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12시간씩 주 5일 공부를 4달 동안 진행한다는 이 일정은 나의 재수 생활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재수 시절과 지금의 공통점이 있다면, 대학과 업종 변경이라는 일생의 제법 큰 변화를 위한 과정이라는 것, 그리고 이걸 일단 시작한 이상 멈출 순 없다는게 아닐까?
비장하게 말했지만 멈출 수도 있고, 그렇게 큰 변화도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무언가를 배우고자 마음을 먹었다면, 약속을 취소하고 공부를 시작하자. 라고 마음은 먹었지만, 오늘 너무 정신이 없었다.
한국 성인들의 노션(슬랙, 지라 등 수많은 커뮤니케이션 툴이 그러하겠지만)에 대한 심정은 절반으로 갈릴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실시간으로 협업을 구상할 수 있는 위대한 툴이겠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많은 사람들은 노션의 수많은 기능에 휩쓸려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
오늘이 딱 그러했던 것 같다. 난 노션이나 슬랙을 사용하는데 어려움을 크게 느낀 적이 없었는데, 오늘 노션의 복잡함을 온몸으로 처맞은 것 같다. 노션은 수많은 사람이 스타일리쉬한 방법으로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의 한계를 끌어올렸지만, 동시에 커뮤니케이션에서 오는 피로함까지 배로 늘려준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노션은 재밌다. 제작된 페이지를 팀원들과 꾸미는 것조차 재미있는 건 어쩔 수 없다. 이제 여기에 4개월 동안의 처절한 사투를 기록해나가는 것이 우리의 일이다.
데일리 워크가 참 많아졌다. 예전에 들었던 SQL 강의도 다시 들으며 복습해야 한다. 아침마다 2-3개 정도의 코딩, SQL 문제를 풀어 감각도 유지해야 하며, 그외에 멘토들이 주는 과제와 공부, 내가 찾아서 해야 할 공부도 많다. 팀 스터디와 과제도 빼먹으면 안된다.
안다. 남들은 이걸 4년의 학부 생활, 혹은 10년에 가까운 석사 과정을 통해 배운다는 걸. 남들의 과정을 빠르게 따라가기 위해선 조금 극단적인 길을 가야하는게 당연하다. 4개월 동안 잠시 내 모든 걸 멈춰야할 정도로.
그래도 이게 내가 해보고 싶은 일이었다. 남들에게 참견하는 걸 좋아하고, 남들이 내 말을 듣고 행동하면 난 기분이 좋다. 하지만 생활에서가 아니라 직장에서 그렇게 하기 위해선 확실한 근거가 필요하고, 그 근거 중에서 내가 선택한 것이 데이터니까, 이건 내가 어디에서든 나답게 살기 위해서 하는 노력인 셈이다.
나의 선택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우려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지금 나로서는 나답게 살 수 없다. 하고 싶은 걸 할 순 있지만 사회 구성원으로서 1인분을 하기 위한 내 선택이 지금 이 캠프다. 그런 의미에서, 화이팅 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