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 5 (마무리)

콜트·2021년 7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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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시 바쁘군요. 저들은 뭘 찾고 있나요?"

"기관사도 모른단다."

"있던 곳에서 만족스럽지 않았나요?"

"아무도 있던 곳에서 만족스럽지 않는단다."

정말이지.. 우리 사람의 모습과 똑같은 것 같다. 사람들은 쉽게 만족하지 못한다. 그저, 자신을 만족시켜줄 무언가를 계속해서 찾아다닐 뿐이다. 물론,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런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스스로 만족하는 사람들을 보면 반짝반짝 빛이 난다. 그들은 대부분의 사람이 쉬이 가지지 못하는 '만족'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기에, 대부분의 사람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곤 한다. 하지만 '만족'하기 위해서는 먼저 스스로에 대해 잘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여전히.. 알듯 말듯 하다.

"전문가들이 계산해 보았지. 이 알약을 먹으면 일주일에 오십삼 분이 절약돼."

"그러면 그 오십삼 분으로 무엇을 하지요?"

"무엇이든 하고 싶은 걸 하지..."

'나라면... 만일 내가 마음껏 사용할 오십삼 분이 있다면 신선한 샘물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가겠어.'

전문가들이 계산했다고 한다. 뭘? 절약되는 시간을! 물론 의미가 있는 일이다. 일주일에 오십삼 분이 절약된다니. 일 년이면.. 50시간 가까이 절약되는 게 아닌가? 하지만,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든다. 물을 마시는 즐거움을 잊어버린다면,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시원한 물을 넘기는 그 기분을 잃어버린다면.. 슬플 것 같다. 그를 위해서 일 년에 50시간 정도는 기꺼이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이건 마치 과정은 모두 잊고 결과만을 따라가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과정이 아닌 결과만으로 모든 걸 판단하려고 한다면 생각보다 잃는 것이 많을 것이다. 인생은 시작과 끝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샘물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에요..."

인생이 아름다운 것은 그 속에 무엇이 있을지, 앞으로 어떤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마치 감춰진 샘물처럼. 그리고 다소 뜬금없지만, '귀멸의 칼날 : 무한열차 편'에서 나왔던 대사가 생각이 난다.

노쇠 하는 것도, 죽는 것도, 인간이라는 덧없는 생물의 아름다움이다. 노쇠하기 때문에, 죽기 때문에, 그지없이 사랑스럽고, 숭고한 거야.
- 귀멸의 칼날 : 무한열차 편 中

"사람들은... 급행열차를 타고 길을 나서지만, 찾는 게 무엇인지 몰라요. 그래서 무턱대고 서두르며 흥분한 채 돌고 또 돌고... 소용없는 짓이에요..."

이 역시 우리네 모습과 똑같다. 우리들은 어떤 트랙 위에 있는지, 목적지가 어딘지 조차도 모른 채 일단 달린다.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달리기에 지쳐 쓰러지곤 한다. 동시에, 무엇을 위해 달려온 건지 느껴지는 허무함은 덤이다. 우리는 각자만의 여행을 하고 있다. 스스로 떠나는 여행은 자발적이며 적어도 목적지 정도는 있다. 인생 전체로 봤을 때 여행지에서 보내는 시간은 아주 짧다. 그런데도 여행을 다녀온 많은 사람은 말한다. '여행 또 가고 싶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건, 스스로 그 속에서 의미를 찾았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매 순간이 여행의 연장선인 우리의 인생에도 어떤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 아직 우리는 그것을 발견하지 못했을 뿐.. 각자의 인생에서 바라는 목적지, 급행열차의 종착역은 어디인가? 나는 어디로 가고 싶은 걸까?

물은 축전의 향연처럼 감미로웠다. 이 물은 정말 일반적인 음식물과 달랐다. 그 감미로움은 별빛 아래의 힘겨운 발걸음, 도르래의 노랫소리, 두 팔의 수고로 태어난 것이었다. 그것은 선물처럼 마음에도 좋은 것이었다.

