음대로 사용해보자.
어디에서든 분석가는 필요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이름으로 분석가들은 자신의 역할에 맞게 싸우고 있다. CX, UX 분석가는 고객, 유저의 경험 개선에 필요한 방향성을 기획, 개발자들에게 납득시키기 위해 논쟁을 벌일 것이다. 다루는 데이터가 다를 뿐, 분석가는 본질적으로 논쟁과 설득의 직무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찾아본 많은 데이터 분석가 채용 공고에 많이 써있던 내용인데, 분석가의 가장 중요한 업무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조직의 '의사결정을 돕는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모두와 싸운 끝에 모두가 성공하는 진로를 찾아낸다니. 낭만 그 자체가 아닌가?
오늘 글이 조금 맛이 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게 맞다. 4개월 동안 즐겁게 하기 위해선 글로 유머를 풀어내고 싶다. 아마 앞으로도 글로 뇌절을 할 것 같은데, 나에겐 이것이 유일한 탈출구가 아닐까. 게임할 시간도 없고, 그럴 정신적인 여유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