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진보가 소득 격차에 미치는 영향이 세계화나 제도 등 다른 요인에 비해 크다는 IMF 분석을 보더라도 기술 진보와 격차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사실 기술 진보는 인류의 삶을 좀 더 안락하고 풍요롭게 하는 장점이 있다. 생산성 향상을 통해 경제 성장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말은 기술 진보에 따라 피해를 보는 사람이 생겨날 수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고속도로를 이용할 때 하이패스 사용이 늘며 도로공사 직원이 줄어들게 되거나 은행에 자동현금인출기가 도입돼 일자리를 잃는 은행원이 생기는 경우가 단적인 예다.
미국 MIT대 에릭 브린욜프슨 교수ㄴ와 엔드루 맥아피 교수는 '디지털 기술은 풍요의 엔진이면서 격차의 엔진이다'라는 주장을 폈다. 디지털 기술 시대에는 기술과 자본 면에서 우월한 위치에 있는 소수에게 부가 몰리게 되어 소득 격차가 더욱 벌어진다는 것이다. 소득 불평등 문제의 권위자이자 2015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프린스턴대 앵거스 디턴 교수는 지난 30년 동안 이룩해 온 기술 진보는 숙련도가 높은 사람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까닭에 소득 격차가 커졋따고 지적했다. IMF 보고서에서도 같은 진단을 내놓고 있다. 기술 진보는 오히려 불평등을 키우는 측면이 있는 만큼, 이제 인류는 새로운 결단이 필요하다는 얘기이다.
기술 진보는 명실공히 사람의 삶의 질 개선과 포용적 성장의 실천 수단이 되도록 해야 할 시 점에 왔다. 기술 진보의 혜택이 보다 많은 사람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진지하게 고민하고 전체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기술의 사각지대,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이른바 "포용적 기술 진보"를 추구하는 일이 급선무다. 기술 진보로 인해 실업에 처하는 등 불가피하게 취약해지는 경우에 대하여는 구가가 재교육 프로그램을 포함한 각종 사회안전망을 치밀하게 준비하여 시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