여기서 물은 쉽게 말하자면, 노력의 결실인 것 같다. 노력을 통해 얻어낸 결과는 그 무엇보다도 달콤하다. 결과도 결과지만, 과정에서 내면의 성장도 동반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에도 좋은 것이라고 하는 게 아닐까?

"아저씨가 사는 곳의 사람들은... 같은 정원 안에 오천 송이의 장미꽃을 가꾸지만... 구하려는 것을 거기서 찾지 못해요."

"그래, 찾지 못하지."

"하지만, 그들이 구하려는 것은 꽃 한 송이나 물 한 모금에서 찾을 수 있어요."

"그래, 그렇지."

"하지만, 눈에는 보이지 않아요. 마음으로 찾아야 해요..."

인간이 만족을 쉬이 하지 못하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오천 송이의 장미꽃과 같이 부를 축적하고 명예를 쌓아도 만족할 수 없어 마약을 하고, 속이 텅 비어 공허한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향락과 사치에 빠져들기도 한다. 어쩌면 그들은 의미를 어느샌가 장미꽃의 의미를 잊어버린 게 아닐까? 행복과 만족은 사실 그리 대단한 곳에 있지 않다. 꽃 한 송이나 물 한 모금에서 찾을 수 있다는 말처럼, 아주 가까운 곳에 있을 것이다. 너무 멀리 바라보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눈에 보이는 물질적인 것들에게서는 본질적인 행복, 만족을 찾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요... 꽃도 마찬가지에요. 어떤 별에 사는 꽃을 사랑한다면 밤 하늘을 바라보는 것도 감미로울 거에요. 모든 별이 꽃으로 활짝 피어나요... 물도 마찬가지에요. 도드래와 밧줄 때문에 아저씨가 내게 준 물은 음악 같았어요. 기억나지요... 어찌나 맛이 좋았는지. ... 그리고 밤에는 별들을 바라보세요. 내가 사는 곳은 모든게 너무 작아서 나는 내별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줄 수 없어요. 그편이 더 좋아요. 아저씨에게 내 별은 여러 별 중의 하나가 되는 거예요. 그래서 아저씨는 하늘의 모든 별을 즐겁게 바라보겠지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조금 뜬금없지만, '성시경 - 외워주세요'라는 노래가 생각이 났다. 단지 조각뿐인 기억일지라도, 그 기억을 안고 있는 것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 라는 말을 이 구절이 내게 해주는 것 같았다. 우리는 과거의 기억을 안고 살아간다. 좋았던 기억도, 슬펐던 기억도 모두 각자만의 것이다. 기억이 좋았는지, 슬펐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모든 순간은 온전히 우리의 것이라는 게 중요한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지 않을까?

모두 다 받았죠. 그냥 있어준 것 만으로
어디에 있어도 느끼는 햇살 같았어요. 감사할 뿐이죠

...
사는 동안에는 못 볼거에요. 저기 어둠 속 저 달의 뒷 편처럼
나 죽어도 모르실테죠. 사라져도 모를 저 먼 별처럼
잊어주는 것도 나쁘진 않아. 잊을 수 있는 추억, 그게 어딘가요.
알겠죠. 이제부터 우린 이 세상에 없는 거예요. 외워두세요

- 성시경, 외워주세요 中

"모든 사람들은 별을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별들은 사람마다 똑같지 않아요. 여행하는 사람에게 별은 길잡이지요. 또 다른 사람들에게는 하늘의 작은 빛일 뿐이에요. 학자에게는 연구 과제고요. 사업가에게는 부유함이지요. 하지만, 이 모든 별은 말이 없어요. 아저씨... 오직 아저씨만이... 누구도 갖지 못한 별들을 가지게 될 거예요..."

모든 사람은 별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 별은 도대체 무엇일까? 굉장히 추상적이다. 이렇듯, 추상적이기에 각자의 사람들에게 제각각 다른 의미로 와닿을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별은 각자의 목표가 될 수도 있고 갖고 싶은 무언가가 될 수도 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별들은 누구에게나 있고 오직 그들만이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스스로 각자의 별과 그 의미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내 별은 아무래도 '꿈'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역시 추상적이긴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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